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셀 - 죽음을 이기는 첫 이름
아즈라 라자 지음, 진영인 옮김, 남궁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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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세계적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의 책이다. 오랜 기간 동안 종양학과 항암제 연구가 이미 발생한 종양을 치료하는데 집중했다면, 종양이 발생하기 전 최초로 이상 세포가 발생할 때 그 첫 번째 세포를 찾아 암을 예방하자는 것. 내 밥줄을 통째로 부정하며 위협하는 이 책은 읽는 동안 공감과 반감이 수 차례 교차하며 지적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던져 주었다. 예상치 못한 포지션 변경으로 회사 일이 정신없기도 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책 한 권을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덟 챕터의 제목은 모두 라자가 치료한 암 환자의 이름이며, 특히 마지막 환자는 2002년에 림프종으로 사망한 그녀의 남편이었다. 실제 환자들의 암 진단부터 치료 그리고 죽음까지 과정들을 의사이자 한 인간의 관점에서 서술하여 현행 암 치료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지를 실감 나게 들려준다. 우르드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그 서술은 문학적이고 때로 감성적이다. 분명 어려운 분야의 책이지만 그 덕분에 문학 작품을 읽듯 감정을 이입하며 빠져들 수 있었다.

라자는 이 책에서 종양 연구와 암 치료법에 대한 수 많은 질문을 던지며 신랄한 비판을 일삼는다. 말 그대로 검진을 통해 암을 극초기에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없앨 수만 있다면, 일정 기간 진행한 암을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보다 희망적이라는 이론은 매우 고무적이다. 더불어 암 조기 발견과 예방에 대한 연구비 비중을 늘리는 것에도 찬성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와 현재에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이 모두 무용하다하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세포주와 동물 실험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세계 수 많은 연구자들과 제약사들이 이러한 연구에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비용을 쏟아 붓는 것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최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항암제로 인한 생존 기간 연장이 비록 몇 달뿐일지라도 그러한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의 문턱에서 비용과 상관없이 그 몇 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치료법을 시험하기 전, 세포주와 동물을 사용한 실험은 비록 인간과 다를지라도 인간에게 투여해도 괜찮을 수 있다는 차선의 확신을 얻기 위함이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향으로 새로운 연구가 계속해서 시도되고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제까지 이루어진 연구나 다른 방향의 연구와 노력이 무용하다 바보같다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라자의 동료이기도 한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보면 이제까지 이루어진 암 진단과 치료법의 발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동료를 두고도  이런 비판을 서슴없이 글로 남겼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라자의 주장은 매우 혁신적이고 고무적이지만,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들로 그 주장의 타당성에 저항감을 불러 일으킨다. 굉장히 문학적인 문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 나가다가도 의학적 주장에 대해서만은 직설법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부분도 이질적이다. 그렇지만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읽고 암의 역사에 대한 그림을 그린 다음,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앞으로 종양학과 항암제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암을 극복할 날이 올 것인지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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