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출판 20주년 일러스트 특별판 윷놀이 세트 - 전4권
이영도 지음, 백성민 그림 / 황금가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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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마음에 듭니다! 요즘 물가에 이런 퀄리티로 이 가격…? 그냥 거져주는거라고 생각… 한정판인데 못 샀으면 땅 치고 후회할 뻔했음… 특히 윷놀이 꼭 사세오 샹각보다 음각(?)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감탄함. 아끼느라 쓰진 못하겠고 관상만 할게요^^ 그리고 자개머그 꼭 사세요 사진보다 영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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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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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묵직한 무게감과 두께 때문에 읽을 엄두가 안 났던 책이 바로 <인류의 미래>였다. 내가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이고, 소개글도 마음에 드는데 왜 시작을 못할까?

그건 바로 두께 때문이다.

요즘 장문을 잘 안 읽는터라 천문학 베스트셀러고 뭐고 덜컥 겁부터 났었다. 아, 읽다가 금방 포기하지 않을까? 하고.

아니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저녁, 밤까지 내리 읽어야 하는 양이었지만 (정말 놀랍게도) 폰도 건드리지 않고 책만 읽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재밌었고, 흥미진진했고, 상상력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는 책이었다.

천문학도 SF도, 심지어 과학분야 도서라면 질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물론 나도 전자기계공학 분야는 관심도 없고 질겁을 한다.) 그치만 달보러 천문대에 가고, 복잡한 우주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우주선 발사라면 열광을 하는 한국인들-최근의 대중들이라면,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진 않다.

이 책은 수준 높은 과학지식을 가진 독자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딱 '관심' 정도의 흥미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게 저자 미치오 가쿠의 능력인 듯 싶다.

나도 천문학에 관심은 많지만 실상은 SF 공상과학에 쏠려있는 경향이 커서 진짜 과학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런 과학 일자무식, 천연 문과생인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고, 괜히 대중서가 아니지 않은가? 눈높이는 나 정도 일반인들도 다 읽을 수 있게 낮추었고, 상상하는 재미는 두 배로 살렸다.

옮긴이 말마따나 저자 미치오 가쿠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SF에 대한 열린 마인드, "초긍정" 미래관을 가질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그랬다!

과학계에선 뭐 말도 안되는 소리로 여겨질 수 있어도, 미치오 가쿠와 같은 "초긍정" 미래지향적 태도를 가지고만 있으면 우리 인류의 문제들은 곧 풀릴 것 같고, 우리가 은하를 지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뭐 시간이 문제겠지만.

우리가 저자를 따라서 신나게 머나먼 미래까지 상상이 나래를 뻗고 있으면 옮긴이가 이따금씩 나타나 뼈를 때리는 말도 던져주기도 했다.(.......ㅜㅜ)

화성에 간 지구인은 슈퍼맨과 비슷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둔한 사람도 금방 흥미를 느낄 것이다.

(사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지구에서 테스트를 거칠 때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_옮긴이)

화성에서의 스포츠 편

화성에 가서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겠어! 하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저걸 보고 만성 운동부족인 내 저질체력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 운동 해야겠구나!

옮긴이의 신랄한 말 릴레이는 꽤나 많다.

우주에는 왜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은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물질의 100억분의 1이 대폭발의 와중에 살아남았고, 그중 일부가 인간의 몸이 되었다....

(그런데 왜 반물질이 아닌 물질이 남았을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만일 반물질이 남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물질'이라 부르고, 지금의 물질을 '반물질'이라 불렀을 것이다. 자기 몸의 구성성분에 '반'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_옮긴이.)

반물질 우주선 편

(저자는 고등학생 때 혼자서 입자가속기를 만들었다.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얼마든지 자랑할 만하다. 미치오 가쿠는 이 경력을 인정받아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했다_옮긴이.)

