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낯
신동윤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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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공산주의국가의 쇠퇴와 더불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그 동안의 국제질서를 지배하였던 정치체제였다면 최근 중국의 부상과 함께 양극체제의 부활 혹은 다극체제로의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논란의 중심에는 당연 중국이 있고, 우리나라와 인접하여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국가가 중국이 아닌가 하며, 앞으로도 세계 역동성의 중심에서 계속 상호 작용하리라 본다. 이 책은 이러한 격변하는 중국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며, 중국에 대한 개론서 혹은 안내서라고 할 수 있고, 작가의 오랜 중국 생활과 연구에서 우러나오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어느 정도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과,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의 발전하는 모습이 20년의 차이를 두고 너무나 닮았다고 하는 점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에 자본주의식 계층 분화가 시작되었고, 신흥부유층의 형성 과정이나 사회계층의 세습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심각한 양극화 문제까지도 판에 박은 듯이 유사하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경쟁 중심으로 짜인 교육구조로 인해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 외모지상주의 문화 풍토, 체면을 중시하여 결혼 비용 평균이 베이징 202만위안(34천만원)인데 이는 2014년 베이징 샐러리맨의 평균 연봉이 84천위안을 봤을 때 26년을 한푼도 빠짐없이 모아야 결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주택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소득에서 지출되는 임대료 비율도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까지 닮았다. 세계은행은 PIR지수(연간 소득분의 구입 가능한 집값)를 소득대비 5:1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미국은 3:1, 일본은 4:1수준이지만 중국은 평균 10~20:1에 달하는데 이도 한국과 유사하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적은 中國書라서 그런지 그런 유사한 점만 눈에 띄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많이 닮았다.

물론 동아시아적 문화 유산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고, 유교와 불교 등의 정신적 가치도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결론일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두렵기조차 하다. 안타까운 것은 자본주의 경제 방식을 채택하면서 한국의 각종 부정적인 천민자본주의 모습까지도 너무나 닮았다는 측면이고, 두렵다는 것은 정치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종속을 염려해야 하는 측면이다.

 

이 책을 보면서 중국의 각종 문제가 모순 구조의 심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해본다.

먼저,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공산당의 일당 정치체제가 상호 모순이다. 계획경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업의 부담은 경감시키고 개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했다. 개혁의 기본 방향은 계획 경제의 메커니즘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정치와 기업을 분리시켜 국영기업의 경영자주권을 보장해주었다. 이렇듯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식인데 정치체제는 공산당의 일당체제인데 얼마나 공존할지, 얼마나 지속될지 많은 의문이 든다.

둘째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공자 부활 정책 자체가 아이러니다. 공산주의 이념은 유물론이고 공자의 사상은 유심론이 핵심인데,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두 사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며, 탄압받았던 공자 사상이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지 작가가 설명한 것은

(1) 중국 정부와 공산당 입장에선 개혁개방으로 약화된 사회주의 이념의 빈자리를 대신할 구심점이 필요했는데, 서구종교와는 달리 현실에 기반을 두어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 공자의 사상을 사회를 통합할 새로운 이념으로 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면서도 중국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통치철학과도 일치한다는 점이다. (2) 세계 각국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이후 패권을 추구할 것이라는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며 중국을 경계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희석하기 위해 인간의 도리와 예절을 강조한 공자를 내세움으로써 중국의 성장이 패권이나 팽창주의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3)중국공산당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小康社會, 大同社會, 화해사회 건설은 공자의 사상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논리로, 중국공산당의 목표와 공자가 바라던 이상향의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에 공자의 사상을 통해 공산당 지배의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4) 공자의 인의예지 사상은 한자녀 정책과 입축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잃게 된 젊은 세대의 인성교육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경제발전과 빈부격차의 심화되는 모순 구조다. 세계경제의 G2로서 연평균 성장률 10%, 향후 미국의 경제규모를 뛰어넘는 경제 발전 속도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중국 경제가 다원화되면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의해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지는 부정적인 모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넷째,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반드시 호구제도가 자리 잡고 있는데, 개혁개방 이전까지 농민이 도시주민으로 전환된 사례는 연간 1.5%에 불과할 정도로 도시와 농촌간 계층 이동은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로 계층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고, 빈부격차와 사회복지 제도 및 대학입시 제도까지 호구제도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사회문제가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의 변화를 보면서 과연 북한이 이러한 개혁개방정책을 답습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의 미래는 분명 암울한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의 두 요소가 있지만, 어떤 측면이던지 한반도 정세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어쩌면 미국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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