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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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쏘아 보낸 열두 마리의 실험 동물 중 오직 나만 살아남았다.”

첫 문장이 마음을 잡아 당겼다.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 또 반대로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함을 이야기하는 그저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든 저렇든 황폐한 곳의 삭막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하고 책을 열었다. 그런데 황폐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이 책은 사랑스러웠다. 

좀 모순적 표현이긴하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실험대상으로 쓰였던 존재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사랑스럽다라니 그런데 사랑스럽다.

인간이라면 지긋지긋하게 느껴야 마땅한데 여전히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루카스.

마찬가지로 임신한 채로(그것도 자기 의지가 아닌 실험으로) 우주로 보내진 루 역시 임신을 알게되고 아이에 대한 사랑에 빠지게된다.

무려 로봇인 데이모스는 유랑이니 습성이니 도저히 로봇답지 않은 어휘를 사용하고 ‘안도감’이라는 감정까지 느낀다.그리고 마야에게 사랑을 쏟는다.

키나 역시 자신의 누꺼풀을 잘라버린 인간과 괴로운 현실에 주저 앉지 않고 화성에서 마야와 우정을 나눈다, 

엄마 없는 현실에 원망대신 이모들과 키나와 삶을 개척하는 마야. 이들은 더 없이 사랑스럽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결핍이 있다. 버려지고, 고장나고, 세상으로부터 배척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그들이 황폐한 땅이서 만나 서로를 세워주고 지탱한다. 그 결속력의 원천은 ‘마음‘ 이다. 

그 마음으로 상대를 돌보아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스럽다. 

너는 왜 유령이냐고, 너는 왜 아가미가 있냐고, 너는 왜 눈꺼풀이 없냐고 따지고 배척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마음을 쓴다. 그렇기에 더 이상 황폐하지 않다.

그리고 그들을 그 곳에 모이게 만든 것은 서로를 연결하는 인연이다. 그 인연이 비록 서로의 결핍을 만든 인연일지라도 그들은 그렇게 만난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상은 그렇게 모두 연결되었다는, 서로가 서로를 존재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인간이 아닌 각자 다른 존재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은 황폐함 속에 따스함을 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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