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시간이 멈춘 방. 20대 여성 유품 정리인이자 작가인 고지마 미유님의 책이에요. 유품 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책 소개에 끌려서 읽게된 책인데, 그냥 청소도 어려운데 고독사한 특수청소라니 이 분은 어떻게 그 힘든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보통 우리는 미니어처 하면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소장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게 되요. 그런데 왜 이 분은 고독사 현장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제작하게 됬을까요?

처음에는 직업적인 고민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2016년 도쿄에서 열린 장례업계 전문 전시회인 '엔딩 산업전'에서 작가님이 특수청소 및 유품정리일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고독사 현장의 실제 사진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많았다고 해요.

사진을 보여주지 않으면 현실을 이해시킬 수가 없고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문제... 작가님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제작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겨요. 이렇게 탄생한 미니어처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케이스에요.

이렇게 젊은 분이 그 힘든 죽음의 현장을 말끔이 씻어내고 미니어처로 세상에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알리신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삶의 진지함에 머리 숙여 존경심을 표하고 싶네요.

p.6 나는 1년에 370건 이상의 의뢰현장을 찾는다. 그중 유품정리만 맡는 사례가 60%, 특수 청소는 40% 정도다. 특히 여름철에는 냄새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의뢰 건수도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있다가 발견된 고독사는 사후 2년이었다고 해요. 핵가족화되고 노령사회가 된 우리나라 역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지금까지 만드신 고독사 미니어처는 총 9점이고 책에는 총 8점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 중 몇 개만 소개해드릴께요.

이불 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그 방의 순간들.

사후 시신의 체액으로 이불은 갈색이 되어가고 오래되면 목조까지 배일 수 있다고 해요. 특수청소 하시는 분들은 마룻바닥까지 뜯어내고 다 청소를 하신대요. 하루를 꼬박 해야 마치는 특수청소.,

쓰레기 집으로 변해버린 고독사 현장.

집이 쓰레기집으로 바뀌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요.

처음엔 방주인이 자주 쓰는 장소를 피해서 주위에 쌓이다고 점점 방 중앙으로 몰려들고 나중에는 화장실까지 점령해버리기도 한다네요. 주로 방주인이 우울증이 걸린 경우가 많다고 해요.

집안의 밀실, 화장실 또는 욕실에서 히트쇼크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특히 60대 이상 노인 분들 중 극단적인 온도차가 혈압 변동을 유발하면서 발생하게 되요.

특수청소 하시는 분들은 아예 변기를 뜯어내서 처분하기도 하신대요.

유품이 많은 고독사 현장도 있어요.

아마 언젠가 방문할 자식들과 손주를 위한 여분의 이불과 세간살이가 아니었을까 작가님은 생각하신다네요.

지금 저나 여러분께서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언젠가 우리의 삶을 누군가에게 말해 줄지도 몰라요.

어디나 하이에나처럼 고인의 유품 중 고가의 골프채 같은 것을 마치 절친처럼 행세하며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그 물건에 그렇게 욕심을 내고 싶을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벽면에 크게 붙여놓은 글씨가 있는 방도 있어요.

"미안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고인의 마지막 심정이 묻어나는 마지막 유언 같이요. 보나보니 넘 먹먹해지고 잘 살고 잘 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은 22살의 젊은 나이에 유품정리일을 시작했어요. 아빠가 고독사로 생을 마치실 뻔한 것을 계기로 죽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그 일을 택하고 미니어처를 만들고 세상에 고독사와 그 현실을 가감없이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어요. 정만 대단한 용기이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해요. 쳐다보기도 어려운 그 고통의 현장에서 숙연한 맘으로 하나씩 치워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고개가 숙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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