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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3 ㅣ 아서 왕 연대기 3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드디어 대망의 3권을 만났다. 길고도 숨가빴던 아서와의 만남은 끊임없는 긴장감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특히나 이번 3권 『엑스칼리버』에서는 다채롭고 웅장한 전쟁신이 매력적이었다. 모든 책에서 전쟁신이 등장했지만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피가 난무하고 살육이 무자비하게 일어나는 모습은 다채롭기까지 하였다. 아서의 이름을 더욱 드높여줄 머니드 바돈에서의 전쟁이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라 하겠다.
2권인 『에너미 오브 갓』에서 비참함으로 물들은 아서의 끝을 보았다면 3권에서 다시 용맹스럽고 너그러우며 미소짓는 아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적을 용서하는 아서를 지켜보며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아서를 만났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가슴깊이 파고들었으리라 생각한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문득 책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비집고 들어와 놀라곤한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름들에 '내가 이 책에 상당히 빠져들었구나.... 당분간 잊긴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겨우 익숙해진 그들과 헤어지려니 무척 아쉽고 벌써부터 보고싶은 느낌이다. 내내 악녀라 욕했던 귀니비어마저 좋아지려 했으니 말 다했다.
니무에는 말했다. 차라리 귀니비어가 나라를 다스렸다면 훨씬 나은 브리튼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 말에 동의한다. 귀니비어라는 인물에 나도모르게 동요되고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물임에 틀림없다.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전장을 누비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져 잡힐듯 하다. 책의 역자가 이야기 했든 데르벨 만큼 매력적인 화자도 보기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아서의 이야기 인지 그의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적도 있을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또 그만큼 훌륭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손자들을 거느리고 수도사가 되기까지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 인간의 삶이 어쩜 이리도 다채롭고 강인할 수 있을까 놀라곤한다. 수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사랑을 찾고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진심으로 맞이하며 기뻐 하였고 위험이 닥쳐올 때마다 주저없이 전장으로 달려간 아서와 데르벨.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짧고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존의 판타지적이고 신화적인 아서와는 달리 버나드 콘웰의 아서는 우리들과 똑같이 역사속에서 아니, 어쩜 현재에도 살아숨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3권 『엑스칼리버』에서 만큼은 그도 신들의 도움과 마법의 힘을 상당부분 받았다해도 무방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앞의 권들과 달리 유독 신비하고 기이한 현상들과 신들의 존재가 강하게 들어난 이야기였다. 아서가 실재 존재한 인물이건 신화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건 중요한건,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놀랍도록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가슴벅차게 두근거리는 흡족함과 짙은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난 여전히 그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