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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북폴리오 / 2012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능동적인 사고로의 전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정윤희 옮김
북폴리오
2012.7
사실 제목만 듣고 이 책이 우리가 아는 ‘백성공주이야기’라는 생각을 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영어로 적으면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고 풀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설과 사냥꾼’정도로 해석하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 북폴리오에서 나온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제작해 최근 국내에서도 상영했던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위 제목엔 원작자인 릴리 블레이크만 적어 넣었지만 사실 책 표지를 보면 각색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전부 적혀 있다.
깔끔한 표지 속에 약 26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는 영화를 위한 각색 본답게 간결하고 진행적인 문체와 빠른 진행 속도, 전개감을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이자 책의 표지인 백설공주의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월트디즈니 시리즈나 동화책에서 접했던 백설공주와는 다르다. 제작사 측에서도 캐릭터의 리뉴얼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실로 기대하는 바가 좀 높았다. 영화 <킬빌>속 우마 서먼 정도는 안 되더라도 어떤 독한 훈련을 통해서 정의를 바로 잡는 여자‘조로’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날카로운 단도를 손에 쥐고 자신의 양모이자 원수인 여왕을 향한 분노의 눈빛은 내 상상이 지나치지 않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은 이 작품이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 그간 흥행 돌풍을 몰고 온 ‘해리포터’나 ‘나니아’시리즈의 느낌에 동화의 재해석을 더해 십대들뿐 아니라 그 이상의 고객들도 붙잡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왕이 집시출신에 마법사의 어머니 핏줄을 물려받은 여자에게 꼬여 그의 여우짓에 놀아나다 결혼 후 살해당하고 왕국령 마을들은 왕비의 오빠이자 피의 주문으로 하나가 된 핀의 군대에 의해 파괴당한다. 그 후 백설공주는 궁의 감옥에 10년 동안 갇혀 지내게 되는데 왕비는 자신의 영원한 아름다움이 백설공주를 죽이고 심장을 취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공주를 죽이려 하지만 백설공주의 뛰어난 미모에 욕망이 사로잡힌 핀은 순간의 실수로 백설공주를 놓치고 만다.
여왕은 백설공주가 도망간 어둠의 숲은 기괴한 곳이므로 그곳에 들어갔다 살아서 돌아왔던 전 사냥꾼인 에릭을 반 협박과 거짓으로 고용하여 백설공주를 잡아오게 한다. 그러나 막상 백설공주를 잡은 에릭은 그녀가 공주인 사실과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핀의 무리들에게서 도망치도록 도와주고 함께 도주한다.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핀의 군대를 피해 우여곡절을 겪고 공주가 원하는 목적지인 헤먼드 공작의 성으로 향하는 동안 사냥꾼과 애증의 관계에서 점차 애정으로 바뀌는 감정을 서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공주의 어릴 적 친구 윌리엄(공작의 아들)을 만나고 관계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에릭은 핀이 자신의 부인을 죽인 장본인인 것을 알고 분노의 일격으로 죽인다.
원래의 계획대로 무사히 헤먼드 공작의 성으로 입성한 백설공주는 자신만이 왕비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가지고 왕비의 성으로 돌진하기를 명령한다. 그리고 왕비와 공주의 일기토로 백설공주는 왕비를 죽이고 여왕이 된다.
사실 내용만 치자면 평이하다, 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시대의 권선징악과 행복결말은 바뀔 수없는 부분이 아닌가. 다만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부분이라면 역시나 여성이 신분상승과 스스로의 극복의지에 있다,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든 문화나 매체에서 등장했던 주인공들의 여성상은 스스로의 문제를 타인에 의해 해결받았다.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여성은 멋진 남자들이 나타나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원작 소설의 백설공주 또한 왕자가 찾아오기 까지 난쟁이들의 도움만 받으며 살았고 왕자가 키스를 한 후 독이 묻은 사과가 빠져나온 이후론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백설공주는 시대에 맞게 바뀐 여성상을 보여준다. 몇 년 전 한참 유행했었던 ‘삼순이’ 같은 캐릭터와 비교해 보면 될 것같다. 자신의 문제는 결국 자신 스스로가 해결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사냥꾼과의 사랑을 가질 수 없지만 그는 어쨌든 윌리엄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것 또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잠깐 검색해본 결과 영화의 속편을 제작하기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행복은 아름답지만 지루하다. 과연 멈추지 않는 사건들이 이 세계에 살아가는 소녀들에게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요즘 주인공은 소녀가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