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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수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않고 함박미소를 짓던 모습을.... 그 장면을 지켜보며 내 가슴이 부풀어올라 두둥실~ 창공을 가로지르는 듯 행복감으로 충만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읽는동안 가슴따뜻한 즐거움이 떠날줄 모르고 날 감싸않았다. 화산재로 인해 유럽전역 공항에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면서, 인천공항에 발이묶인 사람들. 일주일이란 뜻하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 그들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당신이 다 틀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요.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후회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잃은 것도 없고요."
"설마. 이 세상에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소? 잃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 인간들은 넘쳐나도."
"현실적으로 무언가를 잃은 것은 있겠죠. 하지만 난 그걸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얻은 대가로 내가 자의적으로 지불했다고 생각하지." p.131]
어렸을적 입양되어 한국을 찾은 사람, 현실의 팍팍함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입양보내야 했던 여인, 한국전 참전 용사, 유명한 괴수영화 감독, 첫사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녀, 세계적 모델이 되고자 꿈꾸는 모델, 그리고 수많은 배낭 여행자들까지.... 그 외에 다양한 인종의 재밌고 기이한 사람들이 등장해 그들만의 개성있는 모습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몇몇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인물이 있다. 공항 직원 호주와 영화감독의 아내 헤더.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어떻게 동시에 내 맘을 사로잡았을까? 생각해보면 호주의 모습은 나와 닮은 듯해서 마음이 씌였고, 헤더는 밝은 에너지가 충만한 모습에서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이들이 들려주는 개개인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비록 소설로 만난 인물들 이지만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왔다고 할까? 영화로 만들어져도 참 근사할 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떠나는 건 아니야, 줄리엣. 공항은 마치 떠나는 장소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돌아오는 장소이기도 해. 사랑도 마찬기지야.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두 가지 진실이 항상 함께라는 걸 알 수 있어. 떠나면, 돌아온다는 것."
"........ 내가 다시 사랑을 하 수 있을까요?" p.221~222]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돌아오는 이들도 있듯이, 오고가는 인파속에서 수많은 상상을 해본다. 그들은 지금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오는 것일까? 혹은 어떤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떠나는 것일까? 무거운 가방을 끌며 두 눈엔 행복감과 아쉬움을 가득 담고 공항에 모여든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행복만큼이나 정답게 다가온다. 호주가 정말 다음번 여름에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를....
공항은 왠지 설렘과 동시에 쓸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내가 다녀온 공항은 아쉬움의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다. 두번다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친구가 들어가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돌아오는 이를 맞이하러 공항에 가고싶다. 아주아주 반가운 미소를 가득 머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