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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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임종욱, 어문학사, 20170112)

 

조선 중기의 속종 때의 인물인 김만중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숙종에게 장희빈 관련한 직언을 하다 절해고도인 남해에서 유배 생활 중에 발생한 각종 풀기 어려운 사건들을 특유의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풀어 가는데 그야말로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 만큼 작가의 김만중에 대한 집착은 소설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소설 속의 김만중은 유배를 온 고관대작이 아닌 암행어사와 같이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를 도우는 남해현의 수석포교 박태수, 호위무사격인 호우와 시종인 아미, 제자 나정언 등의 인물들이 어느 추리소설처럼 소설을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또한 김만중 실제의 인물과 거의 유사하게 성격이나 사고방식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김만중이 뛰어난 유학자이지만 불교와 도교에도 아주 해박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은 소설 속에 잘 나타나 있는데 특히 제9화 춤추는 알리바이에서 방점을 찍고 있고, 김만중의 어릴 때 이름이 강화도에서 피난을 나오다가 배 위에서 태어났다하여 “船生”이라고 한 것도 알았다.

 

 

지금은 다리로 이어진 육지이지만 조선시대의 남해는 절해고도의 귀양지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소설 속에 나타난 남해의 풍광과 지명을 그대로 살려 현장감과 소설의 사실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다소의 비약과 과장이 있지만 합리적이고 현실을 잘 반영하여 풀어가고 있는 것이 소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특히 인물들 중에서 포교인 박태수는 적절하게 타락하고 적절하게 정의감이 있는 인물상은 바로 우리의 이웃 아저씨를 연상케 하고 있으며,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서 고뇌하는 우리의 인간군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김만중은 기사환국 당년인 1689년 윤3월에 남해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거의 1년 동안의 시점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데, 제10화 왕이 보낸 밀지에서는 국왕의 밀명으로 한글소설인 사씨남정기를 집필했는데 이는 남인의 권력남용에 대하여 경계하고 정치를 바꾸고 민심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숙종은 밀지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터 잡기를 할 의향을 김만중에게 보였고, 정국에 큰 변화를 가져올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김만중은 쉰여섯 살인 1692년 4월 30일에 남해에서 죽게 되어 소설의 여운과 맞지 않아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유복자로 태어난 김만중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유배 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혼절한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고, 어머니의 유지를 따르기 위하여 한글소설을 적는 김만중의 정성이 오롯이 전해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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