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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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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를 듣고 사두었던 책이다.

몇 번 들었다놨다 했는데 편지글 형식이 그닥 당기지 않아 그대로 두었던 터였다.

김신양샘 페북에서 영화화되었다며 소개하신 글을 보고 읽어봐야 겠다 생각했다.

출장 사이, 쉬는 날에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줄리엣 애슈턴. 작가.

발랄한 문체에 가벼운 느낌으로 시작.

첫번 째 인상적인 점.

줄리엣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가장 오래 함께해왔던 신부님과 또 한 명, 같이 일하면서 가장 사이가 안좋았던 여자에게 부탁했다. 가장 긍정적으로 써줄 만한 사람과 가장 부정적으로 써줄만한 사람의 소개를 종합해서 객관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라는.

이런 발상을 한 줄리엣도 재밌고, 요청대로 써준 벨라도 대단하구나 감탄.ㅋ

58쪽에서 덜커덕.

"... 해고하지 않았소."

영어에선 반말과 존대말이, 남자언어와 여자언어가 없을텐데.

요즘 누가 이런 말투를 쓴단 말인가.

마초 냄새 나는 문장투.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대말 하는 비대칭까지.

이솔라와의 편지에선 갑자기 존대말에서 반말로 변한다.

정중하거나 혹은 친한 사이에 쓰는 문장이 다를 수는 있겠지.

번역자의 언어 감각이 부자연스럽다. 에잇.

여러 사람이 나오는 터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관계도를 그려보면서 봤다.




편지글 형식 소설의 특징이겠는데, 모든 주인공이 하고싶은 말을 모두 직접 한다.

작가나 화자의 해석이 아니라 인물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들려준다.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있다.

읽는 사람은 작가의 해석이 아니라 자신이 들은 바(본 바)대로 듣는다.

실 생활에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않고 끼어들어 말하기 쉽상인데, 편지는 일단 상대의 글을 모두 읽어야만 답을 할 수 있다.

이런 편지글 형식은 처음 읽는 것 같은데, 다양한 인물군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를 병렬하고, 동등하게 이야기를 끝까지 들려줄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중간쯤 읽었을 때 페북에 나온 영화 예고편을 봤다.

인물들에 얼추 익숙해졌기에 실사영화의 배역들이 내 인상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방심하다 당했다.

나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서 주인공들의 연애기류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예고편에서 줄리엣과 도시가 이어지리라는 복선들을 본 것이다.

땅을 치고 후회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ㅠ 책 절반 가량을 읽어오면서 구축한 나의 상상의 세계가 깨져버렸다.ㅠ



줄리엣이 건지섬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은 마치 <안토니아스 라인>의 공동체 같았다.

건지섬의 북클럽은 의도적인 공동체는 아니지만, 북클럽을 중심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엘리자벳의 아이를 같이 키우고 서로의 슬픔을 위안하는 장면들이 강고한 가족이데올로기와 국가이데올로기, 마녀 신화 등을 무시하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틀에 갇히지 않고 편견 없이 사람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기,

예절, 예의라는 관례보다는 존중의 표현으로 우애를 나누기.

두 작품에서 겹치는 이미지다.

여러 사람의 손에서 자라는 딸 컨셉도 겹친다.

공동체에서 크는 아이의 특징 표현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랑스럽고, 호기심이 많고, 한부모 혹은 부모의 상실로부터 출발하게 된다는 점까지.

1946년은 전쟁이 끝난지 1년밖에 안된 상황이므로, 가부장을 중심으로 안전한 가족이데올로기가 확고한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안전하지 않고 누구라도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시대였을 것이다.

이런 이데올로기의 혼돈의 시간,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기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서로 돕고 사는 이웃의 소중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가 매리 앤 쉐퍼는 70대 죽음 직전까지 이야기 할머니로 살았다고 한다. 사람에게서 기쁨을 얻고자 한 사람이었다고.

문학모임 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이웃이 좋아하는 책들을 이 소설 주인공들의 인생 작품으로 만들어 쥐어주었다. 살면서 책에서 배웠던 내용을 책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 문턱에 섰을 때 조카에게 마무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은 연애의 진부함에서라기 보다는 작가 소개가 너무 자세해서가 아닌가 싶다. 캐릭터들도 어디선가 만난 듯한 느낌을 주는 탓도 있겠고.

감동받아 울먹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슴 찡하게 아픈 장면이 있었다.

상처 많은 시대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서 당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꿋꼿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짠함과 감동이 밀려온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할까.

재미 있어서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오늘 빨간책방을 다시 들었는데, 내가 생각한 포인트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책은 해석하기 나름이구나, 입장과 경험에서 느끼는게 다르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김중혁 작가는 "문학 팬이 쓴 최고의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보니 소소한 로망 요소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전쟁 이야기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했지요. 6년간 전쟁을 겪고 전쟁에 대한 글을 쓰며 살았으니까요. 이제는 뭐든 좋으니 다른 것에 관심을 쏟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그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길 바라는 것과 같아요. 전쟁은 이미 우리 삶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이야기를 뺀 삶은 불가능하지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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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
진용주 지음 / 단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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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남편과의 가고시마 여행에서 우연히 '가고시마 시립미술관'을 다녀온 이후 일본여행 컨셉이 달라졌다.

설마 샤갈 진품이겠어? 설마 로뎅이겠어? 설마 피카소겠어? 반신반의했는데 나중에 진짜임을 확인하고선 깜짝 놀랐다. 일본 예술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에 가나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놀랐다.

그 후로 나오시마 지추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쿠라시키 오하라미술관, 히로시마현립미술관을 다녀왔고 일본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참이었다.

페북에서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제목도 인상적인데다 일본 미술관 기행문이라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는 감이 왔다.



