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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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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에세이 작은 일기의 가제본을 받았다. 지난 7개월 동안 계엄과 내란, 대통령 탄핵까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 시간의 중심에서, 작가는 저항의 현장을 목격자로서 기록했다. 그 기록이 바로 이 작은 일기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손상당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가장 밝은 것들을 꺼내 들고 거리에 나섰다. 큰 목소리들이 울리는 집회 한가운데엔, 함께 따뜻한 것을 나누고 서로 살피는 마음들이 있었다. 먹을 것을 건네고, 핫팩을 챙기고, 추운 밤을 함께 견디는 마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지난 겨울의 하루를 떠올렸다. 뒷베란다의 하수도가 얼어 윗집 세탁물이 역류했던 날이었다. 긴 장화를 신고도 발은 시렸고, 더 넘치기 전에 퍼내야 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물을 퍼올렸다. 언제 끝날지, 또다시 역류하지는 않을지, 이 겨울 내내 계속되지는 않을지 불안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들던 그 밤처럼, 이 책 속의 시간들도 그렇게 느껴졌다.

이번 일로 감춰져 있던 엘리트주의의 민낯, 전체주의에 사로잡힌 폭력적인 집단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하게 됐다. 황정은 작가의 복잡한 마음은 일상과 집회를 오가며 적어낸 일기 곳곳에 그대로 배어 있다.

이 책은 기록이자 마음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들로, 감히 말해야만 했던 그 시절을 정직하게 꺼내놓는다.


p.39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니 이 말만 입속에 줄곧 서있다.감히.

p.39 국민의힘 소속인 시의원이 오늘, 내란을 선동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형사고발했다. 계엄이 아니라 탄핵이 내란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시민으로서 나는 또 모욕을 경험한다.

p.45 그와 내가 같은 날에 베였다, 우리뿐일까.

p.57 그게 되지 않을 거라고 먼저 믿는 마음, 보고 들은 바대로 학습된 포기. 부끄러웠지만 오늘은 그 부끄러움이 기꺼웠다.

p.57 그 추운 밤을 그 자리에서 보낸 사람들도 놀랍고, 그 들에게 난방 버스며 음식이며, 바람 넘는 고개에서 버티는 데 도움이 되는 물품들을 즉시 보낸 사람들도 놀랍다. 그건 나라에서 받은 것이 없어도 위기가 닥치면 들불같이 일어 난다는 어느 민족의 성격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남의 곤경과 고립을 모르는 척 내버려두거나 차마 두고 갈 수는 없는 마음들 아닐까. 남의 고통을 돌아보고, 서로 돌볼 줄 아
는 마음들.

p. 85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글이나 말로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하고. 놀랍고.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고.고맙고.
아직도 사람들이 남아 있는데 나는 이러고만 있다. 잠깐이라도 다녀올까,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p.99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따르고자 했던 사회적 합의가 엉망진창이 되는 모습을 요즘 매일 보고 듣고 겪는다는 생각에 우울하다. 이런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력감이 있고.
나는 딱히 상식의 편도 아니었는데, 이 사회 상식의 수준이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근데 이제 그 말투가 생각나 씨발도 입에 올리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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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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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_내란의끝 #역사학자전우용과앵커최지은의대담 #책이라는신화 #독서

전우용의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되짚는다. 그는 ‘데모크라시’가 ‘민주주의’로 번역되며 이미 오해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본디 ‘민’은 피지배 계층을 가리켰고, ‘민주’란 바로 그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의미했다.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고, 특히 계엄령 같은 비상조치는 민주주의를 가장 손쉽게 유린하는 도구였다. 전우용은 이 책에서 계엄의 구조, 정치 언어의 왜곡, 그리고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2024년 12월 3일, 고2 아들이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튀어나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계엄 상황이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담담한 척, 국회가 해제할 테니 걱정 말고 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제 이후에도 아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민중의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에서 일어날수 있는가? 그 후로 나는 무너졌다. 무기력했고, 분노했고, 아직도 절차를 지연시키는 권력과, 내란에 동조하고도 떳떳한 자들에 치가 떨렸다.

