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생의 모든 일은 오늘 일어난다
윌리엄 하블리첼 지음,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실은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인생수업>과 비슷한 종류의 책인 줄 알았다. 내게 무언가 지금 이대로의 삶을 살아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해주는 그런 종류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고 읽어 내려가자 오히려 박경철씨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시리즈를 보는 듯 했다. , 이 책의 저자는 외과수련의로부터 시작하여 현재 내과 전문의로서 지내오는 동안 만났던 기억에 남는 환자들과 의료진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잘 엮어놓았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대단한 건 자신이 만난 환자를 자기가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보통의 권위적인 의사들의 자기 말만 믿고 치료를 받으면 다 괜찮을 것이라는 과도한 확신을 주는 경우내지 자신의 처분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기를 바라는 경우), 자신이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가르침과 치유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저자가 단순한 의사가 아닌 한 사람의 멘토(박경철의 위의 시골의사시리즈도 비슷한 맥락에서 박경철씨가 보통의사는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로 여겨지게 되는 중요한 이유이며,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편안히 기분 좋게 읽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럼, 책 안으로 들어가서 몇 가지 놀라운 사례를 소개해 보자. 첫번째에 언급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의료진에 대해서 소개해 주고 있다. 일종의 저자에게 멘토가 되었던 사람들이다. 그 중 한 멘토밑에서 종양 전문의를 전공하려던 저자는 어떤 계기로 내과로 급선회하면서 그 멘토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후 그 멘토를 통해서 멘토의 친구를 소개 받게 되었고, 멘토의 진심을 알게 되어 그 죄책감을 벗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환자가 된 노인은 결국 저자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돌고 돈다는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의사로서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아마도 비판하고자 쓴 듯 싶은데, 자신이 경험한 불가사의한 치료의 과정을 통해 기적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나가는 의사일수록 보통의 경우 자신의 확신하는 치료법만이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자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환자에 따라서 환자를 살리는 것만이 환자에게 이롭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고, 또한 기적의 힘 또한 믿고 있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인 환자의 사례는 두 사람이 자신의 환자들이었고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나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이 두 환자는 전쟁 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적국의 소녀와 폭격기의 조종사였다는 대목이 있다. 추억을 되짚으면서 서로에 대한 증오나 미움의 감정보다도 서로에 대해서 염려해주고 고마워했다는 대목이다. 저자의 훌륭한 태도가 이 장면의 압권인데, 이 사실을 의사는 숨겨주었다는 것이다. 이 두 환자가 자신에게 진료를 받고 나가서 이런 사정을 서로가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고 의사는 벌써 치유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자신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과 배려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정말 이런 의사가 주위에 많아져야 생각한다. 아무래도 보통의 의사들이 현재의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인식하는 세태에 진정한 의사는 참으로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처럼 환자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받아주고 어떻게 보면 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진정한 치유는 서로가 주고받는 그런 대화 속에서 이미 싹트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p.s. 이 책은 네이버 북카페 책좋사에서 서평단이벤트 당첨도서입니다. 그리고, 역자의 번역솜씨가 대체적으로 매끄럽고 잘 읽혔지만, 중간중간 주어가 누굴 가르키는 지 헷갈리는 경우가 조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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