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과의 대화 도중 집 현관에서 진주 귀걸이를 하나 발견하였다. 유진은 기억에는 없지만 뭔가 귀걸이가 맘에 걸리고, 찜찜했다. 해진의 통화로 동네에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 을 알게 되었다. 이상한 기억이 난 유진은 자신의 허상이 허상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한손엔 진주 귀걸이를 들고.
사건 근처를 가는 길에는 호떡집이 하나 있다. 호떡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새벽에 죽은 여자가 가끔 가게에 들르는 손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여자는 항상 한쪽에 어머니의 유품인 진주 귀걸이를 하고 다닌다고 하였다.
과연 유진과 이 여자사이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주 귀걸이의 주인이 이여자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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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그래왔듯, 허상과의 대화는 허상이 침묵하며 끝났다. 대신 새벽녘 눈을 떴을 때 시야에서 너울거리던 기이한 영상들이 되살아났다. 노랗게 불을 켠 가로등들, 발아래로 소용돌이치며 내달리는 강물의 어스름한 그림자, 몸이 뒤집힌 채 중앙분리대 가로수에 걸려 펄럭거리는 진홍색 우산, 바람에 펄럭이는 가림막 비닐벌이 쏘고 간 듯, 뒷덜미가 뜨끔해왔다. 환영들은 나루터나 방조제 횡단보도와 관련된 풍경이 아니었다. 방조제 가로등은 백색광을 내는 LED등이었다. 방조제 중앙분리대엔 가로수가 없고, 방조제 부근에는 가림막비닐을 친 공사장이 없었다. 방조제 바깥쪽은 바다가, 안쪽 하구언로 입구에는 이미 완성된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 가지 조건을 수렴하면서 발아래로 급류가 달릴 만한 곳은 강변 인도뿐이었다. 인도 어디쯤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알아내도 큰 의미가 있을 것같지 않았다. 발작 직전에 스쳐온 풍경들이 깨어난 후 기억난 것에 불과할 터였다. 비슷한 경험이야 전에도 있지 않았던가. 스스로 결론은 내려놓고도 썩 개운해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개운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지옥으로 가는 통로를 엿본 심정이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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