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그 원작을 쓴 작가로 알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거장이라고 해요.

뭐 잘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처럼 책을 통해서 이런 작가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제목이 좀 신선해요.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이라니.

꼭 작가 자신같은 직업을 패러디한 느낌 같아서 더 오싹한 느낌이 들어요.

책 뒷표지에 절대 대중교통에서 읽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어요.

그만큼 몰입도가 뛰어난 소설이라는 거겠죠?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묶어있는 책이에요.

다 다른 이야기지만 하나의 공통된 주제가 있어요.

바로 제목에서 이야기한 '추리소설가'가 나온다는 것이죠.

그 중 재미있던 몇 편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세금대책 살인사건은 베스트셀러가 없는 어떤 작가가

어느 해에 꽤 대박을 터뜨려 수입이 늘어서 발생하는 무지막지한 세금 때문에

발생하는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에요.

세금과 살인. 미스터리. 뭔가 묘하죠?

살인적인 세금 이야기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더 섬찟하네요.

예고소설 살인사건도 특별히 재미있던 부분이에요.

음... 우리가 아는 예고소설 이야기는 뭐가 유명할까요?

약간 데쓰노트 분위기가 나는 스토리라고나 할까요.

데쓰노트는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어떤 특별한

노트에 써넣으면 그 일이 일어나서 그 사람이 죽게된다는 이야기였죠.

이 예고소설 살인사건도 그런 비슷한 소재로 보이지만,

정말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가 있어요. 작가의 천재성이 보이는 단편이에요~

마쓰이는 스크랩을 받았다. 신문 가사는 작았다.

사회면 구석에나 실렸으리라,

하지만 마쓰이는 그걸 읽고 흠칫 놀랐다.

제목은 "간호사 교살 사체 마쓰도 병원에서"였다.

"재밌지?" 엔도가 싱글거리며 말했다.

"자네 소설 제1회에 나오는 상황과 아주 똑같아.

우연의 일치겠으나 이런일도 있나 싶었네. 신기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p.166, 히가시노 게이고>

고령화사회 살인사건은...

치매에 걸린 추리소설 작가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에요.

이 책을 쓰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올해로 만 62세로 나오네요.

아직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나이지만, 추리소설 작가가 치매에 걸려서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고 쓰신 소설 같아요.

어쩌면 추리소설 작가의 골치아픈 현실을 패러디해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무언가 대반전을 기획해내야 하고, 작품 하나 하나마다 짜릿한 추리의 결과로

범인이 잡혀야 하고, 뭔가 자극적이어야 하는 골치아픈 현실이요.

이 책을 쓴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실이 이 각 단편의 추리소설가 주인공과 뒤섞이며 현실과 상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묘한 느낌이 들어요. 작가로서 직업적인 고민과 스트레스가 이 책의 소재로 쓰인다고나 할까요?

오기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내용은 이대로 좋습니다. 바꿀 건 하나도 없죠. 다만 현재 두 줄로 그리고 있는 것을 세 줄로, 세 줄로 표현한 것을 네 줄로, 이런 식으로 조금씩 늘리면 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매수가 늘어날 겁니다."

"그럼 너무 늘어지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요즘 독자들은 장황한 소설에 익숙합니다.

그보다 독자는 단가와 분량에 더 신경을 씁니다. 어차피 2천 엔을 내고 책을 살 거라면 긴 작품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p.202, 히가시노 게이고>

참신한 소재가 많아 흥미로워요.

위에 인용한 '장편소설 살인사건도' 뭔가 웃픈 현실을 반영해요.

독자들이 같은 값이면 양이 많은 장편소설을 선호한다는 가정을 깔고 쓰여진 내용이에요.

뭔가 무게를 달아서 파는 물건처럼, 책 조차 그런 식의 무게달기로 사람들의 선호를 받게된다는 것이

소재인데 우습기도 하고 뭔가 짠하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의 독서습관이나 책에 대한 선호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하는 같기도 하네요^^

마감떨이 세일, 옷을 kg당 달아서 파는 것처럼.

책도 분량이 많을 수록 혼신의 역작으로 마케팅이 되고, 많이 쓴 사람이 승자가 되는 출판계의 세태를 통해

더 많이 늘이기 위한 작가의 처절한 노력. 넘 참신한 것 같아요^^

전에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코믹 패러디 <무서운 영화>가 떠오르는 작품.

막 슬래셔 무비처럼 무지막지한 살인마가 사람들을 다 죽이는 그런 식이 아닌,

뭔가 수트를 입은 점잖은 사람이 교묘한 방식으로 특정 상황에서 살인을 하는 그런 느낌의

살인사건들이 이 책에는 나타나요.

이 책을 보니 작가가 단순한 추리소설을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완숙한 추리소설 작가로서 작품들을 비틀고 그 속내를 현실과 버무려서

우리앞에 또 다른 신선한 느낌으로 요리해서 내놓는 느낌이에요.

추리소설의 추리소설? 이런 느낌?

약간 시니컬한 느낌의 추리소설,

꽤나 매력적인 느낌, 새로운 느낌의 추리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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