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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안 와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13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826/pimg_7959141111991335.jpg)
그림책을 어릴 때 읽어보고 안 읽은지 꽤 오래됐다. 어른이 돼서 오로지 그림으로 된 매체물을 접하는 건 웹툰을 볼 때 아니면 없지 않나. 문자가 주는 느낌보다 더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지만 언제부턴가 그림책은 왠지 쉬운 책, 어릴 때나 읽는 책이 아닐까해서 멀리했던 건 아닐지. 오랜만에 커다란 그림책을 만나는 건 반갑지만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다.
마치 크레파스로 칠한 그림은 익숙한 정겨움이 있다. 어렸을 적 크레파스가 손톱 때처럼 묻으면서 열심히 도화지에 그림 그렸던 시절, 어려움이 있으면 항상 엄마를 불렀던 그 시절을 《엄마 왜 안와》는 상기시킨다. 아버지가 못하는 것 없는 만능 재주꾼이었다면 엄마는 알뜰살뜰 우리를 챙겨주는 슈퍼우먼이었다.
어릴 때는 몰랐다.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면 그랬어야 하는 것 아니였냐고. 무엇인가 잘 안 될 때 부르면 엄마는 나와 가까운 곳에 있었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늦었다고 투정 부리기 일쑤였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무엇이 그리 당연했을까.
조금이라도 기다려달라고, 노력하는 그 마음은 몰라주고 빨리 오라고만 재촉했을 뿐 세상의 꽥꽥이 오리의 타박에도, 공룡 뱃속을 지나 용감하게 달려오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기엔 너무도 철이 없었고 어렸던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라는 말이 너무도 마음이 쓰리다. 이제는 타지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부모님은 “바쁘지 않을 때 내려와. 잘 지내고 있지”라는 반어법으로 도리어 기다리고 계시는 것 아닐지. 어릴 적 기다림에 한 걸음에 달려오셨던 것과 달리 지금은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게끔 하는 소절의 연속이다.
어렸을 때 네 명의 가족을 크레파스로 그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모두 웃은 채 나란히 일자로 그렸던 모습. 잠깐이나마 순간이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고,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따뜻한 동화책이다.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준 네게로 무사히 돌아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