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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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줍는다.던가. 지금도 잊히지 않고 종종 회자되곤 하는 유시민의 흑역사. 그 말에서 드러나듯. 노동문제나 빈부격차 문제같이 더 중요하다는 문제들에 제쳐지고 가려지며 언급되지 않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최근들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적은 돈이나마 출판을 후원했던 윤단우씨의 책도 그렇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것인데..
80년대 태어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주인공이 겪어 온 유년과 청년기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여성들끼리의 공감과 연대 이상을 넘어설 수 있으려면 남성들의 마음 역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텐데. 요즘 인터넷 상에서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남성들은 여성에게 공감하고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고 어쩌고...그러지 않는 편이 살아가기 더 거리낌 없을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옛날에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던가. 당시 여성은 남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여성이 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거라고. 여성들의 출생과 학력신장과 취업과 승진을 막고(80년대만 해도 내 또래 여자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꽤 많이 죽었다는 건 주변 친구들 형제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산아제한시절. 셋째 이상은 높은 확률로 남자애들이다. 당시 태어난 남녀비율을 확인해 보아도 남자애들이 훨씬 많고. 80년대 전후로 태어난 남성 중 수만 명은 그래서 4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이 불가능할거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더랬지..). 취업하더라도 임금을 평균 남성의 60프로만 받게 하고(통계청). 결혼 후 경력단절을 겪게 함으로써 우월은 타고난 것이 되는 것. 대신 상대를 열등하다고 깎아내림으로써 그만큼의 결핍은 홀로 감당해야한다. 여성들이 덜 태어나거나. 열악한 자신의 직장생태 때문에 보다 상대의 조건을 따지는 여자들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결혼시장에서 소외되는 남성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집안 경제를 홀로 큰 부분 건사하게 되면서 중압감이 늘어나게되고 무리하게 되고. 근데 그런 것보다도 본투비 우월감을 만끽하며 열등한 종족이라고 싸잡아 몰아 넣은 상대를 심심할 때마다 무슨녀니 뭐니 깎아내리고 휘두루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큰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며칠 전 가임기여성분포도란 것에 특정 나이대의 여성들이 1의 자리까지 등재되었다고 난리였는데. 정부에서 그렇게 나설 정도면, 이 사회에서 여성이란 그냥 이쁘게 걸어다니는 남성 재생산용 자궁일 뿐인지도 모르지.
리드당하는 소극성. 여성스러운 조신함. 예쁜 외모.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에스라인 몸매. 관대함과 수용성. 모두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할 것. 착할 것. 남자보다는 떨어지는 지적능력. 기 센 여자가 아닐 것. 순종적일 것. 싹싹할 것. 
이런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란 나부터도 쉽지 않고. 자각하더라도 입밖으로 내는 것이 괜한 거스러미를 일으키는 것 같이 찜찜하고. 괜히 신경쓰이는 인물이 될까 싶어 회피하고 체념하게 되는 때가 많은데. 다만 그리 느끼는 게 나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듯.
뭐..이 책을 읽어도 남자라고 크게 다를 것 없다. 예부터 남자들도 엄청 힘들게 살았다. 남자들도 남자라서 감내해야 하는 게 참 많다. 여자가 겪는 일들이라고 그에 비해 대수냐. 하는 남성들 많겠지. 왜 남자들도 능력을 넘어서서 믿음직하고 능력있어야하고 가정을 홀로 건사해야하고 사나이로서 감정을 쉬이 드러내선 안 되고..힘들어야할까.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그 프레임은 왜 생겼을까. 뭘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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