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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삼체 2부 ㅣ 삼체 2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이야기의 큰 전개는 그런대로 재미있는 편.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지구인들의 낙관과 호기심에 찬물을 끼얹는 멋진 설정인 듯. 지구인들이 암흑의 숲에 있는 순진해 빠진 어린아이라니.
반면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묘사는 중국 정서가 이런 건지 몰라도 어딘지 좀 단순하고 극적인 느낌이 강하달까.
면벽 프로젝트라니. 보통 몇 명의 인간을 꼽아 전적으로 그의 아이디어에 의존한다는 것이...지자의 감시 탓이라지만서도...등장할 때부터 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니. 파벽자와의 대결장면들을 미리 생각해 두고 억지로 넣은 장면 아닌가 싶기도. 대결은 재밌었지만.
그리고 삼체세계의 항복장면과 이후 급 '사랑최고~!' 하고 나오는 부분은. 현상타개를 예상은 했지만서도 양상이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극단적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버프가 상당히 커서 어떨 때는 조금 거부감이 들 정도. 결국은 단 한 명의 중국인이 세계를 멸망에 처하게 하는가 하면, 그로부터 사사받은 또다른 단 한 명의 중국인이 다시 세계를 구원하고. 우주함대의 생존을 도모한 이도 결국 중국인 장군이고.. ㅎㅎㅎ. 뭐, 그간의 미국인이 중국인으로 바뀐 거지만.
뤄지가 면벽프로젝트를 활용해서 사랑을 하고 가족을 꾸리고 하는 과정은... 작가는 아름답게 그리려 노력한 듯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한 과정이기도 해서 좀 곤욕스러웠다. 이 작가가 그리는 여성들은..1부의 주인공이었던 예원제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어딘지 장식품스러운 데가 있어서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2부는 어떻게 보면 수미쌍관 구성인데, 친절한 작가 답게 여기저기 구구절절 힌트를 많이 남겨 주어서 결말을 예상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던 듯.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나 면벽자가 파벽자와 대면해서 파벽당하는 장면. 그리고 삼체의 물방울이 우주함대를 괴멸시키던 장면이 아닌지. 우리편이 당하는데 그렇게나 신이 날 줄이야.
막 까내리면서, 씬나하면서 아포칼립스를 지켜봤는데, 3부는 그럼 지구-삼체 연합군의 모험이 되는 건가...
아무튼. 디테일에 녹아든 중국 아저씨의 정서는 마음에 안 드는데 전개 자체는 재미나고 궁금해서 다음 3편도 읽어볼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