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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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속박의 경계에서
좁은 문 ․ 전원 교향곡
앙드레 지드/이동렬 옮김
을유문화사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과 『전원 교향곡』은 종교적 성찰과 현실의 욕망에 대한 갈등을 다룬다. 어릴 적부터 청교도적 삶을 강요받았던 그가 끊임없이 고뇌해야 했던 부분들이 두 작품 속에 담겨 있다. 두 작품은 모두 ‘레시’라고 불리는 형식으로 줄거리가 간단하며 분량이 짧은 정신적, 감정적 소설이다.

 『좁은 문』에서 알리사가 원했던 속죄는 그의 어머니가 저지른 타락에 대한 희생을 포함하고 있다.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결국 욕망의 고통을 억누른 채 혼자밖에 들어갈 수없는 ‘좁은 문’을 선택한 알리사의 모습을 통해 지드는 하늘을 향한 지나친 덕성을 비판한다.

 『전원 교향곡』은 『좁은 문』보다 신랄하다. 하늘에 대한 맹목적인 실천이 후에는 목사에게 독이 되어 자신의 장남 자크와 피후견인 제르트뤼드를 동시에 잃게 된다. 그것은 목사의 순간적 욕심이 부른 문제이자 올바른 섬김과 희생으로 실천할 수 없었던 모습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지드의 초점은 인간의 욕망은 하나님의 섭리를 정해야만 하는 목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았다. 그것은 어쩌면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보잘 것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드의 작품과 표현은 놀랄 만큼 좋아 그가 쓴 다른 책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앙은 억압이 아니고 욕망은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난 후 우리는 십계명의 율법에서 자유를 얻었다. 우리는 자유 안에 하나님을 사랑하며 예수 그리스도처럼 낮은 자의 모습으로 남을 섬기며 희생하는 모습으로 행함을 명받았다.

 『좁은 문』의 알리사가 느끼는 하늘에 대한 사랑은 세상의 욕망을 억압하는 동시에 율법에 얽매이는 모습이었다. 『전원 교향곡』의 목사는 불쌍한 이를 위한 섬김이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서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하나님이 바라시는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철저히 낮아짐. 우리의 지위와 물질이 넉넉하더라도 도울 수 있는 상대를 위해 섬기는 모습으로 가야한다. 누가 누구를 위해 선심을 쓰는 도움은 이미 자기 스스로의 만족이 상급이 되어 하늘의 상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지드의 종교적 트라우마는 결국 그에게 지적인 쾌락이 가져다주는 욕망을 안겨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속박에서 속박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속박과 속박의 경계에서 고민하면 살았을 것이다. 그 대가로 노벨 문학상이 주어졌겠지만 참 자유를 몰랐던 앙드레 지드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불쌍하고 슬픈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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