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
마이클 에라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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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이 책은 여태껏 언어를 잘 하기 위한, 특히나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접했던 수 많은 책들과는 다른 성격의 책이었다. 초다언어구사자란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고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가 다언어구사를 하기 위해 어떠한 마음가짐과 평소에 가지고 있는 커다란 편견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쉽게 말해 내게는 기술적 이론보다는 실제로 접근할 때 가져야 하는 나의 상태, 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었고 정말 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열고 매일 접근하려고 도전하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 책을 처음접했거나 관심을 갖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고 흥미를 갖게 된 다양한 사례라는 부분은 실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법을, 말로 하는 대화라는 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한국어학을 배웠던 시간에 가장 많이 나왔던 것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학습자들의 위치에 맞는 언어를 접하게 하는 것이었다. 학문을 위한 학습자에게는 대화보다는 읽고 쓰고 실제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해야 한다.

 

책에서도 다른 언어에 관심을 갖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초다언어구사자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내가 실제로 배운 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내가 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접근하려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스펙보다는 자유로운 대화와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서 단순히 회화 중심의 공부가 아니라 특히나 어느 곳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고 잘 하길 원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왜 필요한가에 대해 설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다양한 초다언어구사자들의 사례를 통해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단지 관심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접근하고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이 되었다는 것에 뜻깊은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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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영단어
김정석 지음 / Ucan Public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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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효과적인 단어공부 - 김정석,김건오 <두루마리 영단어>

 

두루마리 영단어

저자 김정석 . 김건오

출판사 UCAN PUBLIC

 

 

 『두루마리 영단어』.제목만 들어서는 얼핏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마다 보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커버에 “당기면 술~술~ 풀리는 과학적인 두루마리 연상법!!”이라고 쓰여 있다. 저자들은 언어학과 컴퓨터 공학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4테라 바이트 분량의 영어관련 텍스트를 과학적인 분석으로 통계해 낸 말뭉치를 묶어낸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구잡이 영어식보다는 연관되는 단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란 바탕의 커버가 인상적이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일단 다른 영단어 책에 비해 두껍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포켓북식의 영단어집은 많지만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영어단어들이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무작정 외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무리하지 않는다. 겹치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1152개에 불과하지만 솔직히 적은 양이 아니다. 연관식으로 오래기간 기억될 수 있는 단어들을 묶어냈기 때문에 보기에도 편하고 공부하는데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어에 대한 부담도 적기 때문에 예문을 통채로 외우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초를 좀 더 다지고 싶은 사람들이 참고하여 부담 없이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많은 어휘량을 늘리고 싶다면 역시나 VOCA로 덤벼야겠다.

 

 

(다양한 어휘. 매우 효과적이다)

 

 

  저자는 총 10레벨로 2만 단어를 유추해냈다고 하는데 이 책에는 레벨3-5단계를 추리고 묶어냈다고 하니 시리즈물로 만들 생각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단어에 대한 압박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다. 어릴 때 모국어처럼 흡수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책이 추후에 다른 버전이나 시리즈물로 나올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구입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다만 단원에서 다루는 단어들을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한 MP3파일cd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레벨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가 있다)

 

 

 

책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매일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진리는 오늘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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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북폴리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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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능동적인 사고로의 전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정윤희 옮김

북폴리오

2012.7

 

 

  사실 제목만 듣고 이 책이 우리가 아는 ‘백성공주이야기’라는 생각을 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영어로 적으면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고 풀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설과 사냥꾼’정도로 해석하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 북폴리오에서 나온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제작해 최근 국내에서도 상영했던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위 제목엔 원작자인 릴리 블레이크만 적어 넣었지만 사실 책 표지를 보면 각색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전부 적혀 있다.

  깔끔한 표지 속에 약 26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는 영화를 위한 각색 본답게 간결하고 진행적인 문체와 빠른 진행 속도, 전개감을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이자 책의 표지인 백설공주의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월트디즈니 시리즈나 동화책에서 접했던 백설공주와는 다르다. 제작사 측에서도 캐릭터의 리뉴얼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실로 기대하는 바가 좀 높았다. 영화 <킬빌>속 우마 서먼 정도는 안 되더라도 어떤 독한 훈련을 통해서 정의를 바로 잡는 여자‘조로’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날카로운 단도를 손에 쥐고 자신의 양모이자 원수인 여왕을 향한 분노의 눈빛은 내 상상이 지나치지 않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은 이 작품이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 그간 흥행 돌풍을 몰고 온 ‘해리포터’나 ‘나니아’시리즈의 느낌에 동화의 재해석을 더해 십대들뿐 아니라 그 이상의 고객들도 붙잡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왕이 집시출신에 마법사의 어머니 핏줄을 물려받은 여자에게 꼬여 그의 여우짓에 놀아나다 결혼 후 살해당하고 왕국령 마을들은 왕비의 오빠이자 피의 주문으로 하나가 된 핀의 군대에 의해 파괴당한다. 그 후 백설공주는 궁의 감옥에 10년 동안 갇혀 지내게 되는데 왕비는 자신의 영원한 아름다움이 백설공주를 죽이고 심장을 취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공주를 죽이려 하지만 백설공주의 뛰어난 미모에 욕망이 사로잡힌 핀은 순간의 실수로 백설공주를 놓치고 만다.

