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 - 21세기 중국은 왜 이 길을 선택했나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1
권기영 지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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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 (권기영, 2016.5.푸른숲)

1980년대 후반에 공산주의국가의 쇠퇴와 더불어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인 측면에서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변화하였다면, 현재의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파워에서 명실공히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유독 문화적 측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중국 정부도 같이하여 21세기 들어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을 국가 비전으로 삼고, 이를 위해 문화산업을 국민경제 지주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수립했고, 이를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와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해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시키고자 하며,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형성할 이미지를 전통문화로부터 찾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고, ‘공자’는 중국의 전통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1919년 5‧4신문화운동을 이끈 지식인들은 중국이 낙후한 원인을 ‘전통’에서 찾았고, 1940년 에 발표한 ‘신민주주의론’ 및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 역시 중국 경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봉건주의 잔재’라고 주장했는데, 1990년대 들어 중국식 개혁가방 정책에 따라 이러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사회주의 체제에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력을 향상시키려는 정책과 대외적으로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화교들의 자본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서 전통문화가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던 공자에게 느닷없이 화해를 청한 것이다. 더구나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후진타오 정부는 ‘화해사회 건설’을 국정 이념으로 내세우며, 개혁개방이 낳은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모든 계급, 계층의 이익이 ‘화해’를 이루는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자 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과거와 같은 ‘투쟁’의 방식이 아니라 ‘화해’의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화해’ 사상이 서구 문화와는 다른 중국 전통문화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갈등 해결 방법 중 하나가 지역 간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균형 전략으로, 이것은 문화산업 진흥을 통해 소외된 지역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10여년간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을 지내면서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코드로 중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각이 돋보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작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재 중국은 이미 ‘마르크스’는 이미 ‘공자’에게 압도당한 느낌이며, 중국 정부가 아무리 사회주의 가치와 문화를 강조하더라도 대중과 접하는 문화시장에서는 이미 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서구에서 실패한 사회주의 이상은 중국 전통과의 결합을 통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상을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 역시 ‘주체사상’을 기본으로 북한 특색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하고자 하지만, 개혁개방 없이는 인민을 결코 배불리 먹여 살릴 수 없을 것임을 인식하는 날이 빨리 오리라는 것은 세계역사의 흐름과 인간 본능과 의식을 전제로 한다면 자명하다.

중국 정부의 이데올로기 주도성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다변화하는 21세기 시대에는 결국 정부 주도의 문화산업 발전과 통제에는 일정한 단계에서는 한계에 달할 것이며, 이미 경제체제는 자본주의화한 상태에서 정치체제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는 데는 아무리 중국식이지만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수많은 민족적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중국의 국가적 과제도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한반도와 가장 밀접한 중국의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중국의 실체적 진실을 계속 알아가야 하는 사명감이 느껴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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