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을유세계문학전집 1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소송

프란츠 카프카/이재황 옮김

을유 문화사

 

 

 

프란츠 카프카. 이 세대의 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뺄 수 없는 이름이다. 21세기의 집중되는 작가들이 그의 이름을 거론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일반인들에게조차 카프카의 위상은 퍼져있다. 흔히 우리들이 잘 아는 「변신」의 기괴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무엇인가 의문을 품기도 할 것이다.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담긴 문장들은 대부분 그가 지닌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프카적 소설은 그 이후의 모든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그의 명성에 추앙했지만 사실 많은 작품을 읽진 못했다. 단편 몇 편, 장편 몇 편 정도다. 그의 소설은 묘하게 이상하며 의문을 품게 만들고 정신을 빼놓는다. 분석을 하기 어려운 방식은 그 소설이 품고 있는 이상한 체계에 대한 이해만 남기고 사라진다. 여태껏 내가 그에게 받은 느낌은 그러했다. 좋은 작가의 기술과 뛰어난 것을 뽑고 싶은 것이 일개 후배 작가들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정리할 길이 없었다. 그것의 이유는 바로 『소송』을 읽으며 절실히 와 닿았다. 미완성 작인 이 작품은 끝에 주인공 요제프 K의 골때리는 죽음이 나온다. 그 또한 죽음에 대해 제법 겸허하다는 것이 더 놀라운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문은 증폭된다. 문제는 이 작품이 완성작이었다고 가정 했을 때도 이와 같은 의문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자신조차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죄인의 신분이 되어버린 그는 판사와 변호사 사이에 만들어진 터널 같은 권력의 그림자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젊지만 유능한 K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투성이고 문제의 밭이다. 그러나 그 터널은 후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도 결국 문제를 어쩌지 못한다. 시한부의 인생처럼 유죄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은 그의 죄명조차 모른 채 명예와 신리를 잃게 만든다. K는 무죄를 꿈꾸지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말단 판사들과 변호사들, 혹은 그의 소송에 알고 있는 모든 권력의 계층들은 덫처럼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오랜 소송의 싸움으로 가까스로 승리를 쟁취한 연예인들의 기사를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변호사 선임비로 탕진되어 빈털터리 신세의 지친 몸뚱이 뿐이었다. 너무 현실적이라 피를 빨리는 자와 빠릴 수밖에 없는 자의 구성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알 수 없다. 판사 예우 변호사의 특권이 가진 힘은 살인을 무기고 무기를 유기로 바꾸는 힘이 있다.

내가 K처럼 알 수 없는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소송』은 그 하나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보다 그 자체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카프카가 강조하는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권력층들은 그의 유명한 작품은 『성』에서도 등장한다. 무조건 성에 들어가야 하는 주인공이 그 너머에 알 수 없는 인물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 모든 시간이 허비되고 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인생은 무엇일까? 이처럼 틈을 통해 반발하려는 자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유전적 죄인의 신분으로 체계에 맞춰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고 복종하고 있는 것일까? 유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제목이 각인되는 현실이다. 반발은 죽음이고 복종은 나쁜 상황의 연속일 뿐이다.

카프카의 환상성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런 현실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불면하는 부조리적인 권력성의 문제에 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카프카의 많은 작품들을 읽어야겠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알아보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