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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소년
개럿 카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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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럿 카의 데뷔작 '바다에서 온 소년'은 아일랜드 드니골만의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바다 위, 파란 플라스틱 통 안에서 발견된 한 아이의 등장은 마을에 미묘하면서도 점차 커지는 변화의 파동을 일으킨다.

'바다에서 온 아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영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느닷없이 가족의 일원, 동생이 되면서 이야기는 곧 현실적인 갈등으로 번져간다. 영웅으로 비상하지도, 파국으로 무너지지도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균열이 천천히 깊어진다. 갈등과 시기, 그리고 그 안에 스며 있는 깊은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익숙하게, 더 깊이 마음을 건드린다.

읽는 내내 다섯째 아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아닐지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끝내 그 경계를 넘지 않고, 보다 잔잔한 방식으로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보여준다.

내 아이들이 성장해 각자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크리스틴의 입장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역동적인 앰브로즈에 비해 눈에 띄는 행동은 적지만, 원가족과의 끊어낼 수 없는 관계 속에서,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크리스틴은 묵묵히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마치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배를 붙들고 있는 닻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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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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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 겸재 정선』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 고미술을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현대미술을 주로 보아온 탓에 조선 회화는 늘 어렵고 단정하게 굳어 있는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 인식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건 겸재정선미술관에서 풍속화와 기록화, 계회도를 마주했을 때였다. 그림 속 장면에 이야기를 덧대어 보기 시작하자, 그것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어떤 ‘삶의 기록’처럼 다가왔다. 이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나라 새 미술’ 전시, 호암미술관에서의 대규모 겸재 정선 전시를 차례로 경험하며, 조선시대 미술은 점점 낯선 영역이 아니라 이어져 있는 감각의 일부로 스며들었다.

특히 ‘금강산’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오랜 세월 얼마나 많은 화가들에게 반복되고 변주되어 왔는지를 겸재정선미술관 개관 16주년 전시 <아! 금강산>에서 확인했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선명하다. 수많은 해석과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시선은 다시 겸재 정선으로 되돌아온다. 그 원형 같은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순간, 이 책은 정확한 타이밍에 손에 들어왔다.

유홍준의 글은 단순한 해설을 넘어선다. 강의와 전시를 통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이 책을 통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작품의 큰 흐름뿐 아니라 화면 구석의 필치, 장난스럽게 숨겨둔 위트까지 집요하게 길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림은 더 이상 ‘설명해야 이해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말을 걸어오는 장면으로 바뀐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보는 태도’다. 이전에는 화면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하려 애썼다면, 이제는 시선을 머물게 하고, 작은 붓질 하나에도 시간을 들이게 된다. 어쩌면 겸재 정선의 진짜 힘은 거대한 금강산의 장관이 아니라, 그 안을 천천히 걷게 만드는 시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은 흘러가고, 다시 희미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곁에 두고 자꾸 펼쳐보게 되는 책에 가깝다. 전시장에서 작품 앞에 섰을 때, 혹은 기억이 흐릿해질 때마다 다시 돌아오게 되는 하나의 기준점처럼.

겸재 정선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이자, 동시에 오래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해설서. 이 책은 나에게 ‘고미술을 보는 법’을 새로 만들어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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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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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에세이 작은 일기의 가제본을 받았다. 지난 7개월 동안 계엄과 내란, 대통령 탄핵까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 시간의 중심에서, 작가는 저항의 현장을 목격자로서 기록했다. 그 기록이 바로 이 작은 일기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손상당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가장 밝은 것들을 꺼내 들고 거리에 나섰다. 큰 목소리들이 울리는 집회 한가운데엔, 함께 따뜻한 것을 나누고 서로 살피는 마음들이 있었다. 먹을 것을 건네고, 핫팩을 챙기고, 추운 밤을 함께 견디는 마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지난 겨울의 하루를 떠올렸다. 뒷베란다의 하수도가 얼어 윗집 세탁물이 역류했던 날이었다. 긴 장화를 신고도 발은 시렸고, 더 넘치기 전에 퍼내야 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물을 퍼올렸다. 언제 끝날지, 또다시 역류하지는 않을지, 이 겨울 내내 계속되지는 않을지 불안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들던 그 밤처럼, 이 책 속의 시간들도 그렇게 느껴졌다.

이번 일로 감춰져 있던 엘리트주의의 민낯, 전체주의에 사로잡힌 폭력적인 집단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하게 됐다. 황정은 작가의 복잡한 마음은 일상과 집회를 오가며 적어낸 일기 곳곳에 그대로 배어 있다.

