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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백인 신부
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희망을 잃지않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인 메이 도드를 만났다. 때론 무모할 만큼 명랑하고 긍정적인 그녀를 지켜보며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여러번 이었다. 부모님에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그녀는 미국 정부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인디언 백인 신부 계획에 동참하게된다. 샤이엔족의 대 족장 리틀 울프는 백인사회와의 융합을 위해 자신의 부족에게 천명의 백인 신부를 내어달라 요구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어디까지나 자원에 의해서만 여성을 모집한다는 그들의 말과는 달리, 모자란 여성의 숫자를 채우기위해 교도소나 정신병원에서 그나마 정신이 온전한(사실, 아이를 낳을 능력이 있는)여성들을 선별했다. 그 중 메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빼앗긴 두 아이들을 다시만날 희망 한가지 만으로 그 무모하고도 험난한 길에 발을 디딘 것이다.
인디언들을 만나기위해 기찻길에 오른 메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여인들을 만나게된다. 자칭 타칭 새 박사 헬렌, 두번다시 노예생활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자유를 선언한 흑인 여성 피미,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쌍둥이 자매 켈리와 수지, 메이가 정신병원을 탈출(?) 하도록 도와준 마사 까지. 이 외에도 여러 개성강한 여성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암울하면서도 즐거운 인디언 아낙으로서의 생활에 많은 위안을 안겨준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될 줄 알았던 메이는 인디언 아낙이 되기로 결심하고, 아이를 낳아주고 2년이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미국정부의 약속을 받았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메이는 신분이 낮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하지않고 아이까지 낳게된다. 이 일로인해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정신병원에 갇힌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빼앗긴 메이는 반드시 아이들을 다시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희망에 차, 족장 리틀 울프의 아내가 된 후에도 그녀만의 긍정적인 힘과 지혜롭고 명랑한 성격대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게된다.
[아, 해리, 내 사랑, 놈들이 우리 아기들을 데리고 갔어. 어찌나 보고 싶은지 꿈에서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고 놀라 깨어서 애통해해. 자리에 누운 채 아이들이 어떻게 지낼지, 사랑하던 어머니를 기억이나 할지 생각해. 아이들 소식을 듣고 싶어. 당신은 만났어? 아니, 못 만났을 거야.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처럼 신분이 낮은 남자가 자기 손자손녀의 아버지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을 거야. p.86~87]
메이는 미개인들과의 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다른 백인 신부들을 위로하고, 그녀의 남편 리틀 울프에게 최선을 다하며, 여행길에서 사랑에빠지게된 버크대위와의 애틋한 감정도 잠시 접어둔다. 수 많은 규칙이 존재하고 미신이 난무하는 인디언의 삶에서 메이는 문명화된 백인의 삶을 가르쳐주고, 여성들의 궁핍하고 고된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남부인 가운데는 안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사람들은 백인하고 너무 많이 어울렸어. 하지만 자기들끼리만 살면 아무 문제 없어. 백인들이 이 사람들한테 거짓말도 안 하고 술도 안 주고 가만두면, 다 괜찮아져." (중략) "그리고 인디언 생활의 좋은 점이 바로 그거야. 내가 '행복'한지 어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야. 내가 볼 때 행복이란 백인들이 만들어 낸 그다지 영양가 없는 고민이야. p.274]
그러나 책의 후반부로 갈 수록 백인 신부들의 삶은 점점 위험에 처하게된다. 인디언들에게 준 땅을 다시 빼앗으려는 백인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게된 샤이엔 족. 온화한 주술 족장 리틀 울프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의 부족민과 백인 신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백인들의 교묘하고 이기적인 모습에 진저리를 치고,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있는 나는 메이와 그녀의 가족들이 안쓰럽고 걱정되었다. 그녀가 오로지 바라는 한가지, 아이들을 만날 수는 있을지.... 사랑하는 버크대위와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지....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족장 리틀 울프를 존경하고 사랑하게된 메이는 그의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만큼 몰입도가 훌륭하고 19세기 인디언 생활에 푹~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마지막 책 장을 덮고 현실세계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 없을만큼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려야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