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게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의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아주 간단하게 사람을 죽이고 생명을 우롱할 수 있는 총과 칼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미국같은 아주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물론 총기허용국이지만)/ 대부분의 자유와 평등과 기타등등의 이상들을 추구해야할 가치로 삼는 나라들은 적어도 사람을 총 쏴 죽이는 일이 공공연하지 않다.
전쟁, 내란, 약탈, 납치, 온갖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고자 총을 든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야 반복되는 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을 거다.
저자는 이 '희망마저 그을린 비극의 현장'을 몸소 방문해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그것을 전세계와 한국에 알리기 위해 고난을 무릅쓰고 보도한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국제분쟁전문PD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참상, 기원, 현황을 상당히 쉬운 눈높이에서 짚어준다.
애초에 서문에 적힌 것처럼, 이 책은 세계사 교과서가 될 수 있고, 세계각국의 아이들과의 대화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청소년(대학생)들은 그동안 수능 공부하느라 바빴기에 '그런 것'은 잘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럽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서 듀랜드 라인 토론에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한국인 학생들에게 저자는 왜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대답이다.
수능공부에만 목맨 한국청년들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난 유럽여행씩이나 가서 멋진 관광지, 맛있는 음식에 더 관심이 가고, 남의 나라사정에 별 관심없는 그 청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긴 했지만 .... 어쨌든 그 남의 나라에 관심없는 태도가 문제였겠지.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상관도 없는 남의 나라를 둘러싸고 왈가왈부해야하느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꼼꼼히 정독하길 바란다. 손석희대표의 추천사 말마따나 "김영미PD는 '왜 싸우는가'에 대한 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 답은 그녀가 발로 뛰고 몸으로 구른 취재현장에 녹아들어 있다.
전쟁의 시대가 계속될 필요는 없잖은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엔 소년병이 총을 쥐지 않아도 될 나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 사실들을 죄다 묻어둔 채 사상적, 정치적으로만 갑론을박하는게 나을까?
아니다. 미래를 위해선 분쟁의 참상과 진실을 알고서 그런 짓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사는 것보다 중요한게 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