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한눈에도 소설의 대가다운 모습이 풍겼다. 처음부터 자신의 개성을 살린 특유의 문체의 소설들이 넘치는 요즘 마치 신선한 자극을 주는 기분의 나쓰미 소세키의 문체는 정말 간결하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두고 있다. 으레 간결한 문체들의 장점이란 게 빠르게 읽힌다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차분함을 잃지 않고 있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게 하며 책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만든다. 문체도 문체지만 시작의 타이밍,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어 책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도 큰 장점일 것이다. 고루한 설명과 묘사보다는 많은 부분이 대화체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3페이지 정도로 나누어지는 문단들은 소설의 중후반 부에 생기는 지루함을 덜어준다.

  그럼에도 『마음』의 내용은 이렇게 편하게만 볼 수 없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주인공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면서 관찰하게 되는 ‘마음’의 중심은 어렵기만 하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과 죄의식이 불러낸 괴로움, 가까웠던 친척에게 배신을 당하고 인간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은 결국 자신 속 내면의 벽을 허물어버리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한낱 인간의 감정일 뿐인데 이리도 다루지 못하는 것을 통해 우리는 강한 것도 인간의 마음이요, 약한 것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에서 불러 나오는 관계성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하찮은 말이 비수가 되어 날아가 누군가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되는 과정은 삶의 속에 수 없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인간은 스스로 회복하기보다 인간을 통해 치유 받아야 마땅하는 것이다.

  『마음』을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인간의 자의식이 만들어 낸 괴로움 뿐 아니라 치유의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 속 선생님의 판단이나, 주인공의 생각이 어떠하던 간에 우리는 생을 끊임없이 살아야 할 이유와 의무가 있다. 매일 떠나가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을 부여잡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