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는 범람한 하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흙탕물 온갖 쓰레기 들이 뒤범벅 되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 후 그 잔해들을 추스려 모아 어디서 어떻게해서 나에게 까지 왔는지를 역추적하는 그런 각고의 노력(?)을 통해 독자를 교란시키며, 동시에 불연속적인 사물의 느슨한 연계성을 특기로 실험하는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호기심 과다의 작가가 펼치는 혹은 따분한 사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모험담, 그것도 아니면 우리는 모두 욕구 불만의 눈들 감각들 시선들 그리고 한줌의 불만족스러운 욕망덩어리라고, 질서는 구축되는 즉시 모조리 쓸데없는 것으로 밝혀져버리는 어떤 세계에서 관찰하는 법을 새로 배운 누군가가 끊임없이 사건 없는 사건, 사고 없는 사고를 계속한다, 아니 페르디두르케 혹은 포르노그라피아 에서 익히 우리에게 익숙했던 그 소규모 폴란드 외곽의 풍경을 온통 수수께끼로 만들어버린 더러운 흙탕물 같다
곰브로비치는 시시각각 스스로 만들어지는 글쓰기-소설을 원했지만 독자에게는 필연적으로 해체하기-사고 의 한 과정으로 소화되기 때문에 차마 소설이라기보다는 글쓰기-실험 에 더 가까운듯하다
한편으론 자유롭고 꽤나 보수적인 모더니스트 혹은 강박증자의 고백같기도 하다
유배가 없었다면 탈고향의 강제가 낭만성을 이다지도 후퇴시킬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