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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데니스 존슨의 <바다 여인의 선물>은 쉽게 읽히는 소설집이 아니다. 이야기는 한곳을 향해 달려가지 않고, 기억은 불쑥 다른 기억을 불러온다.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 재활원에서의 시간, 오래전 스쳐 간 인연들이 서로 닿지 않을 듯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붙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니, 단편마다 배경과 인물은 달라도 작가가 끝내 놓지 않은 것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였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사람도, 삶이 무너진 사람도, 사회의 가장자리에 선 사람도 화자는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변호하지도, 비웃지도 않은 채 그가 왜 그런 삶에 이르렀는지를 오래 바라볼 뿐이다. 그 담담한 시선 덕분에 단편 하나하나가 사건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나는 끝내 작가와 같은 결론에 도착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토의가 아니라 토론이 되는 독서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에도 저마다의 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이해는 동의와 다르다. 바다 여인의 선물은 그 거리를 섣불리 좁히지 않은 채, 타인의 삶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든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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