가끔은 저자의 재치있는 비유들과 일화, 인터뷰 내용도 생생하고 좋지만, 옮긴이의 신랄하고 솔직한 역주가 웃겨서 중간중간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ㅋㅋㅋㅋ

더불어 역주에서는 저자가 어떠한 예시를 들며 설명하면, 옮긴이가 유튜브에 검색해보라고 키워드도 알려준다. 이를테면 "colliding galaxies"를 알려준다.

https://youtu.be/lXy3B2K47Qg


설명하자면 우리 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충돌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이다.

충돌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면 두 은하가 서로 주변을 선회하며 죽음의 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렇게 옮긴이 말에서 웃음코드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초긍정 미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여느 과학자들처럼 '안된다'고 못박아두지 않는다.

"인류는 과거 한때 자신이 숭배했던 신이 될 운명"이라고 하질 않나,

만약 우리가 외계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벌레의 눈을 가진 괴물이 아니라 조그만 자기복제로봇일 것"이라고 하질 않나,

외계행성을 본격적으로 탐사하려면 "수명을 늘리고, 생리기능을 조정하고, 유전자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

당연히 전제조건은 따라붙는다. 시간이 문제라는 거다.

그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번 세기 말 또는 다음 세기 초에 실현가능하다고 하거나, 적어도 50년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거나, 이번 세기에는 불가하다고 단정하거나, 또는 아예 수만년이 걸린다고 (나름 구체적인) 시간까지 알려준다.

현실가능성 없음-하고 못 박는 것보단 아예 그래, 수만년이 걸릴 것-이라고 해주는 편이 희망차다.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앞으로의 미래세대를 낳는 거 잖은가! 이런 면에서 미치오 가쿠의 '인류의 미래'를 논하는 태도가 (적어도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공상과학이라고만 여겼던 것들이, 이렇게 물리학자 입장에서 아 이건 되고 저건 투머치 타임이고, 이런 식으로라도 말해준다면 상상력이 막히진 않을테다. 난 뻔뻔한 상상력을 사랑한다.

화성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화성 식민건설계획을 꽤 타당해보이게 늘어놓고, 명언들도 군데군데 잘 집어넣는다.

어차피 우리 삶 자체가 편도여행이 아니던가? 화성으로 진출하여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도 보람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항공공학이자 화성협회 설립자 로버트 주브린의 말

주브린 박사는 한편으론 매력있는 이론도 말한다. "지구생명체의 고향이 화성이라면 그들은 지구의 대기성분을 바꾸고 지형을 다듬고 바다를 만드는 등 모든 환경을 그들에게 알맞게 개조해온 셈이다."

하기사 그렇다. 화성에 가는 건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몽상가의 헛소리가 아닐 수 있다.

지구에서 손꼽는 거부이자 대통령과 의회와 소통이 가능하고 <워싱턴포스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제프 베이조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달 편

아 누가 뭐래도 중요한 건 시간과 돈이라 이거다.

NASA도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고달픈 연구기관이라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구자금, 그러니까 '돈'이 필요하다. 난 과학자들은 자존심 때문에 돈돈 그러지 않을 거라는(?) 상상 속에 빠져있던 것 같다. 여기서 저자는 돈이 있어야 뭐든 한다고 골백번은 강조했다. 그래서 미국이 성과가 흐릿한 NASA에 지원금 대주기를 힘들어 하고, 그래서 우주연구가 개인기업가들 손에 넘어가게 된 거다.

그 중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내 롤모델이 될 뻔했다. 돈 많고 꿈 많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돈까지 충분한 사람이라니!

(저자가 직접 말한 것처럼 그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를 닮았다. "무모하고, 용감하고, 관습타파에 적극적이고, 혁신적이면서, 똑똑하다.")

근데 역시 개인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아직까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달의 소유권문제가 걸리게 된다. 개인들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수익성, 부의 창출을 위해 소행성까지 손을 댈 거라는 말도 있다. 아니, 잠시만. 달의 '소유권'이라니, 누가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느냐고! 바로 이 책에서 그렇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지나갔을 부분도 진지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재밌다.

