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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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지원


구덩이에서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마치 저희집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뒤로 세 쌍의 다리가 보입니다. 밑에서 노는 아이들의 체구와 비교해보니 어른들인 것 같아요. 어른들은 저기서 무엇을 하는 걸까요?
얼굴은 보이지 않고 다리만 보이지만 왠지 그 표정을 알 것 같습니다.

📖
어른들은 구덩이를 싫어해요.
구덩이에서 놀지 말래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대요.
"아무튼, 거기서 넘어지면 다칠 수 있어요!"
에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아! 저는 한번 다친 적이 있어요."
나는 대답했어요.
"구덩이가 아니고 체육관에서요. 한네스가 평균대에서 뛰어내리면서 매트리스가 아니라 제 위로 떨어졌거든요."
-본문 중에서-

학교 체육관 뒤편에 있는 구덩이.
움푹 파인 그곳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어른들에겐 위험천만해 보이는 그곳이 아이들에겐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놀이 공간이 됩니다.
구덩이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얼마나 신나는 곳인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이곳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아이들이 놀면 안되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이 구덩이가 왜 좋은걸까요?
놀이터처럼 놀이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놀잇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른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지금은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너무나 이해가 됩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곳이 있었습니다. 놀이터 옆 공터였어요. 공터에 특별한게 있는 건 아니였어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나무 주변을 둘러싼 울타리 같은 것이 있었고 한 켠엔 자갈들이 쌓여 있었어요.
그런데 어린시절의 우리는 왜 굳이 놀이터 옆 공터에서 놀았을까요? 옆에 버젓이 놀이터가 있는데 말이죠.
이유는 단순했어요. 그냥 그 공터에서 노는게 더 재밌으니까요. 어른들은 자갈이 쌓인 곳 위에 올라가면 다친다고 올라가지 말라고 했어요. 구덩이에서 놀면 다친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처럼요. 하지만 거기에서 놀다 다친 기억은 딱히 없어요.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과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한 때는 어린이였다 하더라도 말이죠.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 있겠지요. 그렇기에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어느 한 쪽의 말이 맞다고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어른들만의 판단으로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 말하며 심지어는 구덩이를 메워 버리는 행동처럼 말이죠.
이 구덩이가 정말 위험할까요?
그곳에서 놀면 크게 다치게 될까요?
그렇다면 구덩이에서 놀지 않으면 다치지 않을까요?
구덩이를 꼭 메워야만 했을까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그림 위에 입혀진 톤이 다운된 그림은 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엠마 아드보게 작가님 특유의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분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작가님이 들려 줄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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