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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함께 지하철을 타보자 - 데카르트 역에서 들뢰즈 역까지
황진규 지음 / 달의뒤편 / 2019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21/pimg_7956921412303344.jpeg)
지하철. 나는 편도 지하철 1시간 거리를 일주일에 5번 왕복하는 직장인으로서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혹'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 있게 이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나에게 이 책은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윤리 과목을 공부했을 때, 철학에 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철학과를 가면 어떨까요?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평생 공부할 자신이 있냐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철학이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복잡하고, 그 학문의 범위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셨을까?
보통 사람들은 철학을 '고리타분하거나 따분한 것, 지금 당장 내 생활에 별로 필요 없는 지식'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깊이 관여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 도서의 저자는 철학을 알고 나서부터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7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 이전에도 철학과 관련한 책을 2016년부터 매년 써 온 저자는 본인을 '철학 오타쿠'라고 칭한다.
저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저자가 이 책을 만들 때 철학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느낌이 든다. 무겁고 두꺼운 양장본의 책 대신, 휴대성이 편리한 가벼운 무게의 책. 출퇴근 시간에 단 10분씩, 4주만 읽으면 서양철학자 20인을 만날 수 있다는 문구. 일러스트로 철학자들의 모습을 귀엽게 그려낸 책 표지. 내가 고등학교 때, 표를 그려가며 암기를 했던 철학자들의 이름이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책 디자인이다.
책의 구성면을 보면, 철학자 20인들을 각 장에서 소개하기 전 다른 색의 두 페이지를 구성하여 전반적인 이론을 간략히 소개한다. 더불어 해당 철학자의 주요 저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보다 다양한 철학자들을 얇고 넓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읽다 좀 더 관심이 가는 철학자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여기 적힌 주요 저서를 참고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조금이라도 어려운 개념은 최대한 쉽고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철학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듯하다. 특히, 각 장을 읽다 보면 그 장의 철학자와 비슷한 이론을 낸 철학자들의 이론과 개념들을 비교 및 대조하여 설명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철학의 학문 특성상 헷갈릴 수 있는 부분들을 중간중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마르크스에 관하여 설명하는 첫 번째 장에서 헤겔이 주장한 이론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제시하여 헤겔의 이론을 접하기 전 혼란을 방지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921/pimg_7956921412303346.jpeg)
개인적으로 칼 마르크스, 프로이트, 라캉, 미셸 푸코 편을 읽었을 때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다. 계속 책을 읽다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 할 부분들이 꽤 있었다. 내가 좀 더 관심이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기도 했고, 내용이 나에게 다소 어렵기도 했다. 정보를 습득하는 독서를 할 때 나는 메모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지하철에서 주로 이 책을 읽다보니 메모를 하며 읽는 것이 불편했다. 중간 중간 핸드폰 메모를 하면서 읽었던 것이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다시 읽을 때는 집에서 메모를 하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읽어보고 싶다.
철학이란 학문에 다가가고 싶지만 조금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고를 한 권의 책으로 맛보고 싶은 독자,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