아 진짜 허무맹랑한 건 짚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인 눈높이에도 맞춘 대중과학서이긴 하지만, <과학서>라는건 확실하다. 이 책은 <과학>서다. 그리고 저자는 SF소설저자가 아니라 <과학자>다.

"환상적이지만, 환상은 아니다!"

세간에 알려진 UFO 동영상 상당수는, 그냥 하늘에 얌전하게 떠 있는 금성이다.

UFO에 대해서는 사실 별 말이 없다. 그냥 없는 것 같다.

또 인간이 우주여행, 성간여행을 할 수 있는지와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1. 다세대 우주선을 만들고 2. 여행동안 가사상태에 빠지거나 3. 수명에 몇 배로 길어야 한다고 한다.

뭐, "수명이 충분히 길어진다 해도 지금처럼 나약한 육체로 성간여행을 강행하면 위험에 처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 말도 자주 하지만 결국은 희망차다. 디지털 영생, 마음을 우주에 쏘아보내는 거다!

<인류의 미래>를 읽다보면 외계인UFO를 찾으러 다니던 나 자신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찾아든다.

외계인은 아마도 염력과 초능력, 영생 등 우리가 꿈처럼 생각하는 모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크게 향상된 존재일 것이다. 양자역학을 해결하여 벽을 마음대로 통과할지도 모른다. 가만... 천사가 바로 그런 존재아니었나?

데이비드 그린스푼

고도지능, 고도문명의 외계인 사회가 왜 지구를 찾아오겠는가? 우주선 타고 날아가다가도 지나쳐 가버리지 않겠는가? 아니, 그렇게 고도로 발전된 외계문명에 핵무기를 쏴대는 건 어느 나라 발상인가? 그리고 일단 그렇게 고도문명발달을 위해서는 장기간 생존해온 포식자일테고 이미 인간은 해결하지 못한 수수께끼-빛이라던가-를 해결해서 지구에 도래했을텐데 적대감을 가지는 건 뭐고, 생존을 거듭하며 평화의 지혜를 깨달았을 외계인이 무작정 지구를 정복하려 들거란 생각은 왜 드는가?

"외계인들은 생물학적 진화단계를 넘어선 신생물학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언젠가 인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읽다보다 보면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먼저 놀라고(박사니가 당연한 건가?), 둘째로는 SF소설과 영화를 대체 얼마나 본 건지 끊임없이 인용되는 어구들에 놀라고, 셋째로는 온갖 유명한 사람과 다 만나본 것 같은 발넓은 인맥에 놀라게 된다.

SF소설, 영화. 이 부분은 정말 SF마니아같았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당연하고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웬만한 건 다 본 듯하다. 여러모로 대단하다.

또 마지막으로는 인싸력 .......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누구와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소통능력"을 가진 것 같다. 다큐도 많이 출연하고, 쇼도 많이 출연하고, 이름들어봤음직한 과학자들과는 모조리 다 만나본 것 같다.

그래서 읽다보면 내용이 풍부해서 좋고, 저자의 초긍정 미래관에 감화되어서 더 좋다. 초긍정 미래관이 왜 좋은지는 옮긴이의 말로 알 수 있다.

왜 미래에 대해 초긍정 태도를 가지면 좋은가?

이 책은 나에게 생전 처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했다. 환상적인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걸 못 보고 죽는다면 저승에 가서도 한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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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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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에 대한 전반들은 교양수업을 듣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 과목 이름이 국제정세의 이해, 였는데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주요 국제이슈, 분쟁을 다룬 수업이었다. 거기서 난 (세계경찰국가라는) 미국과 온갖 군데로 얽히고 섥힌 다양한 분쟁국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반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휴전중인 전시국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전시상태에 대한 위기감 따위라곤 없었던 평범한 한국 국민으로서 끝없는 폭력에 노출된 상태란 아주 먼 나라, 다른 세계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잠깐이나마 정외과 복전을 했었고, 유엔평화유지군이 어느 나라들에 파견되고 있는지, 패권국가 미국이 어디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지, 얕게나마 알게 되었지만 그 뿐이다. 눈앞에 닥쳐온 광화문 시위와 계엄령 선포 위기라는 국내정세만으로도 불안해한다.

