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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 카운터 너머에서 배운 단짠단짠 인생의 맛
봉달호 지음, 유총총 그림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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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잘 지킨 것이 이 편의점 하나였는데 지금 그것마저 흔들리는 일상에 윙- 멘탈이 흔들린다.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내년에도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아침마다 손님 맞으며 "어서 오세요. 편의점입니다" 하고 인사할 수 있을까. 저녁에는 매출 현황 확인하며 뿌듯하게 웃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돌아올까?“

편의점은 다른 어떤 가게보다도 친숙한 곳이 아닐까 싶다. 식당과 카페들이 모두 문을 닫은 늦은 시간, 혹은 꼭두새벽에도 찾아가서 뭔가 먹거나 마시거나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곳. 그러나 항상 카운터 밖에서 잠시 머물렀다 가는 손님의 입장이었기에, 카운터 반대편에서 하루종일 가게를 지키며 손님들을 지켜보는 작가의 시각은 새롭게 느껴진다.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상호작용 안에서도 작가는 손님들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해낸다. 한정된 용돈으로 신중하게 과자를 고르는 어린이 손님, 막 성인이 되어 술담배를 사려는 손님, 상대를 위해 증정 상품을 남겨두고 가는 커플 손님 등 짧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엿보이는 장면들에서 소소한 공감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체득하기도 한다. 진상 손님 적당히 흘려보내기, 일에 지나치게 감정 소모하지 않기, 점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역할을 정해두기 등... 편의점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런 태도들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 듯하다. 최선을 다하되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은 지키기.

+ 책이 주요 마케팅 문구로 내세웠듯 'n잡', '부캐' 등 최근 부쩍 높아진 듯한 부업과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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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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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어머니를 전시회며 중세의 시가지로, 느긋하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걸까? 왜 어머니는 가난하고 불구인 사람들을 방문하는 자원 봉사 노릇을 할까? 여자로서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 조용히 머무르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게 던지는 질문이라도 되는 듯, 나는 어머니가 완벽했다고 결론내렸다. 세상이란 거기에 뛰어들고 즐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 무엇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42p.

작가인 아니 에르노 자신과 주위 여러 여성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한 자전적 이야기. 여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러나 별달리 인식하지는 못하고 자연스레 지나쳤을 법한 삶의 단면들을 잡아내어 공유한다.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희생하고 눈물짓는” 어머니에 관한 도상학은 주인공이 실제로 곁에서 보고 겪은 어머니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이처럼 고착화된 여성상들을 반복해서 접하며 내재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녀의 삶 전체가 잘 보여준다. 특히 학창시절에 정숙한 소녀답지 못한 욕망을 가지고 유모차를 미는 여성들을 보며 거부감을 느끼던 화자가 결혼한 후 일반적인 주부의 삶을 영위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는 어떤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어떤 형태의 욕망이건 그것을 좇는 과정에서 여성 개인이 얻는 행복과 가치는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로 남성에게 선택받고 싶어 하거나 현모양처가 되고 싶어 하는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욕망의 많은 부분이 사회의 가부장 질서에 의해 억압되거나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내가 가진 욕망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그저 그렇게 믿도록 학습된 것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을 테지만, 그걸 혼자서 깨닫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가가 “소녀의 자서전” 이라고 설명하는 <얼어붙은 여자>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과 그녀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만의 감정과 고민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생각보다 보편적인 것이었음을, 나와 작가는 세대도 국가도 다르지만 여자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비슷한 경험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옮긴이가 적었듯 비슷한 경험은 힘이 세고, 그 힘은 우리가 겪어온 일들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한번 더 들여다봤다. 빨강과 은색 박을 입힌 무늬들이 사회에 의해 얼어붙은 동시에 내면은 뜨겁게 끓어오르는 여자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삶을 바꿔놓기 시작할 균열을 의미하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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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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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휴가가 끝나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닥쳐오는 질문들에 어느정도의 정확한 답을 해야 하는가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적당한 말을 하는 것을 묻는 사람도 그외 주변 모든 사람들도 원하지만 그렇게 적당한 말을 하고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다시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은 말을 하였다고 그것은 달갑지가 않았고, 달갑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분명.- 45p.

 

소설을 읽을 때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일련의 요소들이 있다.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주위 인물들과의 갈등과 대립, 어떤 식으로든 앞의 사건들을 마무리짓는 결말 같은 것들. 우리의 사람들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은 그런 요소들을 전혀 충족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카페, 온천, 관광호텔 등 일상적이지만은 않은 장소들에서 주인공이 보는 것, 듣는 것, 말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저 나열하듯 전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서사의 뚜렷한 방향을 발견하려 하는 대신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방식으로 읽다 보면 파편 같은 묘사들 가운데서 시를 읽는 듯한 운율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지점들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는 두 번째 소설 건널목의 말에서, 떠나고 휴식한 뒤에도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발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러한 지점 중 하나였다. “경마장의 말처럼 달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내뱉은 말에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내면은 두서없이 묘사되기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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