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심리학 - 유치원, 초등학교 1,319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에 대하여"
안톤 부헤르 지음, 송안정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에 먼저 끌렸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해야겠다. 정확하게 말하면 띠지 지만(띠지 안의 단순한 그림은 아마도 원서의 디자인이겠지?) 정말 보고 있으면 행복한 느낌이 절로 난다. 책을 읽기도 전에 좋은 느낌을 받고 시작했다.



이 책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행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나열해 놓은 서론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본론에 해당하는 3장은 이 책의 소제목이기도 한 <유치원, 초등학교 1,319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에 대하여”>에 가장 부합하는 아이들의 인터뷰가 중심이 되어 각 사례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마지막 4장은 결론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각각의 시기에 맞게 방법론을 제시해주면서 끝을 맺는다.



그럼, 책 안으로 들어가보자.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인용하면서 순서대로 이야기해보겠다. 그런데, 1장은 정말로 행복의 정의를 내리면서 아이들과는 상관없는 듯한 성인에게 더 알맞은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많은 돈에서 비롯되는 안락감은 단 2퍼센트에 불과하다"(39페이지)


"일에 덜 집착하고 친구들,가족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시간을 보내라. 그러면 더 행복해진다."(43페이지)


"공동 활동과 섹스는 특히 부부의 결속에 영향을 미친다......섹슈얼리티를 영성적인 것으로 존중하는 사람은 그와 더불어 더욱 만족하고 기분 전환을 하며, 더 충실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한다."(52페이지)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파트너에게서 친구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덕과 장점을 지각했을 때, 그 관계는 특별히 행복하고 안정적이었다."(52페이지)

"한 시간이 행복하고 싶다면,
좋은 술을 마셔라!
하루가 행복하고 싶다면,
낚시하러 가라!
일주일이 행복하고 싶다면,
돼지를 잡아라!
한 달 동안 행복하고 싶다면,
결혼해라!
평생 행복하고 싶다면,
네 일을 사랑하라!"(57페이지)

이건 중국인의 격언으로 소개된 글인데,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일주일행복과 돼지의 연관성은 뭘까? 결혼해서 행복한 건 한 달이라고 생각한 건 고대 중국인들이나 현대인들이나 매한가지 아닐까?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좀 더 자율적으로 일할수록, 노동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한다."(58페이지)




"자주 웃으면 혈관벽의 탄력이 더 강화되고 콜레스테롤이 입히는 손상을 더 잘 방어하게 된다......좌반구의 활동(행복한 기분들)이 더 강해지면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한다."(66페이지)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는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튼튼한 토대"(67페이지)



"행복한 사람은 선택 앞에 섰을 때 가장 완벽한 해결이 아닌 자신을 만족하게 하는 해결을 위해 애쓴다......완벽주의는 행복을 갉아먹는다. 항상 더 나은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77페이지)



이 책의 중심은 3장과 4장에 있는 듯 싶다. 먼저 3장은 1319명의 유치원,초등학생들을 인터뷰한 실제가 여기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선과 어린이의 시선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해서 놀라게 되는 것도 여러 개 있다. 게임이나 티비와 같은 미디어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다.



가정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에서는, 패치워크가정(조각보가정,즉, 계부 혹은 계모와 함께 사는 경우)은 평균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도 종종 존재했었고, 지금은 자의적인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단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환경의 아이들이 예전에나 지금이나 불행한 건 아니란다.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을 우리생각보다 훨씬 더 잘 적응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모가 걸핏하면 서로 고함을 치고 싸우면서 그릇을 던져 깨뜨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녀를 너무 사랑하기에 계속 함께 사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147페이지)



엄마가 항상 옆에서 아이를 지켜주고 보살펴준다고 아이들이 다 행복하게 느끼는 건 아니란다.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에도 아이는 행복하게 느낄 수 있단다. 이 부분은 내가 예전에 접했던 다른 자녀교육서 에서 나오는 내용과 일치한다. 일종의 "양보다 질"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외동딸을 키우는 나로서 또 특히 인상 깊게 보았던 구절은 "ZDF의 연구에 따르면, 외동은 심지어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보다 미미한 수치나마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194페이지) "그러나 묵과해서는 안 될 점이, 외동은 외동으로서 자신의 위상에 덜 만족한다는 것이다."(195페이지)



그 밖의 통계조사 결과 몇 가지 중 눈에 띄는 것은 "고령에 자식을 낳은 것은 자녀를 더 행복하게도, 더 불행하게도 하지 않는다."(197페이지)
"부모가 박사 학위를 두 개씩 취득했든 의무 교육만 마쳤든 간에 아이들은 동일하게 행복하다."(198페이지)



마지막 장인 4장에서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에 대한 제시가 나와서 대단원의 결론으로 치닫는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기승전결이 나오는 소설책과 비슷한 점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소설보다는 딱딱하지만.



"코르차크가 주장하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 세 가지는 원래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권리, 오늘 하루에 대한 권리, 죽음에 대한 권리다."(203페이지) 이 책에서 이 세 번째 권리에 대해서 오해를 막기 위해서 부연설명을 해 놓았다. 예를 들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헤엄쳐봐야 익사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단다. 즉,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아이가 배울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인간이 체험하는 행복의 크기(G)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기준치(S,유전적 요인의 총합)+환경적 요인(L)+자발적인 활동 스펙트럼(A)이다......우리는 교육상의 어떤 조치로 아이들이 몰입 경험을 하게 해줄 수는 없지만 몰입하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다."(214~215페이지)



책에 따르면, 행복의 크기가 100%라면 유전적 요인이 56.7%가량되고, 환경적 요인이 10%가량, 자발적인 활동이 33.3%정도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즉, 유전적(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우리가 자녀에게 물려준)요인이나 환경적 요인(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환경)은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르나, 약 1/3에 해당하는 자발적으로 자녀들이 활동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자극을 부모가 얼마만큼 주느냐에 따라서 자녀의 행복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실천적 방법으로 유아기, 유년초기, 유년중기, 아동기, 사춘기청소년까지 각각의 시기에 알맞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아무래도 각 장이 짧다 보니 개론적인 이야기 몇 가지에 그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각각의 시기에 대한 다양한 예나 대처방법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은 하나의 시기에 대한 다른 책이나 인터넷 육아 카페 혹은 가까운 육아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흠. 이상은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심리학"을 읽고 느낀 단상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 책 또한 어떻게 보면 개론서 같은 느낌의 책이어서 너무나 광범위하게 폭을 잡은 느낌이 있다. 1장 같은 경우는 짜깁기 같은 느낌도 나고. 하나의 시기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도 책 몇 권은 나올 거로 생각한다. 독자인 우리는 이 책에서 전체적인 아웃라인만 잡고 가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해서 아이에게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실천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계획성과 일관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이를 잘 아는 건 이 책의 저자가 아니라 바로 아이의 부모인 나 자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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