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3년차인 나는, 아직도 할 줄 아는 음식이 별로없을 뿐더러 요리를 즐기는 편도 아니다.
자취 1년만하면 누구나 자신있어한다는 라면과 김치찌개도 내가하면 크게 맛있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내가 장 보는 거 하나는 엄청 즐긴다. 중요한 취미활동이라도 되는것처럼 일주일에 서너번은 꼭 마트며 시장을간다.
결혼 후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되어버린 마트. 하지만 나는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에 더 정이 가는 건 사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 따라다니기를 좋아했다. 특히나 시장가는 엄마를 혼자 가게 내버려둔 적은 많지 않았다.
나의 목적이  '엄마 짐 들어주기'라던지, '현재 물가에 대한 관심'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엄마와 시장을 가면 먹을 수 있는 설탕발린 핫도그가 나를 시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내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도 나와 함께 시장가는 걸 꽤나 즐거워하셨던 것 같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엄마와함께 시장을 가면 즐겁다. 눈도 귀도 마음도 즐겁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한 바퀴 도는 시장의 매력은 아직도 내게 유효하다.
엄마가 더 나이가 들어 시장가는 것이 힘겨워 질때까지 나는 가끔씩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가고 싶다.
 
시장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나는 반갑다.
내가 가 본 전국의 유명한 시장은 별로없다. 아니 없다.
특히 이 책, 시드페이퍼의 '한국의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유명한 시장을 나는 가보지 못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내 눈은 즐겁고 더불어 입도 즐거웠으며 마음은 행복했다.
나에게 편안하게 여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나는 지도대신, 그리고 백과사전 못지않은 네이버 대신, '한국의 시장'을 펼쳐놓은 채 여행지를 고를지도 모르겠다.

전국 대표시장 15곳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가 책 장마다 종이를 통해 나에게 다가온다.
부산깡통시장의 헌책방 거리를 거닐고도 싶고, 병천아우내장터에서 원조 순대국밥도 먹어보고 싶다.
영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동해북평장과 주문진항을 끼고있는 주문진수산시장에도 다녀오고 싶고
황학동벼룩시장을 거닐며 진귀한 골동품 구경으로 하루를 보내고도 싶다.
한국의 시장을 이처럼 멋드러지게, 맛깔스럽게 표현한 책을 만날 수 있어 흡족하다.
덕분에 나는, 대한민국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가 되고 싶어졌다.

오늘 저녁, 딸 아이를 안은 채 동네 시장 한 바퀴 돌고와야겠다.
책에서 본 대표시장만큼 규모가 크지도, 볼거리가 많지도 않은 조그만 시장이지만
지금 내 품에 안긴 딸에게도 시장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전하고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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