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우퍼로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오직 새로운 병의 첫잔을 따를 때만 나는 소리라는 점에서 애달픈 구석도있다. - P199
며칠 전 즐길 탐 자를 알게 되었는데 ‘즐기다‘라는 뜻의 한자어에 입 구미 자나 눈 목目 자가 아닌 귀 이耳자가 들어간다는 게 흥미로웠다. 자연의 소리, 인간 음성으로 된 말이나 노랫소리의 즐거움은 본원적인 것이구나싶었다. - P202
좋은 침묵은 각자를 고독 속에 따로 가두지 않는다. 우리는 침묵에 함께 몸을 담근 채서로 연결된다. 동시에 침묵함으로써 비로소 서로를 듣는다. 침묵 속에서 고독은 용해된다. - P165
나는 한 사람이 지닌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할 때면 거의 항상 칼 세이건을 떠올린다. 말은 베고 부수고 찌를 수 있고 또한 적시고 스미고 이끌 수도 있다. 때로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침투해 영원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P185
내가 그리는 김하나의 측면돌파라는이중주의 풍경이다. 빈 잔을 내려놓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조용한 바텐더의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 - P112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쉼없이 달리고 또 달리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그런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그럼, 맥주는 어디 있나요?" - P78
내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하면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드러난다. 결국 나는 부끄러워하며 청중들에게 사과한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그 대답을 알기 때문에 교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제가 교수인 이유는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P15