우리나라가 여타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적어도 현재는) 폭력을 휘두르는 나라가 아니라 다행이었고,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들 대다수가 그런 표면적인 사실에 안심하며 외면하며 살고 있을 거다.

폭력과 비폭력 사이, 그 차이가 종이 한장 뒤집는 것 마냥 쉬운 일이라는 걸 몰랐다. 국내외 정치상황이든,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이든, 아니면 단순히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저지른 행동이든, 그 이유가 뭐든 간에 우리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비폭력으로부터 추방당할 수 있다. 반대로 비폭력으로 회귀하는 일은 너무나 더디고 힘들어 보인다.

저자 김영미씨는 어떤 이집트 학생과의 대화로 아주 간단하게 민주주의를 정의해냈다.

"아줌마,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예요?"

"너는 어떤 나라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니?"

"사람을 총으로 죽이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민주주의잖아요."

"아줌마 나라는 더 이상 총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단다."

"아...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군요. 부러워요."

2011년, 아랍의 봄,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물론 그게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의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아주 간단하게 사람을 죽이고 생명을 우롱할 수 있는 총과 칼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미국같은 아주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물론 총기허용국이지만)/ 대부분의 자유와 평등과 기타등등의 이상들을 추구해야할 가치로 삼는 나라들은 적어도 사람을 총 쏴 죽이는 일이 공공연하지 않다.

전쟁, 내란, 약탈, 납치, 온갖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고자 총을 든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야 반복되는 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 거다.

저자는 이 '희망마저 그을린 비극의 현장'을 몸소 방문해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그것을 전세계와 한국에 알리기 위해 고난을 무릅쓰고 보도한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국제분쟁전문PD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참상, 기원, 현황을 상당히 쉬운 눈높이에서 짚어준다.

애초에 서문에 적힌 것처럼, 이 책은 세계사 교과서가 될 수 있고, 세계각국의 아이들과의 대화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청소년(대학생)들은 그동안 수능 공부하느라 바빴기에 '그런 것'은 잘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럽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서 듀랜드 라인 토론에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한국인 학생들에게 저자는 왜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대답이다.

수능공부에만 목맨 한국청년들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난 유럽여행씩이나 가서 멋진 관광지, 맛있는 음식에 더 관심이 가고, 남의 나라사정에 별 관심없는 그 청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긴 했지만 .... 어쨌든 그 남의 나라에 관심없는 태도가 문제였겠지.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상관도 없는 남의 나라를 둘러싸고 왈가왈부해야하느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꼼꼼히 정독하길 바란다. 손석희대표의 추천사 말마따나 "김영미PD는 '왜 싸우는가'에 대한 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 답은 그녀가 발로 뛰고 몸으로 구른 취재현장에 녹아들어 있다.

전쟁의 시대가 계속될 필요는 없잖은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엔 소년병이 총을 쥐지 않아도 될 나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 사실들을 죄다 묻어둔 채 사상적, 정치적으로만 갑론을박하는게 나을까?

아니다. 미래를 위해선 분쟁의 참상과 진실을 알고서 그런 짓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사는 것보다 중요한게 뭐란 말인가?

"레바논이 전쟁 중이라 해도 사람은 살아야지요. 나는 이스라엘이고 팔레스타인이고 따지고 싶지 않군요. 사람이 살아야 싸우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그를 보며 아마도 레바논 전쟁의 해답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레바논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의사 마하르

이 책은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동이슬람국가들과 미군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문제, 인도와 파키스탄 문제, 아프리카의 끝없는 내전상태, 이런 상황들을 전혀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쓴 말투가 구어체인데다가 역사적 상황, 종교개념 등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준다.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보던 사람이라면 복습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고, 그런 배경지식 없이 처음으로 읽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흥미있는 부분만 봐도 된다.