여왕은 백설공주가 도망간 어둠의 숲은 기괴한 곳이므로 그곳에 들어갔다 살아서 돌아왔던 전 사냥꾼인 에릭을 반 협박과 거짓으로 고용하여 백설공주를 잡아오게 한다. 그러나 막상 백설공주를 잡은 에릭은 그녀가 공주인 사실과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핀의 무리들에게서 도망치도록 도와주고 함께 도주한다.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핀의 군대를 피해 우여곡절을 겪고 공주가 원하는 목적지인 헤먼드 공작의 성으로 향하는 동안 사냥꾼과 애증의 관계에서 점차 애정으로 바뀌는 감정을 서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공주의 어릴 적 친구 윌리엄(공작의 아들)을 만나고 관계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에릭은 핀이 자신의 부인을 죽인 장본인인 것을 알고 분노의 일격으로 죽인다.

원래의 계획대로 무사히 헤먼드 공작의 성으로 입성한 백설공주는 자신만이 왕비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가지고 왕비의 성으로 돌진하기를 명령한다. 그리고 왕비와 공주의 일기토로 백설공주는 왕비를 죽이고 여왕이 된다.

 

  사실 내용만 치자면 평이하다, 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시대의 권선징악과 행복결말은 바뀔 수없는 부분이 아닌가. 다만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부분이라면 역시나 여성이 신분상승과 스스로의 극복의지에 있다,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든 문화나 매체에서 등장했던 주인공들의 여성상은 스스로의 문제를 타인에 의해 해결받았다.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여성은 멋진 남자들이 나타나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원작 소설의 백설공주 또한 왕자가 찾아오기 까지 난쟁이들의 도움만 받으며 살았고 왕자가 키스를 한 후 독이 묻은 사과가 빠져나온 이후론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백설공주는 시대에 맞게 바뀐 여성상을 보여준다. 몇 년 전 한참 유행했었던 ‘삼순이’ 같은 캐릭터와 비교해 보면 될 것같다. 자신의 문제는 결국 자신 스스로가 해결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사냥꾼과의 사랑을 가질 수 없지만 그는 어쨌든 윌리엄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것 또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잠깐 검색해본 결과 영화의 속편을 제작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행복은 아름답지만 지루하다. 과연 멈추지 않는 사건들이 이 세계에 살아가는 소녀들에게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요즘 주인공은 소녀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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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모국어화 훈련법 - 미드 세 편, 소설 한 권으로 끝내는
최재화 지음 / 헤이버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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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보다 질의 승부

미드 세 편, 소설 한 권으로 끝내는 영어 모국어화 훈련법

최재화

헤이버디




  영어를 모국어화 시키다. 제목부터 참 자극적이다. 그래서 더 끌린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 세 편, 소설 한 권이면 가능하단다.

  『미드 세 편, 소설 한 권으로 끝내는 영어 모국어화 훈련법』(이하 영모훈)은 상당히 쉽게 읽히는 책이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고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것이고 단 시간으로 책의 상당량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수많은 영어공부 방법론 중 하나일텐데, 하면서도 이 책이 매력있는 이유는 그간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영사전을 보며 공부해라, 영어 일기를 써라, 같은 방법들에 대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약 두세 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설명해준다. 이것은 다르게 보자면 저자 자신이 추천하는 방법론을 강조하기 위한 초석이기도 한데 내겐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나를 비롯해 영어공부에 목마른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것,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바로 몸이 먼저 말할 수 있도록 체화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방법은 일종의 강력한 훈련에 있다고 한다.

  많은 양의 영어에 노출을 하기보다 하나의 과정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원활하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을 하는 과정을 통해 S-point(즉 미국 6세 어린이의 영어수준)에 도달하고 그 과정을 잘 소화시켜 미국 동부에 사는 10세 어린아이 수준에 이르는 영어를 완성하는 것이다.

  혹 누군가는 10세? 라고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나라 10세 아이들을 생각해서 보자면 어려운 단어나 문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느 누구와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나이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그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정말 영어로 의사소통에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 않을까 한다. 물론 비즈니스 같은 목적이 아닌 이상 말이다.

  그는 현재 취직을 위해 토익 점수를 목표로 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자신이 알던 후배를 예로 들어 이 방법 시행 후 수준에 오른 뒤 토익공부 4개월 정도 만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고 말하며 처음에 도달해야 하는 S-point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

  각각 챕터의 끝 마다 저자가 가르쳤던 수많은 학생들을 연령과 수준에 맞춰 선택한 예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해 그들이 원하는 영어를 재미있게 하며 즐기는 과정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을 읽게 함으로 책의 재미를 더 해준다.

