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약 - 표와 피의 잔혹사
김주석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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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공, 드라마 조감독 출신 김주석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최근 차분하고 잔잔한 책들을 읽다가 오랜만에 손에 쥔 스릴러, 그것도 정치 스릴러였다. 유세 차량 소리를 배경 삼아 읽으니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글의 속도감에 올라탄 채 눈을 뗄 새도 없이 마지막 장에 닿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읽어서인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제주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정치인과 경찰, 선거캠프 관계자, 동네 노인들까지 진영과 신념, 종교와 이권—각자의 욕망이 민낯을 드러낸다. 가족끼리도 입에 올리기 꺼리는 소재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정치 이야기가 소설 속으로 옮겨지니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신념은 통장 잔고 앞에서 무력했고, 욕망은 도덕보다 훨씬 더 선명했다.'(p.40)
경찰인 주인공 승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경찰로서의 신념은 욕망 앞에서 흔들리고, 욕망을 숨긴 채 선거판을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는다. 소설은 거창한 정치 담론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나라의 선거란 건 결국 덜 썩은 사과를 고르는 일이라는거.'(p.338)
씁쓸한 문장이지만, 책을 덮고 나니 그 말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선거보다 사람이었다. 누구나 신념을 말하지만 결국 욕망과 이해관계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이 소설은 피 튀기는 살인사건보다도 그 흔들림의 순간들을 더 섬뜩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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