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831/pimg_7959141111994902.jpg)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프랑스를 떠올리면 자유로움과 낭만이 먼저 생각난다. 높은 에펠탑과 잔디 공원에 누워 마음껏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반면에 사람들이 무심하고 까칠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많이 다른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그들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시크:하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p.6
지금 첨단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파리에 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른 것을 파리에서 배우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이 한마디씩 무심코 던지는 말을 통해서 ‘세상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인 조승연은 미국에서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유학은 미국이나 영국으로 많이들 가지 프랑스로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예술 계통이 아니라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왜 프랑스로 향했을까?
왜 프랑스였어야 하는지 느끼고 경험한 이유가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프랑스 혁명부터 이어져 온 그들만이 가진 역사적인 사건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표현 모든 것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행복을 바라보는 기준에 대한 영향이 컸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넓은 공간에 사는 것도 아니고 여러 제품을 갖춰서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주관적인 요소로 기존의 것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네비게이션 없이 익숙한 길을 가는 것. TGV(고속열차)가 들어서는 것도 기존의 것을 많이 바꾼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 새로운 편리함보다 익숙한 불편함을 선택하는 그들이다. 인생에서 깊고 심오한 의미를 찾는 것 역시 아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묘사하고 더 잘 느끼는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p.57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중해 문화의 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원한 것을 간직하기보다 그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맛을 느끼고 그 맛에 대해 까다롭게 즐기고 품평하는 사람들이다. 시민 혁명을 성공시켰으나 바로 정착시키지 못한 프랑스. 왕정이 다시 복귀하기 바라는 왕당파의 대표적 인물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민중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만든다."는 말과 함께 민중들은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말을 남겼다는데 그러한 역사적 영향이 미쳤던 것은 아닐까.
p.102
프랑스 속담에 ‘정확한 계산이 좋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간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상대방이 있을 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살가운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프랑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차가운 우정’의 뿌리가 아닌가 싶다.
그들에게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시크:하다》 라는 책 이름처럼 그들을 다소 냉소적으로 볼 때가 있다. 우리나라가 관심을 많이 주고 정이 많지만 한편으로 표면상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프랑스는 관계보다 나의 중심으로 두고 고슴도치처럼 적당한 거리에서의 관계 유지를 중요시 한다. 모든 문장에서 주어 Je(나)를 잘 사용하는데 가족에서도 우리는 때론 밧줄처럼 투자와 희생을 할 대상으로 반해 나와 같은 공간에서만 살 뿐 진정한 가족은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관계에 있어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관심보다 다소 시크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 더 편할 수 있지 않을까?
p.168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만의 문화가 있고 프랑스만의 문화가 있다. 여기서 말한 프랑스 사람들의 방식이 모두 옳고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문제인 인간관계, 가족, 결혼, 사랑 등에 있어 나라는 존재 명확성이 가질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시민 혁명을 거쳐 기존의 사고와 관습에 대해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나라. 직업에서 행복을 찾는 게 아니라 진짜 본인들의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나라. 가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프랑스는 아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