을 펴자 머리말의 문장들이 눈에 마음에 박혔다. 타종하듯 마음을 쳐대는 글... 단순한 소개글이 아니로구나, 여행감상문이 아니로구나 느껴지면서 오래도록 소장하게 될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유명인의 소개글이 없었다. 책 자체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쓸데없이 흔한 띠지가 없는 것도 좋았다.


책에서 소개한 곳 중에서 내가 가본 곳은 삿포로 인근의 모에레누마공원이 유일했다.

2016년이었나, 삿포로역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역풍을 맞아가며 한참을 달려갔던 곳. 마침 열린 마마챠리대회를 (익살스런 분장을 하고 엄마자전거 타는 장면) 재밌게 지켜봤던 곳. 추워서 피라미드 안에 들어갔는데 햇빛 덕에 땀을 뻘뻘 흘렸던 곳. 언덕 정상에 올라 바람을 맞아가며 360도 전망을 한참동안 바라봤던 곳…

난지쓰레기산이 공원지대로 변신했듯 버려진 땅이 시민들의 공원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 곳이었는데, 왜 미술관 소개에 왜 나왔지? 갸웃했는데, 미처 내가 알지 못한 작품들이 여럿 있는 곳이었다.

넓은 공원을 다 돌아보지 못할 것 같아 두어 군데만 둘러봤었는데 나무들 사이의 126개의 놀이기구, 숲속 놀이터, 작품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한 면밖에 못보고 온 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긴 했지만.



책은 일본열도 북쪽부터 지은이가 인상깊게 만나온 미술관을 소개하고, 작품을 설명하고, 자신의 감상과 인상을 펼쳐놓았다. 

단순히 특징을 설명한 게 아니었다. 지은이는 작가의 인생과 자신의 생각과 의미를 연결시켜 감성적으로 풀어놓았다. 가끔 감성이 흘러넘쳐 마치 늦은 밤 써놓고 아침이면 부끄러워질 법한 문장도 있었다. 그래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아마도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글은 쉽게 만날 수 있는게 아니기에 한 챕터씩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은 리뷰 쓰기 욕구를 자극한다. 책을 책을 읽은 내 느낌을 잊고 싶지 않으므로.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미술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카루이자와 센주 히로시 미술관'. 그림에 맞춤한 공간의 배치가 인상적이어서 센주 히로시의 <<폭포>> 공간 그 안에 선 나를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다음은 '군마현립 타테바야시 미술관'이다. 타테바야시 미술관은 야트막한 언덕과 너른 정원을 끼고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홋카이도 롯카노모리나 나카사츠나이와 비슷한 전경인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국내외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관 옆 공원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아키노 후쿠 미술관'도 가보고 싶다. 초기와 후기의 그림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초기나 후기나 작가의 그림이 내 눈에는 잘 들어왔다.

지은이가 아쉽다고 말한 1938년작 <<붉은 치마>>도 단훈히 조형미와 색감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 히로시마현립미술관에서 본 와다카 세츠지 1933년작 <<마을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인 걸 보면 30년대 유행 화풍이었나 궁금하기도 하다. 내 눈으로 직접 화사한 색감을 목격하고 싶다.


그 다음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도몬 켄 기념관. 언젠가 가볼 날을 만들어야겠다.



은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을 번갈아가며 읽었다. 두 책의 문장 결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대하는 자세, 아름다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풀어가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자극이 되었다. 밋밋하게 살 것이 아니라 예술을 가까이 대해보라는 권유로 다가왔다.


정재일은 “어떤 것을 경험했을 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고 예전과는 다른 마음을 갖게 해주는 감정이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info_id=71068&fbclid=IwAR16rY9eC2rL8JZWiL_9QbxOseBZRIevRkBJ56uhY6P2BfTtxIjInW_KoE8]

이 답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만나고 경험할 때 내가 달라지는 것, 전환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 새로움을 수용하고 이 전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아름다움을 만날 때 가장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모든 미술관, 모든 작품, 모든 작가들을 기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면 그 지역의 미술관은 꼭 확인해보리라. 내 삶은 변화시킬 기회를 만들리라.




 




"아이 때는 무엇엔가 놀라거나 발견을 하면서 세계를 넓혀갑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 대한 해석 방법은 경직되고, 세상 일 대부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굴면서 놀라움이나 발견의 경험은 사라져버리지요. 그렇지만 익숙해진 것이라도 ‘시각‘을 바꾸면 놀라움이나 매혹되는 경험을 되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세상을 보는 방법, 즉 ‘시각‘이나 ‘견해‘를 바꾸는 것. 그것을 통해 새삼 놀라고, 발견하는 경험을 되찾는 것.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그것이 곧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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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
진용주 지음 / 단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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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술관에 다녀왔거나 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지은이가 직접 만난 미술작품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작품을 해석해주고 의미를 부각시켜 살려주는 책입니다. 지은이의 마음과 동화되게 하는 글 감각도 참 좋았어요. 다음 책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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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시코쿠 : 다카마츠.마츠야마.도쿠시마.고치 - 홀가분히 떠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2018-2019 최신 개정판 내일은 여행 시리즈
온 더 로드 지음 / 착한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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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여행을 앞두고 이것저것 가이드북을 둘러보게 되네요. 온더로드 그룹 가이드북이라면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여행 아이템이 가득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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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드라마 `나인`이 떠오른다.

앞뒤가 연결되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이 생생하다.

이 책을 읽는내내 이건 드라마로 만들어야 해!를 외쳤다.

뚜렷하게 캐릭터가 살아움직였다. 표정이 있고 감정이 움직이고 있어 생생하게 내 앞에 나타나는 느낌.

내용중에 빼먹을게 많지 않으니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적당할듯하다.

성균관스캔들 같은 재밌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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