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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평점 :
사랑과 혁명 전권을 완독했다. 평범하게 살 수 없었던 천주교인의 기구한 삶이 장하게 펼쳐져서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곡성 덕실마을과 미륵골에 숨어 살던 사람들은 세상에서 지워진 존재였다. 나라가 적으로 간주했으니 산속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함께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기도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으면서도 감사와 기쁨이 있었다. 그들의 공동체에는 세상의 질서와 다른 '사랑과 나눔'의 세계관이 있었다. 말이 앞서는 이들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들녘은 아가다의 헌신으로 이시돌이 되었고, 짱구는 마름 봉식의 시신을 거두려는 동정녀들을 돕다가 신자가 되었으며, 길치목은 전주옥의 교인들에게 감화되어 시몬으로 거듭났다. 믿으라고 해서 믿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참된 삶 속에서 신을 발견했다. 교우촌 사람들은 옥에 갇혔다가 풀려나 이름자도 남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치명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나라의 계책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늘의 영관을 받았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김탁환 작가는 섬진강처럼 도도하게 흘러간 그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신앙을 지키며 올곧게 살았던 사람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역사를 세세히 복원했다. 천주교 박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생각해 본다. 사랑과 혁명, 다시 말하면 '사랑의 혁명'일 것이다. 사랑으로 이룬 혁명은 실패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 비천하게 살았던 옹기꾼들의 삶,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교우들의 신앙이 우리의 현재를 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