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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11월
평점 :

이런 사랑 할 수 있을까? 김기로인해 줄줄 흘러내리는 콧물을 성가셔하며 가끔 화장지를 말아쥐며 그렇게.... 내내 아슬 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가슴을 짓누르는 먹먹함을 달래길 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희준의 말처럼 두 남자에게 사랑받은 그녀는 행복했을까? 몸은 하나인데 마음은 둘일 수 있는걸까? 오래전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며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한다 말하는 여자주인공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니, 정말 미웠다. 그녀의 이기심에 분노했다. 그러나 『노벰버 레인』의 준희는 무언가 달랐다. 애처로웠다. 그녀가 자꾸만 내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그녀의 사랑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아니, 파괴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혼란스럽다. 그녀처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 애써 젊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젊음이 두려워서. 젊음이 가진 속성을 감당하기 싫어서 지레 놓아버린 것일까?
"이런 쓸쓸함, 마흔할 살 때는 더하겠지?"
그녀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스물한 살 때 서른한 살의 내 모습을 생각해본 적 없는 것처럼, 지금 나는 마흔한 살의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겠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짐작할 뿐이다. p. 225~226] |
지금의 나 또한 마흔의 나를 상상하기 어렵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있을까? 지금보단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가져보기도한다. 또한 내 사랑에 대해 상상해본다. 어떤 사랑을 하고있을까? 모쪼록 충만하길.
준희의 사랑은 처절하다. 나쁘년이라는 소릴 들어도 할 말 없는 그녀다. 안정적인 가정과 그녀를 놓지 못한다 말하는 남자, 10년을 기다려왔든 언제나 기다리겠다 말 하는 남자.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불같은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는 후에 말한다. 그도 사랑하고 이 남자 또한 사랑한다고.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같지 않음을 안다. 내가 그녀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여전히 꿈 같은, 아득하리만치 아름답고 변함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충실한 사랑을 꿈꾸는 내가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 하나만을 위하여. 이별에 이별을 반복해 가며 준희가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글 속에 빠져들수록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고 준희의 상황과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궁금증만 더해간다.
희준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런 사랑 할 수 있을까? 그토록 오랫동안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을까? 그 마음 변치않을텐가. 사랑을 할 때 의심이 시작되는 순간 균열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늘 반짝이던 눈동자에 생기를 일어가는 순간 특별했던 그도 평범한 한 사람이 되어버리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1년이 넘어가는 연애에도 늘~ 처음 그 때처럼, 만나기전 설렘으로 가슴을 두근거렸던 날들이 있다. 그가 기다리고있는 정류장 앞 버스에서 내리기전 두근 두근.. 깜짝 방문한 그를 보기위해 집 앞 계단을 내려가면서 두근 두근.. 헤어지는 날 지하철역 안에서 역시나 두근 두근. 처음 그 뜨겁던 숨결과 물러설 줄 모르던 시선이 거두어진 순간은 언제였을까. 한쪽에서 먼저 마음이 식어버리는 순간, 남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할 두려움.. 고통.. 슬픔. 이별은 언제나 일방적인 것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전해져 마치 영화속 연인들을 바라보는 듯, 그들의 연애를 아주 가깝게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 책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곳, 주인공들에게 특별한 장소를 나만의 상상력을 한껏 끓어올려 느끼곤 했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그곳을 내 두눈으로 직접 보고싶단 열망에 사로잡혔던게 얼마였던지.... 이런 내 갈망을 알았나보다, 사진이 함께한 연애소설을 만날 줄이야. 참 고맙다.
11월의 비내리는 날 아마도 난 책 속 연인들이 생각날 것같다. 비록 얼마전 내린 11월의 비로 인하여 감기밖에 얻지 못한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