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묵직한 무게감과 두께 때문에 읽을 엄두가 안 났던 책이 바로 <인류의 미래>였다. 내가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이고, 소개글도 마음에 드는데 왜 시작을 못할까?
그건 바로 두께 때문이다.
요즘 장문을 잘 안 읽는터라 천문학 베스트셀러고 뭐고 덜컥 겁부터 났었다. 아, 읽다가 금방 포기하지 않을까? 하고.
아니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저녁, 밤까지 내리 읽어야 하는 양이었지만 (정말 놀랍게도) 폰도 건드리지 않고 책만 읽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재밌었고, 흥미진진했고, 상상력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는 책이었다.
천문학도 SF도, 심지어 과학분야 도서라면 질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물론 나도 전자기계공학 분야는 관심도 없고 질겁을 한다.) 그치만 달보러 천문대에 가고, 복잡한 우주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우주선 발사라면 열광을 하는 한국인들-최근의 대중들이라면,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진 않다.
이 책은 수준 높은 과학지식을 가진 독자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딱 '관심' 정도의 흥미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게 저자 미치오 가쿠의 능력인 듯 싶다.
나도 천문학에 관심은 많지만 실상은 SF 공상과학에 쏠려있는 경향이 커서 진짜 과학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런 과학 일자무식, 천연 문과생인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고, 괜히 대중서가 아니지 않은가? 눈높이는 나 정도 일반인들도 다 읽을 수 있게 낮추었고, 상상하는 재미는 두 배로 살렸다.
옮긴이 말마따나 저자 미치오 가쿠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SF에 대한 열린 마인드, "초긍정" 미래관을 가질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그랬다!
과학계에선 뭐 말도 안되는 소리로 여겨질 수 있어도, 미치오 가쿠와 같은 "초긍정" 미래지향적 태도를 가지고만 있으면 우리 인류의 문제들은 곧 풀릴 것 같고, 우리가 은하를 지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뭐 시간이 문제겠지만.
우리가 저자를 따라서 신나게 머나먼 미래까지 상상이 나래를 뻗고 있으면 옮긴이가 이따금씩 나타나 뼈를 때리는 말도 던져주기도 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