이 책은 기록이자 마음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들로, 감히 말해야만 했던 그 시절을 정직하게 꺼내놓는다.


p.39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니 이 말만 입속에 줄곧 서있다.감히.

p.39 국민의힘 소속인 시의원이 오늘, 내란을 선동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형사고발했다. 계엄이 아니라 탄핵이 내란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시민으로서 나는 또 모욕을 경험한다.

p.45 그와 내가 같은 날에 베였다, 우리뿐일까.

p.57 그게 되지 않을 거라고 먼저 믿는 마음, 보고 들은 바대로 학습된 포기. 부끄러웠지만 오늘은 그 부끄러움이 기꺼웠다.

p.57 그 추운 밤을 그 자리에서 보낸 사람들도 놀랍고, 그 들에게 난방 버스며 음식이며, 바람 넘는 고개에서 버티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품들을 즉시 보낸 사람들도 놀랍다. 그건 나라에서 받은 것이 없어도 위기가 닥치면 들불같이 일어 난다는 어느 민족의 성격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남의 곤경과 고립을 모르는 척 내버려두거나 차마 두고 갈 수는 없는 마음들 아닐까. 남의 고통을 돌아보고, 서로 돌볼 줄 아
는 마음들.

p. 85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글이나 말로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하고. 놀랍고.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고.고맙고.
아직도 사람들이 남아 있는데 나는 이러고만 있다. 잠깐이라도 다녀올까,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p.99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따르고자 했던 사회적 합의가 엉망진창이 되는 모습을 요즘 매일 보고 듣고 겪는다는 생각에 우울하다. 이런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력감이 있고.
나는 딱히 상식의 편도 아니었는데, 이 사회 상식의 수준이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근데 이제 그 말투가 생각나 씨발도 입에 올리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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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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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_내란의끝 #역사학자전우용과앵커최지은의대담 #책이라는신화 #독서

전우용의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되짚는다. 그는 ‘데모크라시’가 ‘민주주의’로 번역되며 이미 오해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본디 ‘민’은 피지배 계층을 가리켰고, ‘민주’란 바로 그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의미했다.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고, 특히 계엄령 같은 비상조치는 민주주의를 가장 손쉽게 유린하는 도구였다. 전우용은 이 책에서 계엄의 구조, 정치 언어의 왜곡, 그리고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2024년 12월 3일, 고2 아들이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튀어나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계엄 상황이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담담한 척, 국회가 해제할 테니 걱정 말고 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제 이후에도 아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민중의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에서 일어날수 있는가? 그 후로 나는 무너졌다. 무기력했고, 분노했고, 아직도 절차를 지연시키는 권력과, 내란에 동조하고도 떳떳한 자들에 치가 떨렸다.

이 책은 그날 이후 내가 마주한 현실을 너무도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덜 흔들렸을까.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며, 권력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지금의 지지부진함도, 그에 포함된다. 잊지말아야할 것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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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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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시끄러워 뉴스를 즐겨보지 않던 때에도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뉴스와 결이 닿아 있으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넓혀 주는 프로그램이라서 즐겨봤었다. 방송으로 전달되는 말에는 원고가 있고, 작가가 있다는 것을 쉽사리 떠올리지 못한다. 손석희의 단정하고 신뢰감 있는 말로 전달되어진 김현정의 글은 힘이 있다. 어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조각보처럼 잘 엮어내는 이야기에 감동하고야 만다. 소재발굴에서부터 섭외하고, 원고를 쓰고, 조율하고 앵커의 최종승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단계가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중견방송작가로서의 명예는 이 모든 것을 견뎌낸 것으로 마땅히 받을만하다.
젊었을 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선물을 받기도 했지만, SNS로 아이들과의 일상을 담은 글에 댓글로 보여주는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져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요즘엔 소셜미디어 댓글 하나에도 예민한 단어가 있는지, 상대방이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아닌지 고민만 커진다. 결국 나는 댓글을 지우고 만다. 댓글한줄에 죽자고 달려들고, 마녀사냥에 인신공격까지 자비없이 벌어지는 다툼을 알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에게 전화로 섭외를 하고, 만천하에 방송될 원고를 쓰는 일은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일지 새가슴인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예술대학 극작가 교수로 글쓰기 수업의 예시를 보여주는데,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학생들의 답변들에도 벌써 기가 눌린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신념, 나의 성격을 깊이 탐구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뻔한 답변이 되고 만다. 매일 달리기하듯 글을 쓰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님을 보면서 매일 한줄이라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중마감오늘도씁니다 #김현정 #밑줄긋는시사작가의생계형글쓰기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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