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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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카피라이터의 독서일기라 볼 수 있는 이 책은 삶, 관계, , , 그리고 감정이라는 다섯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35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는 데 내가 읽은 책은 딱 2권이다. 김정운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다.

사실 다른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특히 이 두 권을 저자와 내가 어떻게 읽어 내려갔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사실 이런 서평집 같은 걸 읽을 때, 내가 읽었던 책이 포함되어 있으면 내가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저자의 견해를 비교해 보게 된다. ,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점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부분은 저자와 동감내지 반대의 생각을 하게 되는 예도 있는 거 같아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게 된다.

 

먼저 제목이 참 도발적이어서 집어 들게 되었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나 또한 중년의 결혼한 남자로서 많은 점을 공감하였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중년 남자의 비애랄까? 그런 감정을 느끼던 차에 내 얘기를 참 멋들어지게 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그런 책이었다. 한편, 나와는 다른 젊은(?) 37세의 미혼(이 책에 같이 사는 여자들만 언급이 되어 있는 관계로 유추해 볼 때)의 여성이 바라보는 중년남자의 인상은 별로인 듯싶다. 대한민국의 중년남자들에 대한 비판으로도 보이는 구절을 이 저자는 교묘하게 자신의 불쾌한 경험과 결부시켜 해석해낸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가 경험한 몇몇 경우 없는 아저씨들은 그리 흔하지 않다고 위로해보지만 말이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감정>이라는 테마에서 언급된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저자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가 내가 몇 년 전부터 느끼던 것과 같아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작가는 이 책 이곳 저곳에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하고 과감 없는 글솜씨를 발휘하고 있는 데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대한 독서일기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점점 기억력이 떨어져간다고 실수담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나 또한 재작년부터 정말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걸 느낀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내고 밭에서 일하다가 농장집으로 들어왔다가 무엇을 하러 들어왔는지 깜빡깜빡 할 때가 있다. 작가도 자신하고 같이 일했던 오랜 동료마저도 얼굴을 기억을 못했다고 자책한다. 나 또한 비슷한 경우가 있었기에 작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작가는 자신이 읽고 리뷰까지 마친 책을 얼마 후에 다시 읽고 리뷰를 쓰는 경우까지 고백하는 데, 나 또한 작년에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을 다시 구매해서 읽다가 그 사실을 알고 놀란 적도 있었기에 이해가 간다. 작가는 또 작가로서 자신이 3년 전에 낸 책의 내용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폭탄선언도 불사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이러할 진데 글 읽는 독자는 오죽하랴는 생각에 내가 몇 달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는 건 당연하다는 자위를 해본다.

 

그 외 몇몇 책들은 작가로 인해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경우도 생겼다. <4천원 인생>이 그렇고 <라디오지옥>도 꼭 보고 싶어진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읽을 책이 점점 쌓여져 가는 것 같아 한편으론 책욕심이 생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언제 다 읽어보냐라는 다급함도 동시에 마음 한 켠에 생겨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독서의 경험과 상당히 많은 부분 잘 매치를 시켜서 읽는 내내 많은 부분 공감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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