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란 외국 작가의 미술에 관한 독특하고 멋진 책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역자가 바로 조이한씨였다. 흥미롭게 번역을 잘 해놓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조이한씨가 그 동안 낸 여러 책 중 이 책은 제일 최근에 나온 그림 심리에세이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사적인 그림읽기 책이 아닐까 싶다. 중간중간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생소한 현대미술과 연결시킨 점도 독특했다. 하여튼, 전체적으로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슬픔, 외로움, 괴로움 등의 감정을 치유하는 그림들을 소개해주는 그런 책이다.

 

서문에서 그리고 마지막에도 저자가 말하는 풍크툼(punctum)’을 설명하는 데 나 또한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과 흡사하였다. 그 영화에서 어느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서 한 서양남자가 어느 추상화를 앞에 두고 옆 사람에게 한참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그림을 잘 아는 사람처럼 그림에 대해서 자상하게 설명하는 듯…… 그 순간 카메라가 옆 사람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둘의 모습을 비추다가 대화의 주제인 추상화로 옮겨갈 때 난 당황했다. 그 추상화는 마치 잭슨 폴록과 같은 그런 추상화였다. 그 때는 그 그림을 보고 그런 장황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이 책은 읽으니 그 영화의 화자는 바로 이 풍크툼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저자가 이 책 안에서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현대화를 사이에 두고 설명해 나가는 방식처럼……

 

이제 책에 나온 그림을 살펴보자. 우선 이 책에서 언급된 그림 중에 내가 아는 그림은 고작 한 두 점이고 나머지는 생소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림을 두어 점 골라보라면 우리 나라 작가 중 송연재씨의 <결혼의 상처 I>과 공성훈씨의 <담배 피우는 남자(태종대)>가 자극적으로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먼저 송연재씨의 그림은 웨딩드레스 밑부분이 고기의 살점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아마도 결혼이라는 것이 얼핏 보면 화려하게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갈수록 힘든 여정이라는 걸 암시해주는 거 같다. 그리고 공성훈씨의 그림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기암괴석의 모습이 섬찟했다. 저자는 오히려 이 그림에서 쪼그려 앉은 남자의 모습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였으나 내 경우는 너무나 강렬한 주위의 모습이 현대인의 고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느낌에 이 그림을 편하게 쳐다보질 못하였다. 외국작가의 작품으로는 안드레 세라노의 <오줌 예수>가 다른 모든 그림을 날려버릴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의 원리주의적 관점에서는 대단한 신성모독이면서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카톨릭교 신자로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이 그림에 결코 편하지는 않은 느낌을 받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어떻게 보면 한 번 다시 생각해보고 뒤집어 보라는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라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보았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감성적으로 고전과 현대 작가들을 넘나들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놓는 글의 모음이다. 저자의 그림에 대한 상당히 독특한 시각도 많이 보이고 새로운 관점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훌륭한 미술관 내지 미술행사를 다녀온 느낌이다. 새로운 작가들 새로운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