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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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시간 정도 생각의 정리 없이 뇌에 걸치는 대로 써 내려 갔던 것이 한 번에 날아가버렸다.





다시 쓰기엔 불가능한 사태.




소설의 별점 위주로 간단히 정리하겠다.



우사미 린, 짧게 보자면 19세에 화려하게 등단, 21세 두 번 째 소설로 아쿠타가와상 수상한 천재 작가이다.


그리고 50만부 돌파해 흥행까지 거머쥐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다.




소설의 주제가 심상치 않다. 아이돌과 '나'인 팬의 이야기.


최애인 아이돌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팬인 '나'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슬프다.


슬프기만 할까, 남들에게 고구마 오만 개쯤 먹여버릴 정도로 답답하다.


누군가의 눈에는 차라리 없어져버려, 라고 할 정도로 벌레같은 삶이지만


그 삶에 공감하는 사람이 이미 어마어마하다는 건, 이미 일본 사회에 깊게 내린


21세기 형 인간들의 문화 패턴이다.



비단 일본만 그럴까, 한국형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은 어쩌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2D를 숭배하는 극장에 혐한이나 매국노는 존재하지 않는 문화적 교류가 있다.


나는 그것들을 즐기기에는 너무 나이 먹어 버렸지만 많은 이들이 무조건적인 것과


무조건적인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의 청춘에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떨렸던 영화라면


지금 세대에게는 바로 우사미 린의 <최애, 타오르다>같은 이야기가


삶의 탈출구이자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문장의 탄탄함에 반하고 그로인해 속도감이 장난 아니다.


웹소설에 익숙한 사람들도 공감할만한 정도에 '나'의 현 상황의 디테일이 살아 있어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작가이긴 하다.



일본의 장편 소설은 점점 얇아지는 구나, 라는 생각 속에서 시작했는데


책을 덮을 때 후드티 입고 시상식에 들락거리던 하루키가,


귀걸이를 달고 스쿠프를 몰며 과속을 하던 김영하가,


그리고 그들의 소설을 탐독하며 27살 천재의 요절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인가를 꿈꾸던 평범한 아저씨가 된 내가 문득 눈에 보였다.




"기어 다니면서 이게 내가 사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몸이 무겁다. 면봉을 주웠다"



마지막 문장에 작가의 파격적인 면모에 '나'를 반성과 벌레의 이중성으로 만들어버린 잔혹함이 서려 있어


만족 스럽다.



나는 후자에 힘을 실었다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잠은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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