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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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책 리뷰~

달리기에 빠진 후로 모든 글이 달리기 이야기였는데 모처럼의 책 리뷰도 러너가 쓴 책이에요.^^;

코로나 이전에는 대학로 공연 리뷰를 주로 했었는데, 6개월 간의 러너 생활이 내 삶과 생활, 생각 모든 것을 바꿔놓았어요.

이 책의 첫 느낌은 저 또한 러너로써 깊은 공감과 탄식(?)이었어요. 공감은 그러려니 하는데 갑자기 웬 탄식이냐구요?

전 러너로 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책을 제가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뭔가 소중한 것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어요.

아냐. 아냐.

난 나만의 소중한 경험이 있으니까 그걸 기억하고 잊지 말자. 나의 이야기를 쓰면 돼. 나 또한 러너니까.

저도 니타 스위니처럼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기에 그녀의 글 한줄 한줄이 와 닿았어요.

특히 책 서두의 이야기.

마라톤 대회 중 배탈로 간이화장실에서 엉거주춤 볼일을 보는 내내 니가 뭔가 된 줄 알지? 넌 그냥 뚱뚱보 루저야~ 라고 자신을 실컷 비웃고 끌어내리는 지긋지긋한 목소리에 맞서는 그녀의 모습은 시작부터 제 눈시울을 붉혔어요.

러너로서 대회에 나가 간이화장실에서 옷을 추스리고 다시 달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보게 되요.

맞아. 난 러너야!
다시 앞으로 나가는 용기가 있는 한.

니타는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요. 전 우울증은 경험하지 못해서 이 분이 그 정도까지 일상을 고통스러워 하는 이야기에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책 중간 중간, 자신을 죽이려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왜 우리 안에는 우리를 비난하고 깎아내리고 하찮은 존재로 비꼬는 목소리가 숨어 있을까요...

목소리에 대해 많은 공감이 갔어요.

?저도 어둠이 있고 그 어두움 속에 갇힐 땐 무기력해지고 스스로가 뭘 잘하는지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저 또한 새벽에 달리기 시작한 것도 그 어둠에 스며들지 않기 위해서 였는지도 몰라요.

야근. 또 야근. 외로운 시간들.
현 직장에서 16년차. 프로 야근러.

회사에서도 외로운 요즘, 끝없는 일.
팀장이라는 알량한 책임감은 목을 조르듯 저를 눌러대요..

집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
나를 위한 것은 없고 아이들만 남아있는 듯한 공허한 느낌이 들어요.

이 책을 쓴 니타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아닌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 몰라요. 책을 보다 깜짝 깜짝 놀랄 정도로 헌신적인 남편 이야기. 아마도 니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감정 기복으로 잦은 이사를 원하는 니타.

그녀의 요구를 바다처럼 안아주는 그의 모습에 사실 전 니타의 달리기 이야기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어요.

사랑. 진짜 사랑.
무늬가 아닌 진짜. 사랑. 관계.

전에 저는 대학로 공연을 통해 가슴 속 황량한 시간을 달래곤 했어요. 스스로 외로움 속에 빠져드는 게 싫어서. 왜 난 저렇게 화목한 사람이 되지 못할까 하는 자책도요.

이 생에는 더 바라지 말자. 세상은 결국은 홀로서기가 아닐까 하는 반복적인 다짐. 미움. 또 반복...

내가 무서워하는 일을 해야 했다. 하지 않으면 불안은 쌓인다. 억지로라도 밀어붙여야 두려움은 사라진다

내가 무서워하는 일은 뭘까...
운동?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중년의 나이에도 부끄럼 많은 남자사람이란 거?

많은 것들 중에 억지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건 걷기, 달리기에요. 저도 처음에 1km도 아니 500m도 달리지 못했고 금방 헉헉대곤 했어요.

니타의 살쩌버린 몸, 달리기라기보다 걷기라고 불리기 좋을 그 시작을 누군가는 비웃죠. 너도 러너냐구요. 느린 거북이 러너들이 대회 앞에서 알짱거려서 제대로 달릴 수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어요.

전 알아요.
저도 첨에 지금보다 11kg 정도 살이 쩌 있었고, 운동이라곤 숨 쉬는 것만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5km, 10km를 달리게 되고 한달을 꼬박 달리니 군살이 없어지고 나왔던 배도 증발(?)하는 마법을 느껴요.

모든 옷, 바지가 맞지 않는 마법...
하지만 달리기가 가져다 준 건 건강보다 어쩌면 잊고 있던 용기에요.

니타가 책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결국 용기에요. 러너라면 용기가 필수에요. 용기. 도전.

달리기를 시작하면, 어디에 있든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는 니타의 말. 어쩜 제가 느끼는 그것도 그런 느낌이에요.

하루키님의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달리기를 통한 인간의 깊이를 보여준다면 니타의 이 책은 어둠 속에 갇힌 인간이 넘어지지만 결국엔 그 어둠에서 당당히 달려나올 수 있었는지를 보여줘요.

최근 2021 언택트 서울마라톤에서 42.195km를 완주한 제겐 더 특별한 선물 같았던 책.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세상의 수 많은 니타에게 손을 내밀고.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러너라는 걸 일깨워 주는 책이에요.

이렇게 수준을 높여놓으면 나중에 책을 낼 러너들은 어떻하라고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달리는 기술이 아닌 고통을 이겨내는 한 인간의 위대함이 러너든 아니든 모두의 맘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어 반갑기만 합니다.

맞아요. 나는 러너입니다.
오늘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달립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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