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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율리 체 외 지음, KATH(권민지) 그림, 배명자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평점 :
돌잡이 때 판사봉을 잡았다는 것만으로 미래의 판사가 된 것 같이 구는 우리 집 꼬꼬마는 그래서인지 법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판사의 역할을 궁금해하고 재판에 대해 묻기도 하는데 그런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아할 만한 책이 있어 권해봤어요.
도서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인데 제목만으로도 흥미롭죠?
제목처럼 아이들이 재판을 직접 준비하고 경험하는 내용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판 과정을 이해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등, 법 개념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야기는 마리에의 샌드위치가 없어지면서 시작돼요. 매번 지속적으로 마리에의 샌드위치만 분실되면서 반 친구들은 도난 사건을 직접 해결해 범인을 잡기로 하죠.
피해자 마리에와 용의자로 지목된 콘라트, 그가 범인임을 확신하는 토르벤, 콘라트가 범인으로 몰리는 이 상황이 부당하다 느끼는 미카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재판이 이루어져요.
마리에 가방을 건드는 콘라트의 사진을 찍으며 범인을 확신하는 토르벤과 반 친구들은 딱히 부인하지 않는 콘라트를 범인 취급하며 비난하고 괴롭힘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런 과정들에서 요즘 문제시 삼는 딥페이크, 가짜 뉴스, 마녀사냥, 왕따와 집단 폭력 같은 사회 문제까지 보여주고 있어요.
다행히 이성적인 몇몇 아이들의 제지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하죠. 아이들끼리 하는 재판이지만 꽤나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진행돼요.
법적으로 판결이 나기 전까지 모두가 무죄이고 범인이 아닌 피고인이라고 불러야 하며, 판사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배제한 채 공정해야 하고, 변호를 맡은 아이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 무죄임을 또는 범인임을 주장하기까지 완벽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도서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읽고 나면 누군가의 섣부른 의심이 억울함을 만든다는 걸 새삼 떠올리니,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에 있어 휩쓸리지도 말고 더욱 조심해야 함을 아이에게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 역시 책을 읽으며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재판이 필요한 이유와 재판 진행 과정을 배운다는 걸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요.
부록으로 형사 재판의 개념을 잘 설명해 놓아서 아이가 그동안 궁금해했던 범인을 잡고 처벌하기까지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동화책이지만 이보다 더 재판에 대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은 없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재판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면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합니다’를 꼭 읽게 해주세요. 친구들의 크고 작은 트러블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