어차피 경험 위주의 취재담이라서 대부분 생동감 넘치는 묘사들이다. 경험들이 슬프고, 충격적이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미군이 사건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17세 아프가니스탄 청년을 사살하는 일이 벌어졌지. 미군은 청년이 탈레반이라고 했지만, 청년의 가족은 우연히 구경하러 갔을 뿐이라고 항변했어.

진실이야 어쨌든, 청년의 장례식 날에 너무도 슬프게 우는 그의 동생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팠단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슬피울던 열다섯 살 소년은 ... 형의 복수를 위해 미군을 죽이러 탈레반이 되었다는 거야.

이렇게 전쟁에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동료가 희생되자 사건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굴레는 끝이 나기는 날까? 선제공격을 한 이가 누구이든 복수는 복수를 낳고, 또 다른 복수를 낳고 ... 끝이 보이지 않는 증오로 일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치유될 수 있을까? 가족을 잃은 탈레반이든, PTSD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지 못하는 미군이든, 상처만 남는다.

나는 (이스라엘 아이인) 벤저민에게 "팔레스타인 아이들도 너랑 똑같은 아이인데, 그 아이들이 다치면 아프지 않겠니?"하고 말했더니, 벤저민이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 괜찮아요."라고 대답해서 충격을 받았단다.

가족의 가족으로 대물림되는 복수. 아이들은 사랑과 평화와 공존과 그런 것을 배우기 이전에 상대에 대한 증오부터 배운다.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보다 중요한 복수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세대들에 미래가 있을까?

이날 시위에서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원한다는 피켓이 있었단다.

사람들은"대다수 유대인, 아랍사회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라고 소리쳤어.

이날 유대인 성직자들도 시위에 참가했는데 "유대인은 복수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설교했어.

이렇게 평범한 시민은 팔레스타인이건 이스라엘이건 평화와 공존을 원한단다.

이스라엘인 아이가 죽자, 팔레스타인에서 어머니들이 위로를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고, 반대로 팔레스타인인 아이가 (보복성으로) 죽게 되자, 이스라엘에서 어머니들이 위로를 위해 장례식에 나타났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는 일에는 국경도, 전쟁도 아무 필요 없었어."

그래 맞다. 피의 복수는 서로의 파멸 밖에는 남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문제나 국경문제나 그런 것보다도 가족들이 죽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길 바란다. 이념과 사상과 내 나라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일단 사람이 살아야할 것 아닌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들은 제 몫이 좀 더 크길 바라는 욕심들이다. 천연자원이 많고, 광물이 많고, 석유가 많고, 그것들이 분쟁의 씨앗이라면 그걸 차지하려고 아귀다툼하는 욕심의 주체들이야말로 분쟁의 근원이다.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가 모두 고갈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 아들은 나 같은 소년병이 되지도 않을 거고요. 우리는 이 세상 다이아몬드가 다 없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년병 출신의 코바

이렇게 국가 원수 한사람의 욕심이 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치만 정말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내란, 약탈, 납치를 일삼을 수도 있다.

"이 나라(소말리아)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미친 것뿐이야. 앉아서 굶어 죽거나, 아님 해적질이라도 해서 입에 무언가 넣고 목숨을 부지하거나 둘 중 하나지."

모가디슈에서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아하마드의 말

소말리아는 여러모로 충격적인 나라다. 기아 인구가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국제구호물품도 훔쳐가기 일쑤다. 식량을 뺏기 위해 국제연합도 공격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원조도 끊겼다.

저자는 중동-아프가니스탄이 중세 시대같았다면, 소말리아는 석기 시대 같았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학교의 기능이 정지되어 해적질이 뭐가 나쁜지 모르고, 죽지 못한 사람들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라 했다.

