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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언급한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가 바로 왕딩궈이여 그 총체가 《적의 벚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올해의 소설 선정
2016년 타이페이국제도서전 대상 수상
화려한 찬사와 상을 한 몸에 받은 대만작가 왕딩궈의 첫 장편소설 《적의 벚꽃》. 하지만 거의 접해 보지 못한 대만소설이라 섣불리 책을 펼칠 수는 없었다.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나에 따라다니는 그림자같아 이젠 익숙해 질만도 한데 여전히 선입견과 걱정으로 천천히 읽었다. 프롤로그부터 글의 무게감에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천천히 되새기며 읽었다.
"슬픔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프롤로그는 그의 인생을 압축해 놓은 글에서 소설 《적의 벚꽃》이 나올 수 있는게 당연한 결과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나', 추쯔, 뤄이밍, 뤄바이슈 이렇게 4명의 운명같은 삶을 이야기로 써 내려갔다. 이름이 없는 나를 중심으로 사랑, 이별, 슬픔, 복수. 진부한 스토리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소재지만 왕딩궈의 글로 진부함을 쓸어버리고 장엄하고 비밀스럽고 압축적인 전개로 나를 책에 집중하고 매달리게 만들었다.
현재 '나'는 인적이 드문 시골 바닷가 변두리에 커피숍을 오픈했다. 그리고 '나'를 떠난 아내 추쯔를 기다리면서. 그 마을에는 대형 은행 고위 임원에서 은퇴하고 조상 대대로 물러 받은 멋진 집에서 이름만대면 모두 존경하는 부와 명예를 가진 한마디로 걸어다니는 성인 취급을 받는 뤄이밍이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나'의 커피숍을 방문 한 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자살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경찰까지 커피숍에 오게 되면 의심을 받게 된다. 그 후 한 낯선 여자의 방문. 그녀는 뤄이밍의 딸 뤄바이슈. 아빠의 잘못을 알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후의 전개는 '나'의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전개된다.'나'는 추쯔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하고 그녀를 위해 직장도 갖게되는 소박하지만 꿈이 있었던 '나'의 삶이 드러난다. 그 삶을 지탱해 주는 추쯔라는 사랑이 있었다. 그 후 '나'에 닥친 불행까지.
작가는 이 과정을 직설적으로 드러 내지 않았다. 특히 그에 닥친 슬픔의 서술에서는 여러 주변 상황과 '나'의 심리묘사를 고려하고 짐작하게끔 읽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고 있다. '나'의 절실한 슬픔과 사랑을 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독자는 온전히 '나'의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소설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 읽기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낯설움에 망설었던 책이지만, 망설임은 호기심으로 호기심은 집중력으로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