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
진용주 지음 / 단추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년 남편과의 가고시마 여행에서 우연히 '가고시마 시립미술관'을 다녀온 이후 일본여행 컨셉이 달라졌다.

설마 샤갈 진품이겠어? 설마 로뎅이겠어? 설마 피카소겠어? 반신반의했는데 나중에 진짜임을 확인하고선 깜짝 놀랐다. 일본 예술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일본에서는 어느 지역에 가나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놀랐다.

그 후로 나오시마 지추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쿠라시키 오하라미술관, 히로시마현립미술관을 다녀왔고 일본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참이었다.

페북에서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제목도 인상적인데다 일본 미술관 기행문이라니,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는 감이 왔다.



을 펴자 머리말의 문장들이 눈에 마음에 박혔다. 타종하듯 마음을 쳐대는 글... 단순한 소개글이 아니로구나, 여행감상문이 아니로구나 느껴지면서 오래도록 소장하게 될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책들과 달리 유명인의 소개글이 없었다. 책 자체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쓸데없이 흔한 띠지가 없는 것도 좋았다.


책에서 소개한 곳 중에서 내가 가본 곳은 삿포로 인근의 모에레누마공원이 유일했다.

2016년이었나, 삿포로역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역풍을 맞아가며 한참을 달려갔던 곳. 마침 열린 마마챠리대회를 (익살스런 분장을 하고 엄마자전거 타는 장면) 재밌게 지켜봤던 곳. 추워서 피라미드 안에 들어갔는데 햇빛 덕에 땀을 뻘뻘 흘렸던 곳. 언덕 정상에 올라 바람을 맞아가며 360도 전망을 한참동안 바라봤던 곳…

난지쓰레기산이 공원지대로 변신했듯 버려진 땅이 시민들의 공원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 곳이었는데, 왜 미술관 소개에 왜 나왔지? 갸웃했는데, 미처 내가 알지 못한 작품들이 여럿 있는 곳이었다.

넓은 공원을 다 돌아보지 못할 것 같아 두어 군데만 둘러봤었는데 나무들 사이의 126개의 놀이기구, 숲속 놀이터, 작품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한 면밖에 못보고 온 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긴 했지만.



책은 일본열도 북쪽부터 지은이가 인상깊게 만나온 미술관을 소개하고, 작품을 설명하고, 자신의 감상과 인상을 펼쳐놓았다. 

단순히 특징을 설명한 게 아니었다. 지은이는 작가의 인생과 자신의 생각과 의미를 연결시켜 감성적으로 풀어놓았다. 가끔 감성이 흘러넘쳐 마치 늦은 밤 써놓고 아침이면 부끄러워질 법한 문장도 있었다. 그래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아마도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글은 쉽게 만날 수 있는게 아니기에 한 챕터씩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은 리뷰 쓰기 욕구를 자극한다. 책을 책을 읽은 내 느낌을 잊고 싶지 않으므로.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미술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카루이자와 센주 히로시 미술관'. 그림에 맞춤한 공간의 배치가 인상적이어서 센주 히로시의 <<폭포>> 공간 그 안에 선 나를 느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 다음은 '군마현립 타테바야시 미술관'이다. 타테바야시 미술관은 야트막한 언덕과 너른 정원을 끼고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홋카이도 롯카노모리나 나카사츠나이와 비슷한 전경인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국내외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관 옆 공원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아키노 후쿠 미술관'도 가보고 싶다. 초기와 후기의 그림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초기나 후기나 작가의 그림이 내 눈에는 잘 들어왔다.

지은이가 아쉽다고 말한 1938년작 <<붉은 치마>>도 단훈히 조형미와 색감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 히로시마현립미술관에서 본 와다카 세츠지 1933년작 <<마을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인 걸 보면 30년대 유행 화풍이었나 궁금하기도 하다. 내 눈으로 직접 화사한 색감을 목격하고 싶다.


그 다음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도몬 켄 기념관. 언젠가 가볼 날을 만들어야겠다.



은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을 번갈아가며 읽었다. 두 책의 문장 결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대하는 자세, 아름다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풀어가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자극이 되었다. 밋밋하게 살 것이 아니라 예술을 가까이 대해보라는 권유로 다가왔다.


정재일은 “어떤 것을 경험했을 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고 예전과는 다른 마음을 갖게 해주는 감정이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info_id=71068&fbclid=IwAR16rY9eC2rL8JZWiL_9QbxOseBZRIevRkBJ56uhY6P2BfTtxIjInW_KoE8]

이 답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만나고 경험할 때 내가 달라지는 것, 전환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 새로움을 수용하고 이 전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아름다움을 만날 때 가장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모든 미술관, 모든 작품, 모든 작가들을 기억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면 그 지역의 미술관은 꼭 확인해보리라. 내 삶은 변화시킬 기회를 만들리라.




 




"아이 때는 무엇엔가 놀라거나 발견을 하면서 세계를 넓혀갑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 대한 해석 방법은 경직되고, 세상 일 대부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굴면서 놀라움이나 발견의 경험은 사라져버리지요. 그렇지만 익숙해진 것이라도 ‘시각‘을 바꾸면 놀라움이나 매혹되는 경험을 되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세상을 보는 방법, 즉 ‘시각‘이나 ‘견해‘를 바꾸는 것. 그것을 통해 새삼 놀라고, 발견하는 경험을 되찾는 것.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그것이 곧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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