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 - 우리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삶의 속도는 얼마일까요?
강수돌 지음, 황중환 그림 / 굿모닝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은 지는 한참이 되었다. 그리곤 침대 한편에 놔둔 지 한참 지나서, 최근에 아이가 책을 봐도 되느냐고 물어본다. 아이는 그림을 중심으로 보면서 나에게 이야기해준다. 겉 표지에서부터 아이의 예리한 관찰이 나온다. “아빠, 나무 위에 새가 앉아있어. 어, 사람이 걸어가네?”(내가 이 책을 읽고 그림에는 제대로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다른 시각이었다.) 이런! 난 겉 표지의 나무(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도 될까?)만 보았던 것이다. 이제 다시 아이 말대로 책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나무가 12그루다. 즉 제목에서 12킬로의 “12”란 숫자와 같다! 그 나무 사이 길을 사람과 새가 나란히 밝은 표정으로 토란 잎처럼 보이는 것을 쓰고 간다. 행복해 보이는 겉 표지라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 안에서 말하는 느림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 처음부터 보였던 것이다. 내가 왜 뜬금없이 그림이야기부터 하는 가 하면, 바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고의 맹점을 지적하는 저자의 또 다른 시각을 나 또한 해보고 싶어서다. 우연치 않게 아이의 시각에서 배웠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한 가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두 번째 꼭지, 어른과 아이의 관계에 관한 세 번째 꾸러미, 나와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네 번째 이야기보따리, 그리고,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부분까지…… 각 소제목의 다양한 주제들의 이야기들은 먼저 저자가 읽고 그 내용에 맞는 동서고금의 책들에서 인용한 구절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각 단편의 주장 속에는 또 다른 책들도 언급되어 있다. 내가 읽은 책도 있고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책도 있고 또 읽고 싶어 지는 책들도 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꼭지에 대한 관점의 유연성을 갖게 하는 점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지만, 특히 관련도서로 연관된 독서를 이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중 내가 살펴보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큰 이유기도 한, 내가 하고 있는 나무를 가꾸는 일과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견해와의 일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바로 첫 번째 꼭지에서 사람과 자연의 더불어 살기에 대한 글들이다. 내가 하는 일이 산림조림용 나무 기르기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직접 시골의 이장을 하면서 자연 속의 삶을 실천하신 분이라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최대한 농장의 텃밭에서 나온 먹거리로 식단을 꾸미는 어머니의 정성과 자연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섬진강줄기에 살고 있는 관계로), 그리고 사람들사이의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누군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깨어있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저자의 자연과 동화되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수긍이 가면서 좀 더 자연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묘목을 키우는 일도 사업인지라 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살림에 보탬이 되어야 되지 않은가 하는 실질적인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가 기르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잊고 대하는 건 아닌가도 반성해본다.

물론 다른 네 가지 주제들도 정말 우리 사회에서 간과하고 있었던 가치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 소중한 꼭지들이었다. 특히, 교육에 관한 저자의 의견은 이러한 다른 꼭지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아래세대에게 소중한 가치들이 전해지기 위해서) 다시 생각해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던 와중에 “이상한 헌책방”에 관한 책에서 저자의 다른 책이 언급되는 걸 보았다. 이제 강수돌 교수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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