이름 없는 사람들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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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 소설가의 소설의 두 번째이다. 첫 번째 만남의 작년에 읽은 <불온의 숨> 제목에 주는 안도감이 잊히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남 <이름 없는 사람들>. 와~ 이 소설 또한 제목부터 섬뜩함이 느껴진다.

이 숫자가 '0'이 되는 날에
너는 자유로워질 거야.

27살 김건우, 13살에 아버지의 빚으로 사채업자 '재'의 손에 길러져 아버지의 빚이 사라지면 자신이 자유로워진다는 말을 듣고 재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버린 남자이다. 여기서 '재'라는 인물이 묘사에서 그의 잔인함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나이도 젊고 마른 체형에 어린 건우에게도 존댓말로 작고 천천히 말을 건넨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듯 행동한다. 이런 분위기가 더 어린 김건우에게는 무섭게 느껴져 복종을 하게 만든다.

"재는 마지막으로 또 다른 흰 메모지를 꺼내더니 거기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재는 아직 파란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0'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의 빚이 이렇게 되는 순간 너는 자유다. 그때 너는 그 누구의 아들도 아니란다. 알겠니?"

13살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사채업자 빌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는 것. 단순한 일이지만 12시간 꼼짝 않고 사람 수를 세어야 한다. 잠이 와서 그 수가 틀려 대충 수를 적어가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재'에 의해 거짓말도 할 수 없도록 재에게 말로써 제압당한다. 꼬박 1년 동안 사람 수를 세면서 사람은 단지 하나의 작대기로 인식하게 세뇌당한 김건우는, 그다음 단계의 임무는 표적 즉 사채를 빌린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이다. 20대가 되면서 좀 더 힘든 임무가 주어졌다. 빚을 지고 도망친 자들을 처리하여 그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인적이 드문 산속 저수지에 시체를 버리는 것. 이번 임무만 잘 마무리하면 이제 빚이 '0'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김건우가 도착 전에 이미 그 표적은 자살을 했고 시신을 옮기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집으로 경찰들이 들이닥칠 위기에 처해 그는 몸만 간신히 빠져나와 일을 그르친다. 과연 김건우는 '재'라는 인물에게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지....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결국에 목숨으로 그 돈을 받아내는 끔찍한 사채업자들. 그 속에서 어릴 때부터 세뇌되어 자신의 이름도 잊고 임무가 주어질 때 새로운 신분증으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김건우. 그런 김건우가 자신의 이름을 찾게 될지 궁금해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작가의 무겁지만 섬세한 묘사에 압도당해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박영 작가의 두 번째 만남도 꽤 오랫동안 충격과 여운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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