  마지막 장에 가면 이제 미드나 영화를 통해 3개월에서 1년간 끊임없는 훈련을 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잘 실천하여 영어공부를 독려한다.

  

  생각해보자면 영모훈이 제시하는 공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영어 문장에 낯선 이질감을 익숙하게 만들고 억양과 문장을 반복함으로 암기해나가는 과정을 쉬지 않고 길게는 1년 간 해나가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영어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모국어화 과정의 출발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어차피 영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목마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한다.

   


  나는 벌써 스크립트를 프린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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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알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26
크레티앵 드 트루아 지음, 최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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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지 않은 지폐는 돈이 아니야.

그라알 이야기

크레티앵 드 트루아/최애리 옮김

을유문화사










  나는 어릴 적부터 오락실을 자주 다녔다. 맞벌이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지라 어머니가 가서 놀라고 돈을 쥐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이십 년이 훨씬 넘도록 계속 이어진 오락실과의 인연들은 나를 많은 게임 세계에 빠지게 만들어주었다. 월등히 잘하는 실력이 아니었기에 엔딩을 보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 중 ‘원탁의 기사’는 당연 나의 돈을 많이 잡아먹던 게임이었다. 그 이전 시대에 ‘황금도끼’라는 엄청난 대작이 3편까지 나오며 히트를 쳤지만, 그리고 붉은 용과 기사, 마법사, 엘프, 성직자등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던전 앤 드래곤즈2’가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나는 원탁의 기사에 빠져 있었다. 그 놈의 별것도 아닌 엔딩을 보기위해 쏟아 부었던 용돈들. 그것도 모자라 부모님 돈에 손을 대기까지 하는 짓을 했었다. 그 놈의 원수 같은 원탁의 기사가, 아더왕이 뭐라고 그렇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자면 도무지 기억할 수 없다. 그래도 추측해보자면 그 시절이 그랬던 것 같다. 티브이에서 방영했던 만화 <원탁의 기사>들에 나오는 남자들만의 세계, 전설의 엑스칼리버를 뽑아 신의 선택을 받은 아더왕. 그리고 선의 기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악의 무리들을 물리치고 어여쁜 왕비와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모습. 우리는 어린이었지만 남자란 이유로 마음에 불타올랐다.   




  『그라알 이야기』가 아더왕 이야기의 시초가 된 소설이라고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12세기라는 정말로 오래된 고전이라는 것과 아더왕의 이야기인데 프랑스 작가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책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책에는 아더왕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내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바보처럼 살았지만 그의 운명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기사가 되어버린, 바보 같지만 이보다 더 잘 싸울 수 없는 페르스발과 아더왕의 조카이자 최고의 기사 고뱅의 모험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작가가 마치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며 장면을 전환해 주어 무대용 대본에도 어울린다. 전투 장면과 잔인한 장면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굳이 묘사를 할 필요 없다며 요구하는 부분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며 후반에 갈수록 얽히는 관계에 관한 것들은 많은 재미를 주었다. 『그라알 이야기』는 위에서 말했던 대로 아더왕의 시초가 된 소설로 많은 뿌리로 뻗어있었고 몇 가지 버전으로 퍼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초역이라는 점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삼국지’와 불교적 유교적 사상이 깃든 유명한 문학들이 익숙하듯 그들에게는 아마 아더왕의 이야기가 가까웠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그라알은 무엇인가? 그라알에는 성배라는 뜻이 있다. ‘성배’라는 단어를 들음으로 우리는 그리스도교를 떠올릴 수 있다. 성배란 뜻은 거룩하게 만들어진 커다란 접시같은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그라알 또한 화려하게 장식된 그릇으로 누군가에게 바쳐질 것이었다. 그 그라알이 어디로 가는 것이며 왜 그런 것이가에 대해 묻지 않아 저주를 받게 되는 페르스발. 마치 십자군의 기사들 위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아더왕의 뿌리는 그리스도교적인 부분에서만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리스도적인 요소가 덧입혀 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법적인 이야기. 저주와 얽힌 운명 등에 대한 것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온통 흥미로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은 『그라알 이야기』가 미완성 작이라는 점이다. 카프카의 몇 작품들이 미완성임에도 사랑을 받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순간 이야기가 끝나버려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말아버리는 아쉬움이다. 그라알에 대한 진실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전승을 거둬가며 승승장구했지만 믿음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페르스발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숙명을 앞두고 대결을 펼칠 고뱅의 해피엔딩은 어떻게 이끌어질 것인지를 비롯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묻혀 졌다.  




  『그라알 이야기』에서 파생된 작품을 흥미 있게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작품들이 원조격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이어서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리 땡기지 않는다. 아무리 주머니에 지폐가 있더라도 동전이 없다면 게임은 이어질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나의 욕구가 원하지 않는다.

   고전을 읽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많이 버렸다는 것, 힘을 빼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는 사실이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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