이 책은 그날 이후 내가 마주한 현실을 너무도 정확히 설명하고 있었다.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덜 흔들렸을까.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며, 권력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지금의 지지부진함도, 그에 포함된다. 잊지말아야할 것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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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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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시끄러워 뉴스를 즐겨보지 않던 때에도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뉴스와 결이 닿아 있으면서도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넓혀 주는 프로그램이라서 즐겨봤었다. 방송으로 전달되는 말에는 원고가 있고, 작가가 있다는 것을 쉽사리 떠올리지 못한다. 손석희의 단정하고 신뢰감 있는 말로 전달되어진 김현정의 글은 힘이 있다. 어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조각보처럼 잘 엮어내는 이야기에 감동하고야 만다. 소재발굴에서부터 섭외하고, 원고를 쓰고, 조율하고 앵커의 최종승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단계가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중견방송작가로서의 명예는 이 모든 것을 견뎌낸 것으로 마땅히 받을만하다.
젊었을 때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선물을 받기도 했지만, SNS로 아이들과의 일상을 담은 글에 댓글로 보여주는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져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요즘엔 소셜미디어 댓글 하나에도 예민한 단어가 있는지, 상대방이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은 아닌지 고민만 커진다. 결국 나는 댓글을 지우고 만다. 댓글한줄에 죽자고 달려들고, 마녀사냥에 인신공격까지 자비없이 벌어지는 다툼을 알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에게 전화로 섭외를 하고, 만천하에 방송될 원고를 쓰는 일은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일지 새가슴인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예술대학 극작가 교수로 글쓰기 수업의 예시를 보여주는데,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학생들의 답변들에도 벌써 기가 눌린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신념, 나의 성격을 깊이 탐구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뻔한 답변이 되고 만다. 매일 달리기하듯 글을 쓰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님을 보면서 매일 한줄이라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중마감오늘도씁니다 #김현정 #밑줄긋는시사작가의생계형글쓰기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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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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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말기암 명의 박광우 교수님이 전하는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은 몇년동안 내가 관심이 있던 이슈다. 병에 대한 걱정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10년전 사후장기기증 서약을 할때만 해도 죽음은 크게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현재도 장례식장 경험이 열손가락 내외 정도로 죽음은 낯설다. 이런 내가 죽음이 준비되어 있을리 만무하다. 입버릇처럼 얼른 나이들었으면 좋겠다했는데, 나이들면 노화도 동반한다는 것도 망각하며 살았다. 곱게 늙어죽는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책속에서 만나게 되는 질병과 고통, 가족과의 갈등을 보니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질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죽음의 과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무리한 수술이나 의미없는 연명치료는 중단하고, 호스피스 치료나 생전장례식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눌수 있는 죽음이 낫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감사함을 말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p23~24
치료 과정에서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시행했지만 무의미한 치료를 독려하지 않고 환자의 의견을 존중한 의료진이 만들어낸 웰다잉이었다. 잘 죽기, 존엄 있게 죽기라는 웰다잉에 대한 잘 알려진 의미에 더해, 나는 이런 해석을 덧붙이고싶다. '안녕히 계세요.' 같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이다.

p71
죽음이라는 삶의 끝에서 큰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그 어떤 것도 죽음 앞에서는 가치를 잃는다. 죽음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런 분란의 사례를 술하게 보 는 의사의 관점에서, 죽음 이후에 남는 것은 나를 알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감정뿐이다. 죽어가는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내가 죽고 나서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p96
죽고 싶다고 해서 숨이 참아지지 않는 것처럼, 오롯이 내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 죽음의 과정은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p108
"오늘이 내 최고의 날입니다.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은 내일 없고요. 오늘 당장 나를 위한 것을 하셨으면 해요."

p109
"저는 인생의 목표가 내일 당장 죽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거예요. 환자분께서도 당장 후회 없는 일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지 않았어야 하는 후회보다는, 했어야 했던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게 남는다고 하잖아요. 내일은, 언젠가 했어야 했던 일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p235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오롯이 나 혼자이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마무리를 위한 조건이 아닐까싶다.

8년전 암진단을 받았다. 진단받은 날, 다음날로 수술일을 잡고 이틀만에 퇴원했다. 운좋게도 건강검진에서 늦지않게 발견했고, 많이 고민하지 않고 바로 행동한 덕에 치료과정도 힘들지 않았다. 완치판정을 받고도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는 안하는 편이라 늘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느낄줄 안다. 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넣어주는 남편이 존경스럽고, 나보다 나은 인간으로 자라난 두 아이의 성장이 나날이 감동스럽다.
난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그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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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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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쓰레기에 관심이 있었던 편이지만 쓰레기의 역사라고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산업혁명이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생산량의 과잉으로 발생된 인류의 문제일거라 생각해왔다.

얼마전 리움미술관 에어로센 워크샵에서 함께 작업했던 비닐새활용 전문가와의 대화로 쓰레기에 큰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비닐을 새활용 하시면서 자신의 창작활동이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행위가 되는건 아닐지 고민하시는 분이었다. 어떤 환경 마켓을 통해 수도권매립지와 자원회수시설에 단체견학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로 시작된 쓰레기 얘기는 작업내내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남편도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하고 있고. 집에서도 쓰레기문제를 실감하다보니 이 책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류의 존재와 함께 시작된 쓰레기 문제는 높은 생산효율성과 대량소비로 감당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지구의 생태는 큰 변화를 겪고있다. 쓰레기는 이미 환경오염과 위생의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고,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를 적게 발생시키도록 소비를 줄이고, 아껴쓴다해도 내 작은 실천이 지구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더 큰 피해는 끼치지 말고 살아가야지 싶다.

내일 자원회수시설에 견학을 간다. 감회가 남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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