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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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신정일, 2016.5. 세종서적)

우리들은 수많은 책들 속에 보석같이 빛나는 명문들을 수없이 많이 만난다. 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동화시키지 못하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을 것이다. 작가가 얘기하는 바가 가슴에 와 닿도록 읽는 이의 인생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슬픈 실연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들 마음이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들이 누구나 실연의 아픔을 겪어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 인생도 다들 비슷하게 냉혹한 현실 속에서 때론 실패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일들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 고전 속에 빛나는 명문장을 발견하면 동화하고 감탄하는 것이리라. 아는 만큼 보이고,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겪은 것만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작가가 서문에서 한 말이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영혼을 뒤흔들기도 하고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의미심장한 문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고통과 절망을 견디며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기도 하고, 일엽편주에 온몸을 맡긴 채 대양을 떠돈 뒤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이 화려하기 보다는 특이하다. 문화사학자로서 오로지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수만 권의 책을 읽었고, 한국의 10대 강을 도보로 답사하고, 400여 개의 명산을 올랐고, 지금까지 저술한 책이 70여권이 된다고 하니 뭔가 범생인 우리들하고 차원이 다른 사람 같다. 단순 산술방식으로 일 년에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100권 읽을 수 있다 해도 30년이라 해봤자 3,000권을 읽을까 말까 할 것이고, 매주 명산을 1개씩 오르고 10대강을 도보로 다 돈다고 해도 20년이 걸리고, 책을 1년에 2권씩 집필해도 70권이니 35년이 걸릴 텐데, 단순 조합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시간과 열정의 양이다. 현대인들이 바라고 꿈꾸는 돈, 그 돈만 있으면 세상에 그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작가가 믿는다. “우리는 수백만 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드미트리가 한 말처럼 자신 자신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라고. 영문도 모르고 태어났다가 돌아가는 인생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만큼 궁극적인 질문이 있을까요? 우리는 평생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책들 속에서 찾고 있습니다. 주제와 형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책을 쓰는 모든 작가들은 인생을 사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합니다.’와 같이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책속에서 찾았고, 이 책은 지금까지 발견한 해답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한 보통 사람들은 작가와 같은 삶을 살지는 못할 지라도 [일야현자경]에 나오는 “지나간 것을 좇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은 마음에 두지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렸으며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만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라. 흔들림 없이 동요 없이 오직 오늘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라.” 와 같이 현실에서 아옹다옹 살아가야 하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살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과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이기 보다는 고단한 인생에서 건져 올린 한 줄기의 빛과 같은 문장들이 마음과 영혼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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