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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림책이 살아있어! ㅣ 푸른숲 그림책 24
리처드 번 글.그림, 김영욱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혼자서 그림책을 펼쳐 보다가 책을 흔들었다가, 옆으로 돌렸다 하니, 옆에 계신 어머니가 한 마디하신다. “너 책을 왜 몸살을 시키니? 애도 아니고… 쯧쯧…” 졸지에
할 일 없는, 실없는 딸이 되버렸지만 그림책이 갖는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그 정도 핀잔쯤은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는 그림책을 평면적이고 고정적인 매체로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대표적으로 <Press Here>라는
그림책의 경우 일러스트라고는 그저 색색깔깔의 동그라미들뿐인데 아이들은 책 내용을 따라 그 동그라미 위를 누르고,
또 한쪽으로 기울여 보고 하면서 마치 책이 아이들의 행동에 반응하는 양, 책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 상호작용이 책을 읽을 때마다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어 예상이 가능하더라도 매번 즐거워한다는 점이다.
이 책 역시 <Press
Here>처럼 아이들이 직접 책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다만
그 이야기의 방식이 <Press Here>보다 좀 더 극적이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의 틈새 공간을 책의 입처럼 설정해서 주인공 벨라가 데리고 가던 강아지 점박이와 친구 벤을
블랙홀처럼 삼켜버리고, 뒤이어 그들을 구하러 온 구급차와 경찰차, 소방차, 그리고 급기야는 벨라까지 삼켜버린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책이 삼켜버린 사람들이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 책을 흔들어 그들을 구출하도록 만드는 이야기의 흐름이 어른인 나조차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경우 책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점에 열광할 뿐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가 다음 페이지에
반영되어 나타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사실 그림책 작가, 편집 디자이너, 편집자들에게 페이지 사이의 틈새는 그림을 배치할
때 제본으로 인해 말려들어가는 부분을 고려해서 그림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요소인데, 역발상을
통해서 그 부분을 그림의 일부로 활용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여기서 잠깐, 부모님들께서 알아두면 좋은 두 가지 팁.
하나, 다른 책보다 일찍 헤진다고 걱정하지 말 것. 그만큼 아이가 이 책을 즐긴다는 증거임.
둘, 아이가 책을 열심히 흔들어 벨라를 구출하는 동안 책 모서리에
찍히는 공격을 당할 수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