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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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묵직한 무게감과 두께 때문에 읽을 엄두가 안 났던 책이 바로 <인류의 미래>였다. 내가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이고, 소개글도 마음에 드는데 왜 시작을 못할까?

그건 바로 두께 때문이다.

요즘 장문을 잘 안 읽는터라 천문학 베스트셀러고 뭐고 덜컥 겁부터 났었다. 아, 읽다가 금방 포기하지 않을까? 하고.

아니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저녁, 밤까지 내리 읽어야 하는 양이었지만 (정말 놀랍게도) 폰도 건드리지 않고 책만 읽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재밌었고, 흥미진진했고, 상상력의 불씨를 다시 지펴주는 책이었다.

천문학도 SF도, 심지어 과학분야 도서라면 질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물론 나도 전자기계공학 분야는 관심도 없고 질겁을 한다.) 그치만 달보러 천문대에 가고, 복잡한 우주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우주선 발사라면 열광을 하는 한국인들-최근의 대중들이라면,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진 않다.

이 책은 수준 높은 과학지식을 가진 독자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딱 '관심' 정도의 흥미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게 저자 미치오 가쿠의 능력인 듯 싶다.

나도 천문학에 관심은 많지만 실상은 SF 공상과학에 쏠려있는 경향이 커서 진짜 과학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다. 그런 과학 일자무식, 천연 문과생인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가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고, 괜히 대중서가 아니지 않은가? 눈높이는 나 정도 일반인들도 다 읽을 수 있게 낮추었고, 상상하는 재미는 두 배로 살렸다.

옮긴이 말마따나 저자 미치오 가쿠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SF에 대한 열린 마인드, "초긍정" 미래관을 가질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그랬다!

과학계에선 뭐 말도 안되는 소리로 여겨질 수 있어도, 미치오 가쿠와 같은 "초긍정" 미래지향적 태도를 가지고만 있으면 우리 인류의 문제들은 곧 풀릴 것 같고, 우리가 은하를 지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뭐 시간이 문제겠지만.

우리가 저자를 따라서 신나게 머나먼 미래까지 상상이 나래를 뻗고 있으면 옮긴이가 이따금씩 나타나 뼈를 때리는 말도 던져주기도 했다.(.......ㅜㅜ)

화성에 간 지구인은 슈퍼맨과 비슷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둔한 사람도 금방 흥미를 느낄 것이다.

(사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지구에서 테스트를 거칠 때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_옮긴이)

화성에서의 스포츠 편

화성에 가서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겠어! 하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저걸 보고 만성 운동부족인 내 저질체력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 운동 해야겠구나!

옮긴이의 신랄한 말 릴레이는 꽤나 많다.

우주에는 왜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은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물질의 100억분의 1이 대폭발의 와중에 살아남았고, 그중 일부가 인간의 몸이 되었다....

(그런데 왜 반물질이 아닌 물질이 남았을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만일 반물질이 남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물질'이라 부르고, 지금의 물질을 '반물질'이라 불렀을 것이다. 자기 몸의 구성성분에 '반'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_옮긴이.)

반물질 우주선 편

(저자는 고등학생 때 혼자서 입자가속기를 만들었다. 은근히 자랑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얼마든지 자랑할 만하다. 미치오 가쿠는 이 경력을 인정받아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했다_옮긴이.)

가끔은 저자의 재치있는 비유들과 일화, 인터뷰 내용도 생생하고 좋지만, 옮긴이의 신랄하고 솔직한 역주가 웃겨서 중간중간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ㅋㅋㅋㅋ

더불어 역주에서는 저자가 어떠한 예시를 들며 설명하면, 옮긴이가 유튜브에 검색해보라고 키워드도 알려준다. 이를테면 "colliding galaxies"를 알려준다.

https://youtu.be/lXy3B2K47Qg


설명하자면 우리 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충돌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이다.

충돌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면 두 은하가 서로 주변을 선회하며 죽음의 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렇게 옮긴이 말에서 웃음코드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초긍정 미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여느 과학자들처럼 '안된다'고 못박아두지 않는다.

"인류는 과거 한때 자신이 숭배했던 신이 될 운명"이라고 하질 않나,

만약 우리가 외계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벌레의 눈을 가진 괴물이 아니라 조그만 자기복제로봇일 것"이라고 하질 않나,

외계행성을 본격적으로 탐사하려면 "수명을 늘리고, 생리기능을 조정하고, 유전자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다.

당연히 전제조건은 따라붙는다. 시간이 문제라는 거다.

그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번 세기 말 또는 다음 세기 초에 실현가능하다고 하거나, 적어도 50년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거나, 이번 세기에는 불가하다고 단정하거나, 또는 아예 수만년이 걸린다고 (나름 구체적인) 시간까지 알려준다.

현실가능성 없음-하고 못 박는 것보단 아예 그래, 수만년이 걸릴 것-이라고 해주는 편이 희망차다.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앞으로의 미래세대를 낳는 거 잖은가! 이런 면에서 미치오 가쿠의 '인류의 미래'를 논하는 태도가 (적어도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공상과학이라고만 여겼던 것들이, 이렇게 물리학자 입장에서 아 이건 되고 저건 투머치 타임이고, 이런 식으로라도 말해준다면 상상력이 막히진 않을테다. 난 뻔뻔한 상상력을 사랑한다.

