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7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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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변질

야성의 부름

잭 런던/임종기

문예출판사

 

 



책 처음에 등장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관습의 사슬에 분노하자,” 어쩐지 굉장히 진취적인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벅이란 개가 고급스럽고 편안한 삶 속에서 벗어나 죽음과 맞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함으로 진정한 야성에 도달한다는 『야성의 부름』은 단숨에 읽힐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물론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알랭 로그브리예의『질투』같은 소설이 이와 반대되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절대 분량과 속도는 비례한다고 말할 수 없다.

책 표지에 ‘미국 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라는 자랑스러워 보이는 문구는 여전히 젊은이들의 사고를 독려하는 진취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책의 분량의 반 이상을 넘기고 나서야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짧고 굵게’라는 모토의 인생들을 추구하는 이들을 보면 그것이 변질되어 받아드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시절을 꽃피우고 급속하게 추락하는 인생’보다는 ‘짧은 인생이니 즐기자’라는 뜻으로 많이 받아드려진다. 생의 안주한 삶은 잭 런던에게는 평생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열정에 반비례하는 조건들이 그의 인생을 끊임없이 뒤흔들었던 것이 바로 그럴 것이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절망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뭐든 다 했을 것이다.

멈추지 않는 가난의 추격을 피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떠났던 알래스카의 금광의 꿈은 병과 상처만 얻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때 경험이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의 삶은 줄곧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멈출 수 없는 노동의 고통이 생으로 전환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 바로 그가 가슴 속에 불태운 야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그 야성을 향해 달려가는 ‘벅’이란 개에게 초점이 맞춰 있다. 타고한 혈통과 신체는 흡사 큰 늑대를 닮았지만 그는 평생 경험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인내, 본능을 극한으로 만들어 낸다. 생과 사의 기로에 놓여 저울질하는 속에 수 없이 많은 주인들 틈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빨간 스웨터의 사나이가 가르쳐 준 몽둥이의 법칙부터 그의 목숨을 언제나 위협했던 스피츠의 엄니까지 말이다. 그가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동안, 완전한 야성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흡사 짐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주인이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무참히 죽었을 때 벅은 한 마리 야수로, 늑대들의 우두머리로 인디언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철저한 생과 사의 갈림길은 강자를 통해, 좀 더 강한 인성을 통해서만 살아남는 다는 것을 이 소설은 너무나 많이 강조한다. 자신의 긍지를 위해 썰매를 끌었던 수많은 개들 또한 진취적인 운명으로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장면에서 잭 런던이 추구한 사회주의적인 오류가 눈에 들어왔다. 벅이 꿈을 통해 만나는 유인원의 모습 속에,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원숭이같은 인간의 모습은 작가가 추구하는 다윈의 진화론적인 접근에 의해 이루어진다. 결국 벅만이 강자로 군림하는 모습 또한 이와 같은 것인데 바로 그것은 강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최고의 유전자만이 살아남고 그 환경을 통해 그 모양들이 바뀐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사슬 속에 자기 배를 두드리며 거만에 빠진 많은 기득권들에 대한 강한 반발심으로 그들을 꾸짖는 소설을 많이 썼다는 잭 런던이지만 그는 작가의 명성이 가져다 준 물질을 방탕하게 날리고 마약에 취해 살았다. 겨우 40세의 나이에 죽는 운명을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삶이 올바른 것인가? 그가 부르짖던 야성에 다가가는 삶이었는가? 나는 현실적 도피를 꿈꾸다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은 자신이 소설 속에서 강조했던 ‘짧고 굵게’ 의 변질적 모습이 아니었는가 한다. 예술가는 흔히들 그 모습의 광기를 품어야 한다는 낡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올바른 길에서 뻗는 것만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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