종교, 사상, 이념, 국가, 국경, 자원. 고차원적인 욕심대상들이 없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땅은 언제든지 총과 폭탄으로 유린될 수 있고, 짓밟힐 수 있다. 그냥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거다. 근본적으론 정치가 문제겠지만 결국 국제사회로부터도 고립되고 국민 대다수가 기아상태 또는 사지 하나 둘씩 사라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쟁은 정말 싫다. 폭력에 휘둘리는 것도, 죽음의 공포에 떠는 것도, 주입된 사상에 목숨 바치는 것도 싫다.

그런데 전쟁이란게 "언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것도 끔찍하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왜 싸우게 되었는지 원인결과를 밝혀주면서, 동시에 와, 이 따위 것 때문에 여즉 싸우는 건가? 싶게 만든다. 특히 레바논이라던가, 체첸의 경우가 그랬다.

"지금 나는 안전한 나라에 사니가 나하고 상관없다고 언제까지 장담하지는 못해. 지금 시리아 전쟁은 그 불똥이 유럽으로까지 튀고 있어."

나는 요즘 전쟁의 시대가 지척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보다 긴 집권을 목적으로 전쟁 도발도 일삼는 큰 나라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는 한반도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언제라도 집권자들이 들고 일어나 전쟁을 발의해버릴 것만 같다.

전쟁은, 그리고 그 여파는 나하고 상관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정말로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그래도 우리는 세계가 왜 싸우는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슬픈 비극이 자꾸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잖아. 이제 또 다른 괴물이 안 나오게 우리가 다른 세상 소식에 관심을 좀 더 가져보자.

앗, 덧붙여 김영미 저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소개해보겠다.

이 책은 일단 취재담, 인터뷰내용 등을 각각의 파트에 살렸기 때문에 정말 생동감 넘친다.(그래 실은 재미보다는 슬프고, 감동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이 이 모든 원흉같이 느껴진다. 석유 욕심 많고, 천연자원 욕심 많고, 지정학적 이점에도 관심많고, 최대한 많은 우방국도 가지고 싶고, 사상적인(종교적인) 우월감도 모두모두 다 가지고 싶은 욕심많은 미국.......

솔직히 이렇게 느껴지긴 하지만 일단 뭐, 미국은 (아직) 원탑인 패권국가고(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문화면에서든), 세계경찰국가로 자부하고 있잖은가?(트럼프는 몰라도)

미국이 서방세계수호자,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수호자로서 국제사회에 성과를 보여야한다는 그 체면은 알겠다. 그치만 가끔은 오지라퍼같은 생각이 든다.

세계 평화!라는 이상은 우리세대에 찾아올 수 있을까?

우리 세대는 몰라도 다음 세대엔 어린애들이 총칼을 들지 안항도 되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자세한 건 몰라도 나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이 살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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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에듀윌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기출분석집 - 삼성 인적성 GSAT 무료특강 + 기출분석집 2019 에듀윌 기출분석집
에듀윌 취업연구소 지음 / 에듀윌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상보다 상당히 어려운 직무적성검사 ....그냥 수능 공부하듯이 죽어라고 풀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많은 파트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뭐라도 문제풀이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한, 교재부터 일단 구매해본, <에듀윌 GSAT 기출분석집>... 문제 해설도 굉장히 자세하다. 에듀윌 GSAT 기출분석집을 가지고 풀고 있는데 다른 문제집보다도 이 문제집이 해설이 자세하다고 해서 냉큼 집었다. 게다가 사자성어 요약집도 있음! 에듀윌 GSAT 기출분석집 부록에는 빈출 사자성어가 수록되어 있어서 지하철/버스에서 틈틈이 보기 좋고, 시험직전에도 보기 좋다. 물론 고득점을 위해서는 시간관리가 제일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기출분석집을 열나게 풀어봐야한다는 거... 뭐 암튼간에. 무엇보다 이 책....!!! 구매하면!! 수포자를 위한 무료강의!!!가 있다. 진짜 큰 도움되었다. 수포자라면 이거 사서 풀면서 꼭 무료강의 들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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