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 부차트 가든의 한국인 정원사 이야기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시골에서 묘목을 키우고 있다. 묘목을 뽑고 심고 파종하는 바쁜 봄 시업시기가 끝나는 5월 중순쯤부터는 정원사로 변신한다. 농장주위의 가이즈까 향나무, 반송, 해송, 꽝꽝이와 같은 갖은 조경수를 다듬는다. 일 년에 봄가을 한 차례씩 적어도 두 번은 다듬어줘야 웃자란 가지가 없이 제대로 된 모양을 다음해 봄까지 잘 유지시킬 수 있다. 몇 사람의 인부를 데리고 이렇게 매년마다 되풀이하길 8년째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잘 가꾼 정원을 주위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거나 농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직접 보게 되는 경우, 잘 가꾸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무들도 사람의 손길이 자주 가게 되면 물론 인공적인 미(일본식 정원의 영향이기도 하다)라고 할지라도 상당히 정돈되고 가지런한 정원수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나와 어느 정도 같은 길을 가는 저자의 직업이 정원사라는 점에 먼저 마음이 갔다. 캐나다의 서양식 정원을 가꾸는 한국인 정원사의 세계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했고……

캐나다의 부차트 가든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혹은 식물원)에서 최초의 한국인 정원사가 된 저자는 꽤 나이가 찬 40대에 이민을 하였고 또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대략 5년간 당당히 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차트가든내 여러 가지 꽃들을 소재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와 같은 40대이면서 외국생활(저자는 영국유학, 난 미국연수)을 해봤다는 공통점 그리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동질성(꽃과 나무를 키우고 가꾸는 정원사)과 갖가지 일화 중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 속의 동화감(샐비어편의 사루비아과자는 내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평소에 안 가던 마트의 과자코너를 기웃거리게 만들고)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절절히 느끼었다. 요즘 내가 특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으로 새로운 일을 찾으려는 그러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저자의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보라고 속삭이는 듯싶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꽃들은 서양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지 않나 생각을 해보지만, 내게도 친숙한 꽃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 철쭉과 측백 그리고 목련은 우리 농장에서도 항상 볼 수 있는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다. 특히 측백나무를 저자는 울타리도 되고 담장도 되는 넉넉한 그런 이미지로 그린 점이 측백나무과의 편백 묘목을 키우는 내게 어떤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 나무를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그런 죽비소리를 내는 듯 싶다. 내가 키우는 나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는 그런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부럽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을 볼 때 정말 멋진 일터(제목대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하는 저자가 비록 책에서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내가 볼 때는 정말 고생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느꼈으리라 본다. 하루 종일 단순히 같은 일을 계속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말 식물을 가꾸고 키운다는 것이 보통의 지극정성이 필요한 일이 아니며, 육체적으로도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정원사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꽃과 나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 그리고 억척스런 공부로 자신의 일터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며 깊이 있는 정보가 글 속에 많이 드러나 있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동료들에 대한 따뜻한 포용력과 친화력을 무기로 이방인으로써 현지인에게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노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에서 일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그리고 보람되게 하고 있는 저자가 부럽고 나를 깨우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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