화성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화성 식민건설계획을 꽤 타당해보이게 늘어놓고, 명언들도 군데군데 잘 집어넣는다.

어차피 우리 삶 자체가 편도여행이 아니던가? 화성으로 진출하여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도 보람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항공공학이자 화성협회 설립자 로버트 주브린의 말

주브린 박사는 한편으론 매력있는 이론도 말한다. "지구생명체의 고향이 화성이라면 그들은 지구의 대기성분을 바꾸고 지형을 다듬고 바다를 만드는 등 모든 환경을 그들에게 알맞게 개조해온 셈이다."

하기사 그렇다. 화성에 가는 건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몽상가의 헛소리가 아닐 수 있다.

지구에서 손꼽는 거부이자 대통령과 의회와 소통이 가능하고 <워싱턴포스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제프 베이조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달 편

아 누가 뭐래도 중요한 건 시간과 돈이라 이거다.

NASA도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고달픈 연구기관이라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구자금, 그러니까 '돈'이 필요하다. 난 과학자들은 자존심 때문에 돈돈 그러지 않을 거라는(?) 상상 속에 빠져있던 것 같다. 여기서 저자는 돈이 있어야 뭐든 한다고 골백번은 강조했다. 그래서 미국이 성과가 흐릿한 NASA에 지원금 대주기를 힘들어 하고, 그래서 우주연구가 개인기업가들 손에 넘어가게 된 거다.

그 중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내 롤모델이 될 뻔했다. 돈 많고 꿈 많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돈까지 충분한 사람이라니!

(저자가 직접 말한 것처럼 그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를 닮았다. "무모하고, 용감하고, 관습타파에 적극적이고, 혁신적이면서, 똑똑하다.")

근데 역시 개인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아직까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달의 소유권문제가 걸리게 된다. 개인들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수익성, 부의 창출을 위해 소행성까지 손을 댈 거라는 말도 있다. 아니, 잠시만. 달의 '소유권'이라니, 누가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느냐고! 바로 이 책에서 그렇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지나갔을 부분도 진지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재밌다.

아 진짜 허무맹랑한 건 짚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인 눈높이에도 맞춘 대중과학서이긴 하지만, <과학서>라는건 확실하다. 이 책은 <과학>서다. 그리고 저자는 SF소설저자가 아니라 <과학자>다.

"환상적이지만, 환상은 아니다!"

세간에 알려진 UFO 동영상 상당수는, 그냥 하늘에 얌전하게 떠 있는 금성이다.

UFO에 대해서는 사실 별 말이 없다. 그냥 없는 것 같다.

또 인간이 우주여행, 성간여행을 할 수 있는지와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1. 다세대 우주선을 만들고 2. 여행동안 가사상태에 빠지거나 3. 수명에 몇 배로 길어야 한다고 한다.

뭐, "수명이 충분히 길어진다 해도 지금처럼 나약한 육체로 성간여행을 강행하면 위험에 처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 말도 자주 하지만 결국은 희망차다. 디지털 영생, 마음을 우주에 쏘아보내는 거다!

<인류의 미래>를 읽다보면 외계인UFO를 찾으러 다니던 나 자신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찾아든다.

외계인은 아마도 염력과 초능력, 영생 등 우리가 꿈처럼 생각하는 모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크게 향상된 존재일 것이다. 양자역학을 해결하여 벽을 마음대로 통과할지도 모른다. 가만... 천사가 바로 그런 존재아니었나?

데이비드 그린스푼

고도지능, 고도문명의 외계인 사회가 왜 지구를 찾아오겠는가? 우주선 타고 날아가다가도 지나쳐 가버리지 않겠는가? 아니, 그렇게 고도로 발전된 외계문명에 핵무기를 쏴대는 건 어느 나라 발상인가? 그리고 일단 그렇게 고도문명발달을 위해서는 장기간 생존해온 포식자일테고 이미 인간은 해결하지 못한 수수께끼-빛이라던가-를 해결해서 지구에 도래했을텐데 적대감을 가지는 건 뭐고, 생존을 거듭하며 평화의 지혜를 깨달았을 외계인이 무작정 지구를 정복하려 들거란 생각은 왜 드는가?

"외계인들은 생물학적 진화단계를 넘어선 신생물학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언젠가 인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읽다보다 보면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먼저 놀라고(박사니가 당연한 건가?), 둘째로는 SF소설과 영화를 대체 얼마나 본 건지 끊임없이 인용되는 어구들에 놀라고, 셋째로는 온갖 유명한 사람과 다 만나본 것 같은 발넓은 인맥에 놀라게 된다.

SF소설, 영화. 이 부분은 정말 SF마니아같았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당연하고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웬만한 건 다 본 듯하다. 여러모로 대단하다.

또 마지막으로는 인싸력 .......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누구와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소통능력"을 가진 것 같다. 다큐도 많이 출연하고, 쇼도 많이 출연하고, 이름들어봤음직한 과학자들과는 모조리 다 만나본 것 같다.

그래서 읽다보면 내용이 풍부해서 좋고, 저자의 초긍정 미래관에 감화되어서 더 좋다. 초긍정 미래관이 왜 좋은지는 옮긴이의 말로 알 수 있다.

왜 미래에 대해 초긍정 태도를 가지면 좋은가?

이 책은 나에게 생전 처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했다. 환상적인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걸 못 보고 죽는다면 저승에 가서도 한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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