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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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휴가가 끝나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닥쳐오는 질문들에 어느정도의 정확한 답을 해야 하는가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적당한 말을 하는 것을 묻는 사람도 그외 주변 모든 사람들도 원하지만 그렇게 적당한 말을 하고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다시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은 말을 하였다고 그것은 달갑지가 않았고, 달갑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분명.- 45p.

 

소설을 읽을 때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일련의 요소들이 있다.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주위 인물들과의 갈등과 대립, 어떤 식으로든 앞의 사건들을 마무리짓는 결말 같은 것들. 우리의 사람들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은 그런 요소들을 전혀 충족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카페, 온천, 관광호텔 등 일상적이지만은 않은 장소들에서 주인공이 보는 것, 듣는 것, 말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저 나열하듯 전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서사의 뚜렷한 방향을 발견하려 하는 대신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방식으로 읽다 보면 파편 같은 묘사들 가운데서 시를 읽는 듯한 운율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지점들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는 두 번째 소설 건널목의 말에서, 떠나고 휴식한 뒤에도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발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러한 지점 중 하나였다. “경마장의 말처럼 달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내뱉은 말에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내면은 두서없이 묘사되기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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